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횡성 지역답사... 20070408
1. 지역 답사여행...
2. 홍천 물걸리 절터...
3. 홍천 괘석리 사사자 석탑
4. 홍천 희망리 삼층석탑과 당간지주
5. 홍천 수타사
6. 횡성 상동리 삼층석탑과 석불좌상
7. 횡성 중금리 삼층쌍탑
8. 홍천, 횡성지역 답사여행을 마치고...
1. 지역 답사여행...
함바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쑥국이 올라왔다.
봄인가 보다...
자네들 혹시 보리국 먹어봤나?
목포가 고향인 김대리말고는 없다.
감자밥만 먹었지요... 홍천이 고향인 김기사의 답변이다.
<홍천 내촌면 물걸리... 깊은 산속이라기 보다는 외지다는 표현이 맞을지... 들과 산과 바람이 있다...>
대여섯 시간 돌아다닌 홍천, 횡성 지역여행을
오육일에 걸쳐서 정리하고 있다...ㅠㅠ
한두시간이면 다 쓸 줄 알았는데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다...^^
모처럼 들고간 옙을 틀어 놓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들어본다.
채운다는 생각에 힘이 너무 들어갔나? 생각보다 길다...ㅎㅎ
정리를 마치면서 다시 한 번 자문해 본다.
이제 홍천, 횡성지역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나? 하고...^^
1-1. 한지역을 여행한다는 거...
일요일... 사무실에 죽치고 책만 읽기엔, 짜여진 일정이 조금은 답답하다.
민원문제도 결국 돈으로 풀어야 하고, 또다시 2~3억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버는 돈은 없고 쓰기만 좋아한다는 욕을 먹겠지만
용인현장은 마무리가 되어간다 치고
원주현장은 또 얼마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지...
어디 바람이라도 쐬고 싶다...
분당, 서울, 운동으로 짜여진 일정을 생각하며 오늘도 가정에 태업을...^^
내가 바라는 휴식은 어떤 것일까?
여행가서 책 보는 거...ㅎㅎㅎ
하늘을 보며 잠자는 거...^^
맘에 맞는 사람이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꿈같은 이야기다...ㅎㅎ
가까운 곳을 찾아본다.
간만에 정암사로 해서, 태백 거쳐 동해로 갈까?
오는 길에 굴산사지, 신복사지 둘러보면 그도 알찰텐데...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거리다.
통도사 금강계단이란 뛰어난 유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암사에서 만나는 자장율사는 왠지 아쉬운 무언가가 주저하게 만든다.
<통도사 금강계단... 정암사와 함께 자장의 향기가 머무는 곳... 경남지방을 다녀야 하는데...ㅠㅠ>
<의상대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것도 좋은 휴식인데... 지금은 불에 다 탔을지...>
차라리 가까운 횡성이나 홍천일대를 돌아볼까?
내가 머무는 원주 일대의 지역도 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는데
가까운 곳을 조금은 여유 있게 찾아보면서
<한 지역을 여행한다는 의미>를 되새겨 본다.
탑을 중심으로 돌아 다닌지 오래되었다.
탑을 매개로 한 이유는 단순하다.
불교라는 종교가 이 땅에 자리 잡은지 1700여년이 넘는다.
그리고 석탑의 나라에서 돌로 탑을 만든지 1400년이 되었다.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돌아볼 수 있는 충분한 매개가 되고
종교란 옷을 입고 있어 한 시대와 인물을 찾아 볼 수 있고
예술과 사상이라는 공력이 있어 문화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부족한 지역들은 건축과 불상이 보완하고...
오래전에 세웠던 우리나라 여행의 방법이며 접근의 형식이기도 하다.
오늘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사자석탑과 물걸리 절터 사진을 찍으러 간다.
홍천 물걸리 절터... 와 본지 오래되었다...
무슨 이유여서인지 느즈막이 출발해서 결국 사진을 안 찍었던 경험이 있다.
햇빛도 없는데 욕심을 부려봐야 맘에 드는 사진을 가질 수 없었기에
마음에 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기억되는 게 없다...
사진이 없으면 기억도 없고, 자료가 없다고 정리를 기피하는 내가 이상하지만...
<홍천 중앙고속도로의 구조물... 구조의 긴장미와 숨지기 않는 건강함도 미감이 뒤받침 되야 하는데...>
구비 구비... 꽤 오랜 시간을 들어간다...
홍천... 중앙 고속도로가 나기 전에는 국도로 몇 번 와봤던 곳이다...
풍부한 물길과 불끈 불쑥, 근육질의 악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그러면서도 가끔의 들판이 있고 배가 드나들어 선사시대부터의 유적이 있는 곳...
<강원도의 자연을 만나면 당신도 자연이 됩니다>는 문구를 보면서 웃어 본다..
거센 물길과 우람한 산맥을 헤치고 살았기에 순박해졌는지,
아니면 거친 자연에 적응하는 길이 순수를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궁벽한 땅덩어리를, 가난하고 궁핍한 서정으로 만들지 않은 것은
자연에 순응하면서 건강한 삶의 방편을 만든
강원도민들의 근면함과 우직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1-2. 나는 아시아인?...
