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선쟁점 2 - 과거청산으로 시작하는 노정권 평가...
두 번째로 과거청산과 미래의 발전전략에 대해 살펴볼까?
이 문제는 처음과 달리 애초 대립각을 세울 카테고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노정권은 과거청산에 집착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히고
미래의 발전전략에 대한 청사진을 갖지 못한 무능한 정권으로 몰렸을까?
과거청산은 한마디로 왜곡된 진실을 복원하여 현실해석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고
부적절한 관행과 건강하지 못한 구조, 그리고 전근대적인 풍토를 개선한다는 말이겠다.
이런 의미라면 시시비비와 타이밍을 떠나 과거청산은
과거와 미래를 단절시켰던 왜곡된 인식과 원형접근을 위해서라도 절실한 문제다.
6-1. 과거청산과 개혁은 수단에 불과하다...
과거청산과 관련해 내가 말하고자 하는 문제는
필요 했는가 불필요 했는가, 지금이 시기인가 판단을 미래로 넘길 것인가가 아니다.
과거의 청산에 따른 진상규명, 복원과 개혁과 수정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며
단기간에 단정하고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닌 항시적인 인식과 문화적 소양의 문제라는 점이다.
소위 가치관의 문제이고, 정치논리의 문제이며, 정경언의 수준과 입장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과 관계가 어디 말이나 사과 운운하는 문제로 끝날 문제인가?
중국과 관계가 학술대회 몇 번하고 위원회 만들어 예산지원하면 끝날 문젠가?
남북의 분단과 미국에 대한 인식 변화가 교과서에 실린다고 결론이 날까?
친일과 레드콤플렉스가 재산회수와 명예회복, 진상규명, 붉은 악마로 정리가 될까?
게다가 88고속도로가 확장되고 화개장터가 활성화된다고 해묵은 지역감정이 사라질까?
수도를 옮긴다고 보수와 부의 세습 네트워크가 분산되고 새살이 돋아날까?
정경언의 유착과 부패, 비리구조가 특검 몇 번과 폭로로 해소될 문제일까?
게다가 과거청산과 진상조사는 현재의 이해득실과 피해자와 가해자간 은원문제를 포괄한다.
즉 선언의 문제도 아니고, 학술적 분석으로 결론날 문제가 애초 아니었다.
과거청산의 포괄적 의미인 <개혁>은 <수단이며 절차이며 방법>의 문제이며,
당연히 그로인한 당사자들의 반발과 전반적인 혼선과 단기간의 지체현상 등
세력분포와 지속적 추진력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이지 목적과 결과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숱한 작업들은 역량분산과 암초에 걸렸다.
게다가 현실에 대한 적절치 못한 대책들이 부메랑이 되어 발목을 잡혔고
미래 설계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수단과 목적의 오인 외에 노정권은 세가지 실수를 덧붙인다.
하나는 국민들을 교육하려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연정을 제안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는 점이다.
6-2. 87년 민주화 운동성과에 대한 오해와 자만심...
DJ 집권이후 소위 민주화 운동세력에 대한 기대심리와 호기심은 사실
70년대 이후 30여년 민주화에 헌신한 그룹에 대한 심리적 보상차원이 작지 않았고
비교적으로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개혁적 세력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87년 이후 진행된 <유연한 보수>의 절치부심 변화 과정이기도 했다.
군부독재 정치가 막을 내리고 직선제가 쟁취(?)된 87년의 민주화 운동 결실은
보수의 분화를 강제하게 되고 절차상 형식상 민주적 관료제를 등장시켰지만,
우파의 <양보>와 개혁적 세력의 <부각>은 이제 시작임을 선언한 것에 불과했다.
즉 정치적 완성과 사회적 분위기 재편은 누구에게 일방적 승리를 안겨준 게 아니었다.
문제는 2002 대선의 승리를 87년 이후 민주화(?) 운동의 완성으로 포장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통령 권위에 도전한 탄핵이라는 악수의 후폭풍은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보수진영, 그리고 지역감정에 근거한 반노무현 정치집단은,
이유 없는 발목잡기와 대안 없는 비판세력이라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때부터 노정권의 모든 정책과 정강 앞에는 <진보와 개혁>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부동산 투기의 근절, 공교육의 확립, 대미 자주외교, 대일 과거청산, 개성공단...
돈 안드는 선거와 권언 유착 근절, 언론의 통폐합과 민주적 개편...
진보와 별로 관련이 없는 많은 쟁점들은 노정권의 의도와 무관하게 <진보>가 되었고,
또 노정권은 자신이 진보진영의 진두 지휘자, 야전 사령관인양 그것을 즐겼다.
그러나 도덕성과 참신함은 개혁의 도구였지, 진보의 무기가 아니다.
그리고 90년을 정점으로 해체된 진보진영은 아직 <조직화 체계화>되지 않았고,
DJ 정부시절부터 복원되기 시작한 진보 네트워크는 이제 활로를 모색 중이었다.
게다가 2002, 2004년 승리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 실수로 헌납 받은 것이고,
정치는 상대방 후보 한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7천만 한반도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도취된 승리감에 오만이 만들어지고 자만심을 키워주었다.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부각된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전면에 등장했다.
설득과 대화로 사회적 국민적 합의를 이끈 게 아니라 교육하고 선동하였다.
하고 싶은 일을 지상과제로 포장하고 강요하고, 교육하는 독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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