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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행...

여행> 운길산 수종사에서 두물머리를 보다... 0706

 

 

 

운길산 수종사에서 양수리를 바라보다... 0706




4차원의 세계에 머물면서 11차원의 우주를 분석한다...

왜 11차원인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엊그제 밟아본 수종사 사진을 꺼냈다.

극단의 호기어린 자극과 세상을 향한 부조화의 균열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

 

 


가끔은 선녀의 강림을 꿈꾼다...

세속을 꽉 채워줄 선계의 향기를...^^


ㅎㅎㅎ 그런 것과 그런 경험이 존재하는 가의 유무는 중요치 않다.

단지, 그것을 받아들인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렇지 않는가가 중요할 뿐...

오늘은 선계의 향기를 채워줄 공간을 찾는 날이다...

 

 


어디로 갈까?

바다... 그 넓음을 채우기에 아직 내딛지 못한 많은 것들이 걸린다.

건축공간... 그 치밀함을 담아 오기에 생산을 위한 자극이 부족하다...

산... 그 높음을 점유하기에 내 몸이 변명하는 많은 것들을 위로해야하고...

 

 


음~~~

물도 있고, 산도 있고, 인위적 건축도 약간은 남아있는 양수리, 수종사를 택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방향의 이정표를 떼어내면 한강이 되는 곳...

물에서 삶을 찾고 역사를 찾는 게 나만의 취향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양수리와 수종사는 조선의 느낌이 강한 곳이다...

해서, 오늘은 구름도 쉬어 간다는 운길산 꼭대기에서 한강을 바라보고 싶었다...




여행과 답사가 더 이상 목적물의 견문으로 그치지 않아야 하며

특히 먹거리와 잠자는 공간의 품격에 좌우되는 게 반복되는 반성이지만

늘상 목적에 가려진 작은 선택들이 가끔 나를 아쉽게 만들고

오늘은 정말 부적절한 선택으로 양수리의 바람을 넉넉하게 담지 못했다...

 

 

 

 

석양의 양수리와 새벽공기에 가득 찬 양수리를 담기에 너무 준비가 부족했다.

이제는 하나의 공간에서 다양한 시간의 점유를 느낄만할 때도 됐는데

반은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으로, 또 다른 반은 약간의 피로로 포기했다.

 

 

 


 

1km만 후진했어도 쉬이 수종사를 찾을 수 있었는데

북한강 건너를 다리를 찾지 못해 50km를 돌았다.

결국 청평대교에서 다리를 찾아 수종사 이정표를 확인할 때는 이미 9시...

석양빛에 반사되는 양수리, 두물머리의 황혼은 별빛에 숨어 버렸고,

아늑하고 포근한 잠자리는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묶여 붉은 커튼에 가려졌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물을 참 좋아한다...

나의 부자유와 도도하지 못한 가벼움만큼 물이 주는 감상은 깊다...

산도 참 좋아한다...

나의 작음과 좁은 만큼 산이 주는 넉넉한 시야와 호탕함을 즐기고 싶다.

가장 작은 걸음으로 이 둘을 한가슴에 안고 싶어 찾은 수종사다.

 

 

 


 

언제쯤 와 봤지?

색시와 햇살이 데리고 시원한 물길을 보여주고 싶어 올라와

겨울의 따사로운 빛에 반사된 은행나무를 찾았던 게 대략 5년 전...

물과 들을 필름에 담고 싶어 급작스레 차를 몰고 왔던 게 10여년 전...

물론 그 사이 사이, 정약용이란 인물을 느끼고 싶어서 주위를 몇 번 배회했던 것 같고...

그래도 두물머리 끄트머리에서 한강수를 담아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오년전쯤일까? 한겨울... 석양빛을 받은 양수리를 바라보던 게?...> 

 


 

만만치 않는 경사를 차를 몰며 운길산 7부 능선까지 오른다...

싱그러운 바람에 몸을 맡긴 많은 등산객에게는 마음속으로 용서를...^^

부실한 다리와 충분치 않은 시간의 핑계를 살짝 끼워 넣는다...

그래 이맘쯤 공터가 있었지...

 

 

 


시간의 흐름과 사람의 흔적은 근친의 필요만큼 자연은 해체된다...

화장실도 생기고, 잔치국수집도 생기고, 콘크리트 포장도 생기고 깨지고...

그래도 잃음보다 얻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사용하는 이들의 자기만족이다...

 

 

 




최소한의 건축공간만을 허락한 운길산 수종사는 좁은 공간이다...

명산에 명찰이 있지만, 높은 산을 가로막는 큰 건물은 없고

좁은 공간을 무절제하게 점유한 가람공간도 없다...

풍수와 도참의 영향은 그렇게 천 여 년의 세월동안 우리의 DNA가 되었다.

 

 


수종사의 맛은 뭐니뭐니해도 7부 능선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의 물길이다.

자연의 바람을 끌어안을 만큼의 낮은 담장으로 만들어진 조금은 여유로운 공간...