지난달, 광주에서 일을 할 때다.
가구, 주방가구 하는 업체 사장이 광주에 몇 번 오더니
이제 광주를 알 것 같습니다... 한다...
차로 한두번, 비행기로 두세번 온 것 같은데 광주를 안 것 같다니...
<광주 집에서 바라본 무등산... 무등의 영광, 위대한 광주...^^ 80년대 후반까지 걸려던 표어였다...>
광주는 내 고향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6살 때부터 서울에서 대학 다닌다고 올라왔으니 실제는 13년...
어찌 보면 원주에서 6년을 빼면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는데도
나는 여전히 광주에서의 생활을 어머니의 품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정사장이 광주를 안다고 한다...
동남아에 몇 번 간적이 있다...
몇몇 도시를 구경하고, 관광지 몇 곳을 보았다...
내가 몇 번 다녀왔다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 지역과 나라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잣대가 되고,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 할 수 있을까?
<자연과...>
인구, 자원, 역사, 정치제도, 자연환경...
그러한 것들을 알면 한 나라에 대해 다 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한 나라를 탐방하고 구경하는 것으로 그 지역을 이해하고
대륙을 이해하고, 바다와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유적과...>
세계화 글로벌이란 개념이 일상화되고 수차례 동남아를 다니면서도
내가 아시안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별로 없다...
어쩌면 일본, 중국, 미국, 유럽 보다도
관심가 깊이가 미비하거나 조악할지 모른다.
<휴식이 그 나라사람들의 것인지 관광객인 나의 몫인지...>
어떤 정체성이 있어 나는 아시안일까...
내가 한 지역을 다니고, 몇몇 곳들을 본다고
우리나라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지역성을 말하는 것이고 세계성을 말하는 것일까?
1-3. 꼬불꼬불 고갯길에서 생각하는 답사여행...
ㅎㅎ 조금 무겁게 시작했다.
계획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우리는 많은 곳을 다니게 된다.
업무차, 회사일로, 친목으로, 답사를 위해, 자연을 위해...
몇 번 이 길을 와봤고, 강원도에 머문다는 이유로
나는 강원도 사람들과 이 지역을 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지리를 살피고 답사는 하는가...
의지와 의도를 가지고 우리나라를 돌아다닌 계기는
우습게도 몇 번의 해외여행이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만만했던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에 대한 생각은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할 말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영어가 짧아서가 아니라(물론 영어는 거의 못한다... 양이 내 점수...^^),
진짜 우리나라에 대해 할 말이 없었던 참혹함...
<홍천 희망리 당간지주 앞에서...>
역사와 사상과 정치, 경제, 사회문화...
산수와 풍수를 말하고, 인문과 자연지리를 접하고,
교육과 소비와 삶이 영위되는 내 땅...
내가 소유하는 땅의 면적과 무관하게
나는 우리의 국토와 한반도라는 공간을 점유하며 살고 있다.
내 삶의 정체성과 우리의 원형질에 대해 나는 충분히 정립하고 있고,
이 땅을 물려받을 후배들과 아이들에게 전달할 무엇이 있을까?
무엇을 받았고,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
내가 존재하는 지금의 시공간은 무엇으로 유의미할까?
<홍천 수타사 들어가는 길에서...>
이제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도...
나와 너와 우리에 대해...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에 대해
인간과 자연과 시공간에 대한 관계와 선택과 역사를 말할 수 있을까?
꼬불꼬불 고갯길을 넘을 때마다 답할 수없는 물음만 던져진다...
2. 홍천 물걸리 절터
2-1. 홍천군 내촌면 (동창) 물걸리
홍천에서 인제 넘어가는 길... 44번 국도가 시원스레 확포장 되고
홍천강의 옛이름 화양강 휴게소를 지나면 구성포리가 나온다.
구성포, 예전에는 여기까지 배가 들어왔고 물물교류의 중심지였던 곳...
물걸리가 위치한 동창은 동쪽의 곡물 보관창고였다는 뜻이니
물걸리, 동창, 구성포, 홍천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물류의 중심지였음이 분명하다.
넓은 홍천강과 시원하고 호방한 전망을 가진 홍천은
지금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나?
배산임수와 뱃길, 그리고 번창한 나루터가
더 이상 그러한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버겁게 느껴진다.
길이 중심이 되고, 서울로의 근접성이 중심이 되는 지역의 불균등 발전은
한때의 영화가 미래에 지속되지 못함을 보여주는 단표들이다.
<물걸리 절터를 찾아 가는 길...>
사람이 모이고, 농업생산력이 높고, 교통의 중심이 되고
군사적 요충지가 되는 것은 도시형성의 과거형 조건이 돼버렸다.
행정과 법률, 즉 권력이 몰리고 가치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기능이 집약되는 곳...
농업을 기반으로 상업이 발달한 중세 도시의 충분조건이다.
