건설회사에 있다 보면 많은 민원을 접하게 된다.
당장에 건축과정에서 접하는 일조권, 조망권 등
사업계획과 관련된 내용에서부터
소음과 분진 등 환경과 관련된 민원들은
현장 인근의 거주민들이 제기하는 최초의 단순한 민원들이다.
사실 대부분의 민원이란 이런 류의 것들이지만
소소하게 들어가면 도로와 인도 사용의 문제를 비롯해
쓰레기 소각문제, 고철처리 문제, 경비원 채용문제까지
건설현장의 모든 부분들이 장애인, xx복지재단, 북파공작원에서부터
지역의 힘깨나 쓴다는 건달들의 개입까지
그 범주와 대상, 그리고 해결방식이 다양해졌고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비교적 한적한 현장주변... 전면으로 35m도로, 후면에 기부체납할 8m 도로가 있는 현장전경...>
최근에는 현장내부의 일까지도 민원의 대상되었는데,
xx환경단체란 이름으로 분진과 비산먼지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xx노동조합의 이름으로 근로자의 채용을 간섭하기도 하는 등,
현장 작업원이나 관리감독 기관과 무관한 제3자의 접근도 민원의 한종류가 되었고
수분양자들은 동호회란 이름으로 공사 진척과 마감재의 변경까지도 요구 하는 등
건설의 내외, 선후, 직간접 관련성을 무시하고
모든 내용이 민원의 대상이 되었고 건설회사는 무조건 응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공사가 완료되고 입주가 시작되면
입주자 대책위원회의 하자보수와 관련된 민원이 부각되기 시작하고
그 기한은 1년, 2년, 3년, 5년, 10년을 주기로 반복된다.
이제 준공으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게 되었다...
<상업부지이지만 주변에 상권이 크게 형성되지 않아 비교적 한적하지만 방음벽은 최대한 높게 설치...>
민원을 상대하다보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의 문제들이 있는가하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억지의 주장들도 있고
말 그대로 건설회사의 귀책사유로 발생하는 법적 판단의 문제가 있다면
도의적 이유나 관행화된 관습적인 범주의 문제들도 있다.
그리고 늘 민원이란 가해자와 피해자에서 출발하는 문제도 있고
이익 보는 자와 손해 보는 자로 판단할 민원이 있는가 하면
이 쌍방을 관리감독하거나 중재하는 지자체를 비롯한 관공서도 있고
이 모든 것들이 믹서 된 사회적 분위기도 민원의 출발이자 귀결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내 업무의 상당부분은 민원과 관련된 일들로 채워지고 있고
나 역시 직원들, 특히 간부들에게 민원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는 편이다.
즉 예전에는 자세와 기술만 필요했다면
이제 간부들일 수록 업무의 절반을 민원인들에게 투자하고,
예상되는 민원을 사전에 차단할 것을 주문하는 실정이 돼버렸다.
<결국 현장과 잔여부지를 가로막는 방음벽을 추가로 설치했다...>
최근에 나는 소위 민원인들을 상대하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다.
물론 그 충격의 본질은 민원인들의 요구의 강도의 문제에 기인한다기보다
이러한 민원에 대처하고 처리해왔던 직원에 대한 실망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나에게 쇼크를 준 본질은 소비자의 의식과 사회적인 분위기 문제이다.
사실 민원의 문제라는 게 원인과 결과, 상식과 법으로 예상될 성질의 것은 아니고
복잡한 변수와 대응이 맛 물릴 수밖에 없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사회적인 분위기에서부터, 아파트 계약자들의 변화,
서울과 수도권, 지방의 의식과 관심 차이, 해당 지자체의 태도와 관점,
관계 법령들의 합리성과 현실성, 민원의 적법성과 사회적 정의 혹은 상식,
민원의 질과 수준을 판단하기에 앞서 너무 많은 변수와 상황이 있다.
게다가 민원에 접근하는 태도와 소위 감정에 따른 변수들도 무시 못 하고...
