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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잡생각...

잡생각> 사자와 하이에나... 071020

 

 

 

사자와 하이에나... <라이언 킹>을 보면서...



<라이언 킹>을 햇살이와 같이 본다...

화려한 갈기를 휘날리며 모든 동물들의 영접을 받는 동물의 왕 사자...

못된 사자와 연합했던 하이에나 덕분에 황무지로 변했던 아프리카 초원에

다시 햇살이 뜨고 꽃이 핀다...

어느 님 블로그에서 보았던 지천으로 흐드러진 야생화의 꽃무지처럼 아름다운 초원...


하이에나를 보는데 갑자기 <부시맨>이 생각난다.

막대기 하나를 머리에 이고 있으면 하이에나는 공격하지 않는단다.

자신보다 더 큰 동물에 대해서는 미리 공격의사를 포기한다는 하이에나...

왜 우리는 사자를 좋아하고 하이에나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사자와 하이에나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동물의 왕 사자와 죽은 고기만을 약탈하러 다니는 하이에나...

우리 모두의 바람은 사자가 당연히 왕으로 군림하고 하이에나는 도망쳐야 한다.

현실은? ^^ 사자가 도망가고 하이에나가 항상 이긴다...ㅎㅎㅎ


사자가 왜 하이에나보다 우리에게 익숙할까?

사자왕 리어의 전설 때문인지,

백수의 <왕>이라는 개념 때문인지,

아니면 서커스에 등장하는 우람한 맹수의 화려한 갈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영화사 로고에서 으르렁거리던 웅혼할 것 같은 저음의 포효 때문인지,

이 모든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 초원 먹이 사슬 맨 꼭대기에 올라있어 귀찮게 하는 이가 없고(사람 빼면...)

사냥과 식사와 번식이 끝나고 초원에 뒹구는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들의 허기와 번식을 위한 사냥을 낭만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눈에

사자는 역시 백수의 왕이 될 만 한 기품과 자태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런 사자를 이기는 게 하이에나다...^^

늑대와 개 크기의 중간 어디쯤,

길들여질 수 없는 야성과

죽은 고기를 마다않는 잡식성에

기품과 멋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기묘한 모습의 하이에나...


긴 앞다리와 두툼하고 불편해 보이는 짧은 뒷다리...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비례를 가진 신체구조 때문에 하이에나는 멀리 오래 달릴 수 있다.

시속 60km의 빠르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몇 시간이고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맹수는

하이에나뿐이다...


검정색으로 지저분하게 보이는 주둥이를 탓하지 마라...

맹수의 무기는 이빨의 힘과 앞발의 힘, 그리고 먹이를 쓰러뜨릴 수 있는 무게다.

무게에서 앞서는 게 곰이지만, 앞발의 힘이 가장 쎈 맹수는 호랑이이다.

그럼 이빨의 악력이 가장 쎈 맹수는 사자, 호랑이, 곰 중에 누구일까?

^^ 악어를 뺀다면 단연 하이에나다...

하이에나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뼈도 으스러뜨리는 강한 턱의 힘이다...

 

 


이들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용인 에버랜드에서 호랑이와 사자를 혼숙시켜 나온 결론은 사자가 호랑이에게 밀렸다.

북한에서 의도한 결투에서는 곰이 호랑이를 이겼다.

이유? 한번 물면 끝을 봐야만 하는 곰의 끈기가 호랑이와 사자를 이겼다...^^


물론 곰과 하이에나가 만날 일은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불가능하다.

단지 곰, 표범, 치이타, 호랑이와 달리 사자는 단체사냥(?)에 익숙하고

또한 하이에나도 그런 맹수중 하나다.

다르다면 성숙한 암놈만 사냥에 나가는 사자와

새끼들까지 곁에서 사냥에 동참하는 하이에나는 차이가 있지만...


사냥이 끝난 사자 무리를 근거리에서 위협하거나 덥칠 수 있는 건

사냥한 먹이를 저장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표범도 아니고,

육상의 동물 중 가장 빠른 발걸음으로 사냥 성공률이 높다는 치이타도 아니고

검은 주둥이에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낄낄거리는 울음소리를 내는 하이에나다...




