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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

미국여행 2> LA... 디즈니랜드와 거지... 920117

 

 

1. 17. LA

       * 디즈니랜드 1 - 고마운 선물

       * 디즈니랜드 2 - 기다리는 교육/사자와 원숭이

       * LA 다운타운가에서 생각하는 노동관과 거지



오늘은 어린이들의 꿈동산, 디즈니랜드를 관광하고 쇼핑을 하는 날이다.

오늘의 관광 주제도 직접 즐기는 것이다.

먼저 ‘모험의 나라’에서 ‘인디언의 정글’을 배를 타고 돌았고,

다시 ‘바이킹의 집’을 배를 타고 돌았다.

‘비평의 나라(?)’에서는 ‘귀신의 집’을 찻잔에 앉아서 구경하고,

‘개척의 나라’는 광산열차로 일주하고,

‘환상의 나라’에서는 역시 배를 타고 작은 지구라는 ‘인형의 집’을,

그리고 ‘미래의 나라’에서는 스타트랙과 우주열차, 그리고 잠수함을 타보았다.




   디즈니랜드 - 고마운 선물.


몇 가지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면,

‘귀신의 집’에서 내가 죽은 다음의 귀신 모습과 영상들의 파티를 본 것이었다.

모든 코스가 나름대로 주제와 줄거리를 가지고 진행이 되며,

기계들의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내고

산뜻함을 주는 연출의 섬세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코스는 인형들의 나라인 SMALL WORLD였는데,

디즈니랜드의 오픈을 축하하기 위하여

세계 104개국(?)에서 보내온 각각의 나라 인형들로 구성된,

말 그대로의 작은 세계였다.


어린이들의 놀이동산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어른들의 꿈을 담아서,

각 나라 어린이들의 모습을,

각 나라 어린이들의 꿈의 세계를,

각 나라 어린이들의 가장 행복한 모습을 담아서,

각 나라의 문화와 노래와 의상을 하나로 집약시킨 인형의 집은

참으로 축복 받은 공간이라고 생각됐다.


아마도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모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희망과 꿈을 가득 품은 어린이들을 한꺼번에 보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견학이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보기에 디즈니랜드는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또는 톰과 제리(제일 좋아하는 TV 프로)라는 만화 때문에 유명한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꿈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명소가 됐으리라.


무려 47년 전(?)에 -지금보다는 훨씬 후진적인 모습이었겠지만-

당시의 미국 기성인들은 이렇게 훌륭한 선물을 후대의 어린이를 위해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의 어린이를 위해 만들었다.

그것은 나에게도 커다란 선물임에 틀림없다.




  기다리다 끝나는 관광코스(?)


디즈니랜드는 기다리다가 끝나는 관광코스라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어떤 코스도 갈지자() 모양의 지그재그로 줄서는 코스가 나타나고,

좁은 공간을 매우 입체적으로 충분하게 활용하면서,

때로는 시각의 착각을 유도하고,

때로는 속도 있는 변화를 주고, 때로는 완만한 움직임을 통해서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하나는 기다리는 여유이고,

또 하나는 섬세한 기획과 연출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넓다. 잘은 몰라도 사람이 살고 있는 땅보다는 놀고 있는 땅이 더 많다.

비슷한 인구를 가진 서울과 비교해서 면적이 12~13배가 된다는 LA카운티의 규모,

10만평이나 되는 디즈니랜드의 주차장,

한나라에서 5시간의 시차를 가진 큰 나라,

아무튼 크다는 느낌은 사람들의 체격에서도 느껴진다.


그러나 단순히 크기 때문이란 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거기에는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섬세함과 아기자기함이 숨겨져 있고,

어느 하나라도 멀리 보면서 만들어 내는 계획성과 도전적인 실천이 있으며,

비록 상업성과 오락성으로 포장되었더라도

인간의 심리를 철저히 분석해내는 예리함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를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과거를 충분히 보존하고 계승시키는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성공한 사례와 관광대상지, 그리고 위대했던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실패작들과 실패한 인생들 속에서 이루어졌겠지만,

그러한 실패까지도 성공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았다면

그것은 분명 칭찬 받을만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디즈니랜드는 미국생활에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들로 하여금

기다리는 훈련을 시키는 훌륭한 교육장이란 말이 있다.