<추가를 거듭해서 7.5m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했다... 자꾸 담이 높아지고 마음의 벽도...>
민원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할 것이 있다면
집단의 이익은 사회적 정의나 민주적 절차와 무관하다는 점,
개발이나 신규 사업의 과실은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되고 소비되어야 하는가,
생산자와 소비자, 공급자와 수요자의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민원을 야기하는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이 사업자와 민원인으로 대체될 수 있는가,
현재 제기되는 다양한 민원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는 현실적인가,
사업자와 민원인 사이의 중재와 관리감독의 주체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등의
문제들에 대해 모두가 한번쯤은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경험적 이유들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민원은 법적 계약의 지위와 권한을 넘어서 있고,
소비자와 수요자 위주로 민원을 평가하기에 우리들의 경험 혹은 교양이 일천하고,
사업자를 가해자로 규정하는 일반적인 접근은 단선적이며 정의에도 일치하지 않고,
지자체를 비롯한 각종 관리감독 기관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규정과 한계가 없으며,
결국 민원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하고,
체계적이며 일관된 행정적 관리가 없고,
상식적인 한계와 사회적인 동의가 전무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들 때문이다.
<민원에 무대책과 무대응을 최선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분명 피해는 있고 책임은 있다고 생각한다..>
민원의 문제는 사업자의 비용이나 민원인과의 협상력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민원인지 개인의 사욕을 위한 민원인지 구별되어야 한다.
사업자의 신규개발이 사회적으로 죄악시되고
부도덕한 이윤추구로만 낙인찍혀야 할 이유는 없다.
사회적 합의와 상식이 적용될 수 있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의 분위기가 조금 더 생산적이고 합리적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이렇게 민원에 대해 접근한 이유는 최근 신축중인 주상복합 빌딩의 민원인들과
작년에 입주시킨 아파트 단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들이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10년차 하자를 정리하면서 당한 소송과정에서 경험한 일이고
앞으로 예상되는 건설공사와 신규 사업이 즐겁지만은 않은 답답함 때문이다.
<터파기가 진행되면서 이제는 소음차단을 위해 최대한의 조치를 강구하게 되고... 결국 덮기 시작...>
오늘은 민원에 대해 크게 개념적으로만 나의 관점과 접근방법을 메모해 본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예상되는 민원을 대비하여 회사를 폐업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원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수렴하면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원을 통해 상식적이지 못한 혹은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사욕을 채우려는 거지근성과 천박한 의식은 바꾸지 못한다는 점이다.
<천막까지 동원해서 지붕(?)을 만들기 시작했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민원인은 만족을 모르고...>
내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 하는 이유?
15층 아파트 앞에 25층 건물이(실은 대지경계를 접하지도 않고 도로도 있는데),
그것도 16년 시차를 두고 같은 회사가 건축한다는 이유만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세대당 500만원을 내놓으라는 요구는
너무 심하고 어이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입주시킨 아파트의 집값이 두 배가 넘게 뛰었다.
한마디로 회사의 분양가보다 프리미엄이 더 많다는 말이고
그 차익은 건설회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양자들의 몫이다 .
그런데 인근에 지어진 아파트들과 비교해 없는 것을 해놓으라고 요구한다.
(다른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은 우리 아파트를 기준으로 요구하고...)
방바닥을 조금 손봐야 하는데 호텔을 잡아주던지 전세를 얻어달란다.
공사로 시끄러우니 자신이 옮겨갈 집을 사달란다...
<이제는 통채로 덮어버렸다... 벽은 높아지고 자꾸 가리고 덮고... 모든게 내 관점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민원인이라는 이유로 보호받고,
나는 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합의를 봐야한다.
공무원을 귀찮게 만들고, 공사를 방해하고,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민원은 계속된다.
공사한다는 이유, 아파트를 지었다는 이유...
정말로 내게는 충격이었다...
그들이 왕이고 집단인데 무슨 수로 그들의 민원을 거역할 수 있는가...
회의와 충격...
내가 사는 세상의 현실에 나는 여전히 순진한 꿈 많은 사람에 불과하다...
'건설현장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새로운 사업준비... 070505 (0) | 2007.05.05 |
---|---|
오늘> 한가한 일요일... 070429 (0) | 2007.04.29 |
메모> 참모의 유형과 민원문제...070315 (0) | 2007.03.15 |
오늘> 061021...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0) | 2006.10.21 |
건설>아파트(2) - 아파트의 변화... 2000년, 구조와 단지와 외관... (0) | 200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