왠 뜬금없는 하이에나 타령이냐고?

나도 모른다...ㅎㅎㅎ

단지 그 속성이 떠올랐을 뿐...


우리는 흔히 강자에게서 사자의 이미지를 떠 올린다.

기다림과 기다림이 끝난 이후의 저돌적인 집착,

사냥에 임하면 분명한 나아감과 물러섬 ,

그리고 사냥이 끝난 이후의 여유와 휴식...


흔히 맹수들은 자신이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장난으로 사냥하는 일도 없지만, 사냥감의 포식이 끝나면 먹이를 남기기도 한다.

하이에나와 독수리와 날벌레와 미생물들을 위해?

그냥 배부르면 그들에게 프로그램 된 본능에 따라서...

우리는 또 그것 때문에 교양과 품위를 논할지도 모르지...^^

 

 


나는 강자에게서 <사자성>을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다.

내가 그들에게서 느끼는 것은 균형 잡힌 자태와 공격받지 않는 여유,

그리고 사냥할 때와 식사를 멈출 줄 아는 포식자의 넓은 마음을 읽지 못한다.

그들에게서 느끼는 것은 <하이에나>의 습성이다.


강자에게 적당하게 끝나는 법은 없다.

패배한 이에게 베풀 관용도 그들은 갖추지 않았다.

기다림과 휴식을 즐길 여유는 그들과 썩 친근하지 않다.

그들은 아무도 사냥하지 않는 싱싱한 먹이감만 고르지 않는다.


저항과 반성의 기회를 용납하지 않는다.

패배한 이는 다시 일어설 수 없도록 철저히 파괴한다.

정지하는 순간이 멸망의 시간을 아는 그들에게 기다림과 휴식은 마지막을 의미한다.

병들과 약한 이들을 먼저 찾아서, 남이 실패한 사냥거리를 우선 표적으로 삼는다...


하이에나 무리가 사냥을 마치고 포식을 즐기려는 사자에게서 빼앗으려는 것은

통통한 뒷다리 하나가 아니다...

먹잇감 전체를 빼앗는다...

그들에게 사냥은 꼭 자신의 발품으로 이루어질 필요는 없다...

 



언제부턴가 007 영화에서 나쁜 편 대빵의 애완동물이 바뀌었다...

사자의 갈기를 쓰다듬던 검정 장갑을 낀 손이

고양이 미간을 어루만지는 손으로, 혹은 여성의 손으로 바뀌었다...

물론 그 고양이의 대부분은 유럽인에게 동양의 상징인 <페르시안> 고양이이지만...


강자의 <하이에나> 속성을 가장 잘 가려주는 것이 애완동물 <사자>였을지 모른다.

아니 맹수의 이미지와 저돌성과 폭압성을 숨겨주는 <고양이>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고...

그들의 애완동물이 무엇으로 코디네이션이 될지 몰라도

근본적인 속성... <하이에나>의 속성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햇살아... 사자가 좋아? 하이에나가 좋아?

아빠는???

물을 걸 물어라는 표정으로 햇살이가 쳐다본다...

하이에나가 사자를 이기는 자연의 질서...

혹은 사자로 포장된 강자의 이미지에 숨겨진 하이에나의 속성...

^^ 내 헛생각은 여전히 머릿속만 맴돌 뿐이다...ㅎㅎ


표범에게는 조용필의 노래 하나로 외로운 야수의 낭만이 남아있다.

사자는 여전히 아름다운 갈기를 휘날리는 백수의 왕으로 남아있다.

호랑이는 그 아름다운 가죽으로 속담에까지 오르는 영광으로 남아있는데

하이에나는 기분 나쁠 것 같은 울음소리와 균형 잡히지 못한 몸매,

그리고 죽은 고기나 남들이 사냥한 먹이감을 약탈하는 해적의 이미지로 남았다.

 

 


오랫동안 고착된 혹은 교육된 이미지를 살짝 뒤집어 본다...

가끔은 그 이미지에 감춰진 속성에 깜짝 깜짝 놀래곤 한다...

나는 아프리카 초원의 먹이사슬 어디쯤 위치해 있을까?

봄을 맞는 아프리카 초원의 야생화 천지를 생각하며 <라이언 킹>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