차 한 잔에 한강을 대작하며 풍광을 노래했을 많은 묵객들을 끌어 모아

산수와 자연과 인생을 노래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조망과 전망을 갖춘 곳이다...

 

 

 


세조를 비롯해서, 세종, 정약용, 이이... 끌어들일 사람 모두 모아 볼까?

ㅎㅎ 오늘은 그런 자리는 아니니, 그냥 시간 속에 한자락 추억을 만드는 걸로 족할까?

500년 묵은(?) 혹은 넘은 나무그늘에서 잠시 시원하고 상큼한 바람을 담아 본다...

세월을 담아 사연이 많을지, 그 시간으로 기억하는 삶이 많을지...

묵언의 공간에서 당당한 은행나무의 시선으로 수종사란 공간을 그려본다...

 

 

 

<이 은행나무 아래서 참 많은 시간을 보낸것 같다...^^> 

 

 

 

오늘은 멀지 않다는 운길산 정상을 찾기로 했다.

20여분 거리에 1km 남짓의 시간이면 된다는 어디선가의 안내는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경사에 임하는 나의 심장과 다리를 압박한다...

그래도 여유롭고 힘들지 않음은 모처럼의 산행이 주는 나무들의 향기 때문일까?

 

 


악산도 아니고 육산도 아닌데, 돌부리도 많이 채이고, 메마른 흙자갈도 미끄럽다.

와이어 로프에 몸을 맡기고, 드문드문 나무계단에 발을 올리면 그도 멀지만은 않은 거리...

쉬엄쉬엄 의자와 평상이 꺾이는 공간마다 휴식을 보장하고

이온음료와 홈런볼이 갈증과 허기짐을 채워준다...

 

 


 

600여 미터가 조금 넘은 운길산 꼭대기는 그리 호방한 전망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오로지 두물머리를 조금 더 높은 공간에서 조망하고자했던 기대는 그렇게 깨지고

멀리 북한산, 삼각산 아래에 자리 잡은 현대의 건축들이 물결을 이룬다...

 

 


너무 좁지? 너무 작고...

가로막힌 시야를 한탄하기에도 딛고 오른 정상의 의미가 무색하지만

하늘에 조금 더 가까이서 가져오는 작은 성취는 하나의 꼭지점으로 기억될 것 같다...

운길산 정상의 이정표는 그렇게 마음에 각인되고...

 

 

 


오르는 건 힘들지만, 내려오는 것은 어렵다는 게 나의 생각...

좋아함과 또 다르게 내게 오랜 기억으로 남은 산은 북한산, 황산, 두타산이다...

두타산에는 다짐을 내려놓았고, 황산에서는 심신의 깊이를 만끽했고,

그리고 북한산에서는 나의 마음을 열어서 일까?

그 숱한 산중에 나는 여전히 나의 노고와 호기심으로 기억의 깊이를 가늠한다...

 

 




한강의 깊이를 역사와 예술만으로 담을 필요는 없다.

오늘은 두물머리 끄트머리에서 잠시 산책과 풀어놓은 마음을 노래하고 싶다...

나의 못된 습관중 하나는 늘상 생산과 확대재생산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호기심을 채우고,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고, 미지의 충만을 염원한다...

 

 


그러나 거니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고

바라보는 풍광만으로도 부족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어쩌면 나는 보이지 않는 이유만으로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굳이 어떤 의미를 찾지 않아도 충분한 이유를 지니고 있다...

 

 

 


두물머리에 머무는 많은 사연들과 숱한 의미들도 오늘은 자유롭다.

화사한 햇빛과 시원한 강바람...

나무가 주는 그늘에 몸과 마음을 맡겨도 상큼할 수 있음은

나의 작지 않은 변화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을 자연으로 보고,

꽃을 생명으로 보고,

나무를 바람으로 보고...

 

 

 


하늘을 파아람으로 느끼고,

구름을 하얀색으로 느끼고,

산을 초록으로 느끼고...

 

 

 


ㅎㅎ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라는

뜻 없고, 의미 없는 동어반복에서

우리는 지혜를 찾고 깨달음을 갈구하는데

자연 속에서 거니는 꽉 찬 마음이 무엇에 부족할 런지...

 

 




오는 길 내내...

내게는 결코 지겨울 수 없는 한강에서 아는 노래를 골라본다...

ㅎㅎㅎ 처음과 끝, 혹은 곡조를 기억하는 것들이 내 가슴에 남아있지 않다...

아는 게 없다... 꼭 그만큼 즐기는 게 없는지도 모른다...

 

 

 


노래할 줄 모르고, 시간을 음미할 줄 모른다면, 놀 줄 모른다면...

나는 아직은 어리고 부족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머뭄과 공유와 대화의 향기는 즐길 줄 아는 여유에서 생기는지도 모르겠다...

 

 

 


혼자가 아닌 관계에서...

이해가 아닌 느낌으로...

생각이 아닌 현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