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럼프가 길었다...
* 예전 같으면 어디론가 떠나거나,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사람을 만났을텐데...
* 이런 저런 생각에 오래된 글들이지만 외국여행기를 쪼개서 정리해 본다...
* 사진은 스캔을 거의 하지 않은데다 맘에 드는 것도 별로 없고해서 간략하게만 올리려 한다.
* 뭔가 종합적으로 변화를 만들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도 들도...^^
* 오래 된 글이라 딱딱하고 어리숙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때의 나도 나일테니...ㅎㅎ
92. 1.16. 서울/로스엔젤레스
* LA에서 느끼는 공공의 책임과 기획
* 유니버셜 스튜디오 - 과학과 꿈과 동심의 세계
13시 35분 NW 024편으로 서울을 출발하여 동일 09시 35분 로스엔젤레스에 도착.
비행시간은 11시간이었으나 시차로는 17시간을 뒤로 즉 [과거로] 돌아간 셈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늘 보던 산천을 떠나 지구를 돌아다볼 수 있다는 것,
언어와 문화 역사가 다른 나라를 가 볼 수 있다는 것,
충분한 준비는 없었지만 소중하고 어려운 경험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 계획이 있고, 공공의 책임이 살아있다 !
SEIL 여행사의 박영경씨 안내를 받으면서 우리 일행은 LA시내 관광을 시작하였다.
인구 3천만명, 미국에서는 세 번째로 큰 면적이며,
주산업이 농산물로 세계 쌀생산의 40%를 담당한다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도시라는 LA.
86개의 방계도시로 구성되어 있고, 1,200만명의 인구가 상주한다는 LA카운티,
미국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며
외국인중 가장 큰 규모의 한인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곳,
기후는 사막기후에 가까워 1년 중 겨울에만 비가 오고 습도는 거의 없고,
지진이 빈번하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우리는 리즈니치 천문대에서 시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넓은 땅덩어리가 있기에 굳이 고층을 짓지 않았겠구나 하는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지진의 영향]으로 고층을 올리고 싶어도 올리지 못한다는 설명에
흔히 봐왔고 상상하던 도시의 개념은 달라졌다.
아무래도 건축쟁이들이 몰려다니는데
당연히 첫 번째 관심사는 건물의 미와 실용성 등 일텐데,
그러한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서 느껴진 시내의 계획적인 배치와 조경에
무척 잘 돼있구나 생각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충분히 감동을 받았다.
왜냐하면 년 중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콜로라도 강에서 물을 끌어다가
인공적으로 스프링쿨러를 통해 시내 전체의 나무와 화초를 가꾼다는 점 때문이었다.
공공의 목적을 위한 공공의 투자... 사유를 넘어서 공동체의 관리에 대한 충분한 의지...
또한 전 시내를 연결하는 FREE WAY 시스템은
[짝수와 홀수의 배치로 방향표시(동서방향과 남북방향)까지 한다]는 말에
[상당히 계획적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하며,
무척 세심하게 정책을 주도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버리 힐즈를 멀리서 내려다보고,
헐리우드라는 간판을 보면서 우리는 에도코 부페라는 한인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중심지로부터의 거리와 교통,
그리고 학군과 개발정도에 비례하는 우리들의 주택가격과,
전망에 따라 주택가격이 달라지는 미국인들과의 문화적인 차이점을 느끼면서
단순한 문화적 차이인지 아니면,
서부시대부터 형성된 보호본능과 (높은 전망대의 필요성)
자기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지를
명확히 결론짓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또한 자체적으로 경찰과 쇼핑센터,
그리고 관청과 금융기관을 운영한다는 비버리 힐즈라는 부자동네를 내려다보면서
미국인의 의식 중 하나인, 자기와 비슷한 위치와 처지의 사람들끼리
주거공간도 대화상대도 경쟁상대도 일치시키며,
또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미국인들의 [여느주의]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부자동네 달동네 구분이 많이 되지만,
과시와 안정을 이룬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면서도,
우월감 또는 열등감 보다는, 지금의 처지와 위치를 인정한다는 점과,
같은 처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상대를 골라 최선을 다한다는 미국인들,
그러면서도 자신과 수준이나 처지가 다른 사람들(카스트라 부른다고 한다)과는
상대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인들의 무척이나 모순된 현실우선주의를 혼자서 되새겨 본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 돈만 있는 게 아니라, 과학과 꿈과 동심이 있다.