지그재그 모양의 기다림 코스(?)에서 당장에 확인할 수 있었던 말로서,

우리 일행역시 2~3시간은 아니지만 어디에서건 기다렸다.


서양인들의 느긋한 시간감각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하면서주의]에 물든 우리들의 습성 때문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혹자는 이를 사자성과 원숭이성(?)으로 구별하여

먹는 문화에서 연유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사자는 2~3일에 딱 한 번 움직인다.

그렇지만 육식성이기 대문에 한 번의 영양보충으로 며칠간을 충분히 버틸 수 있어,

양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들의 습성을 사자성으로 부르고,

영양가 없는 식물 즉 초식을 주로 하는 원숭이는

늘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살아갈 수 있다하여,

이를 동양인에 비유하여 원숭이성으로 설명하는데

그 말이 크게 틀리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걸음새에서도, 일을 할 때와 쉴 때의 구별에서도,

노동관에서도 차이가 많은 의식구조이기에,

먹는 것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아무튼,

기다림에 충분히 단련된 모습은 분명 우리와 차이가 많다.




  LA 다운타운가의 거지들의 거리 - 남들에게 일이란 ?


점심을 햄버거로 때우면서까지 즐겼던 디즈니랜드를 떠나서,

우리일행은 LA 다운타운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50여개의 고층 건물군을 지나

차이나타운, 재팬타운 등을 버스로 관광하고,

거지(?)들의 거리를 지나 쇼핑을 하러갔다.


가이드는 미국에 발달된 거지들의 노숙에 대하여,

소위 하층계급의 게으름과 너무 잘 발달된 사회복지정책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게으름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거지들의 존재를 전부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우리들의 노동관과 서양인들의 노동관의 차이가 아닐까?

 

즉 우리는 일을 하늘이 내려준 천명이라고 생각하거나

설사 불만이 있더라도 ‘운명이겠거니...’ 하면서 일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거기에 ‘보수적인 근성’과 집단적인 강제(교육 등)까지 겹쳐지면서

부지런히 일하는 민족이 되었고,

해야 할 일이 없을 때의 불행과 공포를 떨쳐버리기 위해

삶속에서 아예 일거리를 억지로 만들어 놓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시지프스 신화]에서 인지되듯이 서양인들에게 일이란,

본래 괴롭고 불쾌한 것이며, 형벌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서양인들의 노동관은 3가지의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더 좋은 삶과 현대적인 가치추구를 포기하고 일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

즉 거지가 되는 길이 첫 번째요,

출근시간과 퇴근시간만은 칼같이 지킨다는 엄격한 시간관념

(일에서 빨리 해방되기 위해서)이 두 번째요,

세 번째는 노동의욕의 저하와 저능률성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노동관의 차이를 전제로 하면서

노동조합운동의 발달과 사회복지정책의 발달 등이 어우러져

미국의 거지는 늘어났고 앞으로도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쇼핑을 하면서 우리일행은 문을 꼭 잠근 한인백화점에서 쇼핑을 하였다.

참 불행한 일이다.

해가 떨어지면 밤거리를 배회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고

저녁 쇼핑을 위해서 우리는 문이 꼭 잠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으니... ... 

엊그제도 대한항공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술안주를 사러가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런 것은 치안의 부재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인명경시,

아니 인간성이 완전히 배제된, 사람들이 결코 살 수 없는 거리가 아닌가 생각이 되었다.


가이드의 입에서 너무나 쉽게 흘러나오는 바람구멍이란 단어

(그런 표현을 쓸 줄 아는 게 자랑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총을 쏘고 총을 맞는 것이 어처구니없다는 게 아니라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은 광란의 거리, 정신병자들 같은 난동,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인간성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극악한 폭력성과 부패성을 증오하게 된다.

우리가 바라다 본 미국의 거리와 미국인들의 모습은

이렇게 극단적인 두 개의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