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승과 솟대...
사진들은 경기도 광주군 일대의 장승들인데
내가 간 일정대로 살펴보면
천진암 ; 천주교의 성지중 하나는 사진이 없을 것이고
우산리의 장승은 3번을 돌고 돌았으나 찾지 못했고
빨간색 칠한 장승은 퇴촌면 관음리에 있고
(책에는 건너편의 호전적인 장승이 따로 있는데 찾지 못했다)
<경기도 광주군 일대의 목장승들...>
남방적제장군 이라고 쓰여진
얼굴 두분(마을 주민들은 두분 세분이라고 한다)만 보이는 장승은 무갑리 장승이고,
덤불속에 한분이 가려지고 두분만 보이는 사진이 건너편의 북방흑제장군이다.
(책에는 4분씩이 찍혀 있는데 지금은 없다)
그리고 무갑리 개울의 사진이 같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갈대와 해를 앉고 찍은 장승이 하번천리 양짓말 장승인데
귀엽고 친근한 장승은 찾지 못하고 지하대장군과 천하대장군만 찍었다.
그리고 일단 포기 했다가 다시 차를 돌려 서하리로 가서 찾아낸
갈참나무 옆에 숨어 있는 서하리 안골장승사진과 석양의 사마루 장승 사진들이다.
들녁은 양짓말의 들녁이고.
장승을 보러 간 이유는 ‘얼굴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바닷가를 보기 위해 강화도로 갈 예정이었는데
늦잠을 잔 바람에 포기를 하고 서울근교로 택하게 되었다.
몇가지 실수를 했는데 사전준비가 너무 없었고,
목적이 뚜렷하지 못했고, 사진이 서툴렀다.
즉 책과 많이 달랐는데 주변이 온통 음식점으로 바뀌고 있었고,
아무도 관리하거나 돌보지 않아 손실이 심했고,
마을 사람들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사진에서는 빛의 분할에 실패했고,
석양에서 라이트를 사용할 생각을 못했으며, 구도도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장승사진이나 답사는 여름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덤불속에 묻혀 있기도 하지만 마을의 수호신은
한참 일한 농번기보다는 농한기에 많은 얘기꺼리를 만들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승과 솟대는 초록색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은 枯木이기도 하다.
TV문학관에서나 연상되던 산동네 어귀의
크고 든든한 장승이 나의 장승에 대한 선입견이다.
남방과 북방을 지키는 풍수사상에,
제갈량과 주유의 지혜와 용맹성을 상징하고,
하늘과 땅의 샤머니즘까지,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음양까지도 장승은 두루 두루 갖추고 있다.
<지리산 벽송사 나무 장승...>
이게 장승에 대한 내 지식의 무게다.
근데 별로 무겁지 못했나 보다.
내 차는 계속 돌고 돌았으며,
장승들을 보면서 나는 아무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솟대가 내게는 매우 이질적이었다.
풍요와 이상세계의 동경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인간보다 높이 서서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새,
그런 새가 꽤 높은 곳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꽂힌 나무가지 위에 대충 조각되어있었다.
<장승과 솟대...>
장승과 함께 서있는 솟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당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이렇게 한곳에 모아놓고 또한 한꺼번에 모두 이루고 싶으셨나 보다.
초라한 현실만큼 커지는 꿈을, 정성과 기원으로 대신했을 장승과 솟대가
지금은 너무나 초라하다.
현실이 너무 풍요로워서 그럴까?
둘째는 크기다.
내 키보다 작다는 게 또한 어설펐다.
귀신들을 물리치고 잡귀들을 호령하려면
최소한 나보다는 우람하고 큼직해야 했을 것 같은데...
김희균이라는 글쓴이는 ;
‘마을사람들의 소망을 들어주는 대상으로 훨씬 가까웠으니
그들의 애환이나 고충을 끌어안고 곰삭여 주는 건강한 모습이면 족했다.’ 라고 썼다.
<민속박물관... 우리나라 장승을 대표하는 여러지역 장승들이 모여 있다...>
그래 어쩌면 나는 귀신이나 잡귀들 때문에 근엄하고 엄숙함을 해석한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겉치레로서의 권위를 보다 높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공동체의 표식과 그들 의식의 중심이 항상 권위만을 필요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건강하고 지속적일 수 있는 것!
장승의 사진에서 나는 그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얼굴이다.
글세... ... 동어반복이지만
얼굴들이 절대 험하거나 무섭지 않았다는 게 나의 느낌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도 귀신이나 잡귀를 쫓으려면
무서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병도 못 들어오게 지키고, 소원도 들어 주려면
우리들 보다 무섭고 힘 있게 생겨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우습지만 말이다.
몇 분 보지는 못했지만, 그려진 모습들은 투박했고,
조각된 모습들은 친근하고 천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분>이라 쓰기로 했다.
장승은 3-4년만 방치해도 썩어 없어지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새로 깎아 모셔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모실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의 정성만 생각한다고 해도,
장승이지만 분이란 호칭을 받을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장승을 다시 깎아서 모시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공동체를 귀찮아하지 않는 따스한 정성처럼,
지금보다 나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기원처럼
장승은 꼭 그렇게 생기면 되는 것 아닌가?!
<용인 민속촌의 장승 모음...>
나는 이번에 꼭 꼭 숨어있는 장승들만 보았다.
그리고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도 모른 체 마냥 찾아 헤매기만 했다.
그러나 다음에는 다시 한 번 찾아보고 싶다.
아직 보지 못한 남한산성의 장승들을 찾을 때는 조금 더 풍부한 생각을 약속한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이 좋겠지?
<세중박물관의 솟대 모음...>
**이 한테 뭔가 말만 하려고 하면 이렇게 길어진다.
못했던 음악 이야기하고, 장승 설명 좀 하려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장승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짧게(?) 정리했다.
장승 때문에 또다시 미뤘는데, 아직도 자연스러운 자연을 접하고 싶다.
억지로라도 다시 한 번 여행을 계획해야 될까 보다.
잠깐 바람 쐴만한 곳 없니? 추천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내게 욕심(?)이 하나 생겼다.
**이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 말이다.
내가 욕심이라는 단어는 잘 쓰지 않는데,
후배들을 대하는 **이를 보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물론 이것은 말 그대로 욕심일 뿐이다.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나의 즐거움은 가끔 이런 엉뚱한 욕심도 만들어 낸단다.
이해해라.
직장에서 상사에게 동료에게 후배들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능력 있고 인정받는 멋있는 모습이기를 그려본다.
일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것.
건강 하거라.
1996. 9. 10.
'경기도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헛생각> 봉은사 판전을 보면서...08111* (0) | 2008.11.25 |
---|---|
성북동 옛길> 길상사, 최순우 옛집...08102* (0) | 2008.11.10 |
최순우 옛집> 너그럽고 의젓한 안목의 소유자...08102* (0) | 2008.10.29 |
여행> 운길산 수종사에서 두물머리를 보다... 0706 (0) | 2007.06.18 |
여행> 여주 영릉(세종대왕릉)... 070606 (0) | 2007.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