너도나도 카메라를 둘러메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도착하였다.
이제는 멀리서 바라보는 여행이 아니라 직접 즐기고 느껴보는 순서인 듯싶다.
스턴드맨들의 쇼를 재미있게 보고,
기차처럼 생긴 버스에 앉아 킹콩,
십계의 탈출 녹화 현장, 물난리의 현장,
죠스, 키트, 얼음 동굴 등의 영화세트를 즐겼다.
자신들의 발자취를 잘 보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매우 감상적으로 그러면서도 오락성 있게 만들어 놓은 영화세트들을 구경하며
미국인들의 철저한 상업주의에 잠시 웃어 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길게 만들어질 뻔 했다가 안전상의 문제로 3단으로 나누었다는
에스켈레이터에서 내려다본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무척 넓고 깨끗하게 단장이 되어 있으며, 잘 정돈된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LA에 영화문화가 발달된 것은
천혜의 기후적 조건이 많이 작용하였다고 한다.
물론 영화세트로 4계절을 모두 꾸며 놓았지만,
LA에서 1시간 거리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모두 촬영할 수 있고,
산과 바다, 사막과 초원, 그리고 밀림까지 모두 촬영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이
헐리우드를 영화문화의 메카로 자리 잡게 한 천혜의 지리 기후적인 조건이었다고 한다.
나에게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중국기행 영화와 ET자전거였다.
먼저 중국기행 영화에서는 중국의 소개보다도
그 영화를 찍은 카메라가 무척 인상 깊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설명이었지만 대충 감으로 잡은 것은
4면을 한꺼번에 찍을 수 있는 카메라에 대한 구상과 실천이었다.
처음 설명을 들을 때(통역의 도움 없이 짜 맞추었지만) 장난인줄 알았다.
9개의 카메라로 40°씩 나누어서 [360°의 원을 동시에 찍는다]는 구상은
참으로 기상천외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궁금했던 점은 ‘어떻게 필름을 하나로 묶어서 상영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의문이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이 궁금증도 곧 풀릴 수 있었다.
9개의 필름을 따로따로 그렇지만 동시에 돌리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촬영 기술과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며 실천해보는 미국인들,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감한 투자와 도전성]에
탄성과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매우 환상적인 분위기로 꾸며진 ET자전거.
물론 나는 ET영화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선전을 통해서 이야기를 통해서 그 영화에 대해 들은 바는 있었다.
영화를 보았다면 훨씬 많은 생각을 했겠지만
나 같은 ET 문외한도 자전거를 타면서 여러 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짧은 시간과 코스에 내용을 축소시켜 만들면서 환상적인 ET들의 세계를 연출하고,
또 하늘을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다본 시가지등은 참 인상적으로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좁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우정이라는 주제와 꿈과 동심의 세계로 관광객을 이끄는 연출이,
참 아기자기 하면서도 세심한 구성이라 생각이 든다.
[꿈과 동심의 세계, 과학의 힘으로
영화의 추억과 즐거리로 즐거운 미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상업적이라고만 평하기에는 나름대로의 예술성을 충분히 담지하고 있다]고 생각됐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HOLIDAY INN HOLLYWOOD 호텔에 투숙하였다.
룸메이트인 동일여행사 김과장과 가볍게 인사를 마치고
국제전화 거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해 보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밧데리와 필름을 사면서 느꼈던 비싼 물가와,
언어의 장애를 어떻게 돌파할까(?) 생각해 보면서 미국의 첫날밤을 보냈다.
호텔에 투숙할 때 예약상황을 점검하고 체크인 과정에서, 느꼈던 당혹감.
결국은 호텔 안내원의 도움으로 키를 바꿨지만,
불행히도 나의 영어회하 실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힘들게 문장을 만들고 고민고민 하여 말한 단어들은,
발음도 틀리고 문장도 성립이 않되, 상대편이 알아듣지 못했고,
단순한 단어들로 뜻을 전달할 때 참 답답하고 어처구니없었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할 때 나의 영어점수는 양이었고,
더욱이 미국을 싫어 한다는 이유로 영어공부를 아예 제체 놓기는 했지만
[말을 통할 수 있는 능력, 나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은 역시 소중하고 중요한 생활의 도구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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