이제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을 동시에 구비하고
자본이 모일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이 완비되어야 하며
문화와 교육이 소비와 충분히 결합되어야 근대적 도시로 인정받는다.
지역이 상품이 되고, 자연지리가 인문지리에 종속되는 시대에 나는 살고 있다.
<과거와 현대가 고스란히 교차되는 곳...>
물걸리까지 들어가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에 머문다...
생각보다 깊은 곳...
다른 농업도시였으면 산불조심 깃발보다 다른 깃발이 많았을텐데...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차들이 산불조심 깃발을 꽂고 계도방송이 열심이다.
모두다 공무원들일텐데 고맙다고 해야할지, 미안하다고 해야할지...
<물걸리 기미독립운동 기념탑 공원... 절터 바로 앞이다...
내촌면 물걸리 바로 옆 서석면은 강원도 동학농민운동군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곳이다...>
그래... 언제가 왔었지... 삼일운동기념 공원이 있고, 그 대승사 뒤쪽...
비슷비슷한 자연이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강원도 농촌의 깊숙한 마을이지만
기억을 되살리고 단서를 재구성하여 과거를 조각하는 의지가
여전히 대견하고 기특하다...
<물걸리 절터 바로 진입로에 새로 들어선 대승사... 이정표는 대승사를 보고 찾아야 한다...>
2-2. 물걸리 절터 삼층석탑
정성스럽게 서있는 삼층탑이 눈에 들어온다...
75년에 보수한 높이 4m의 보물 545호 통일신라시대 작품이다...
두터운 검푸른 이끼들이 정겹고
차분하면서도 당당한 기품이 시원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래~~~ 이런 맛을 느끼려 물걸리를 찾았지...^^
층급받침이 각지지 않고, 4단으로 줄었다면,
기단부 판석에 탱주가 하나이고 이만한 크기라면 9세기 중엽이나 후반쯤일까?
경주일대의 시원시원하면서도 당당하고, 우아하며 정연한 삼층탑은 아니지만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품을 놓치지 않았던 것은 여전히 고마움의 대상이다...
호방한 조망을 갖춘 것도 아니고
장엄한 생동감을 불어 주는 것도 아니지만
조악하지 않고, 고졸하지도 않으면서
당당함과 의연함을 간직한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삼층탑이다...
조금은 유약해 보이고, 조금은 권위를 잃었지만
세월의 깊이와, 석공의 공력이 탄탄하게 느껴짐은
적절한 체감과 크기에 알맞은 비례,
그리고 균형 잡힌 자태가 만들어주는 상큼한 눈 맛임에는 틀림없다.
이만하면 충분히 서정과 수사를 넘나들며
또 다른 역사의 통로가 되고, 서사의 매개가 되기에
그리 부족하지만은 않을 듯싶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원주의 거돈사탑이나 설악산 양양의 선림원탑과 비슷하다...
거돈사탑에 비해 안정감이 크고, 선림원탑은 기단부에 몸돌장식이 있다...>
2-3. 물걸리 절터 석불좌상과 대좌
석탑의 왼편으로 새로 지은 전각에 보관된 4구의 보물을 뜯어보면
그 정성스럽고 화려한, 유려하면서도 당당한 또 다른 신라인을 만나게 된다.
많이 마모된 석조여래좌상과 비로자나불좌상 보다는
석불대좌와 광배에서 느끼는 흐트러지지 않은 장엄과 문양들은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랑스러운 유물들임에 틀림없다.
각각 보물 541, 542, 543, 544호로 지정된 4구의 좌상과 좌대, 광배는
강원도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신라의 유물들이다.
야~~~ 이렇게 깊고 깊은 곳에,
이렇게 정성스럽고 정연한 기풍의 화려한 유물들을 남긴 이유가 무엇일까...
각각 8각 연화좌로 만들어진 좌대들은
하대석에는 안상을 두고 가릉빈가, 향로 등이 조각되어 있고
중대에는 우주와 보살입상과 공양상, 팔부중상 등이
다시 상대와 하대는 복련과 앙련을 조각하였고,
연잎에는 꽃무늬까지 새겨 넣어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복련이 굵으면 보살상은 얇게,
앙련이 화려하면 공양상은 단순하게 혹은 여백으로,
연잎이 넓고 크면 귀꽃을 두어 변화를 꾀했고,
염화문과 구름무늬로 섬세하고 화려하게 광배를 채우면서도
석불이 앉았을 중앙부분은 커다란 연꽃으로 가볍게 여백을 만드는 솜씨는
어지간한 경력의 석공들이 남긴 작품들보다 한수 위의 내공을 자랑한다.
물론 화려하다해서 조잡하거나 복잡하지 않고
장식이 많다고 해서 가볍거나 어지럽지 않다...
뜯어보는 하나하나가 자랑스럽고 즐거운 눈요기다.
마당의 석탑을 만든 솜씨가 그렇게 이어지고
1,000년을 뛰어넘어 내 마음을 그렇게 즐겁게 호강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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