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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여행...

답사>수덕사 3 - 맛으로 본 맛배지붕 건축...071211

 

 

 



3-3. 빠지지 않는 맛배지붕 건축물들 - 송광사 국사전 등


전측면의 비례가 적당하고 맛배지붕의 엄정함과 단순함이 살아있는 또 다른 건물들은?

아무래도 송광사 국사전과 송림사 대웅전, 그리고 천은사 보제루가 있다.

이들 건축들은 말 그대로 간결한 구조에 긴장감을 갖추고 있고

적절한 규모에 엄숙함과 정연한 권위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 건축들이다.

 

<송광사 국사전... 국보 56호> 

<송림사 대웅전... 유형문화재(1686년)> 

<천은사 보제루...> 

 

 


이 보다 규모에서는 작지만 맛배지붕이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주는 백흥암 원통전,

아름다운 계곡 속에 차분하게 자리 잡은 불영사 응진전의 건축도 빼어나다.

그리고 맛배지붕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절이 도솔산 선운사다.

절집의 주요 전각인 대웅보전, 영산전, 만세루가 당당한 크기의 맛배지붕으로 조성되었다.

 

<백흥암 원통전... 유형문화재(1605년)> 

<불영사 응진전... 보물 730호(조선중기)>

 


안정된 비례에 웅장한 다포작, 그리고 화려한 꽃살문으로 조성된 이들 건축물들은

아무래도 조선시대의 흐름과 무관치만은 않은 듯 생각된다.

이들 중 굳이 파격을 찾으라면 커다란 덩치에 당당한 뚝심을 느끼게 하는 선운사 만세루다.

그리고 조선시대 조성된 대부분의 맛배지붕 건물은 측면에 풍판을 달았다.

 

<선운사 대웅보전... 보물 290호(1613년)> 

<선운사 만세루... 유형문화재... 선운사 각종 전각을 짓다가 남은 부재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3-4. 강릉 객사문 - 노출의 건강미...


맛배지붕 건축물들을 칭송할 때 빠지지 않는 것,

혹은 우리 고건축을 이야기할 때 꼭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노출의 건강미>다.

그것은 내부 구조물의 시원한 노출에서도 이야기 되지만

맛배지붕 건축물 측면의 당당한 노출 때문에 강조되기도 한다.

우선 노출의 건강미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해 본다.

 

<강릉 객사문... 국보 51호> 

 

 

 <고건축 박물관의 모형들...>

<강릉 객사문 후면...> 

 


맛배지붕 건축물 중 노출의 건강미에, 배흘림기둥의 아름다움,

그리고 간결함과 정연함에 빼어난 비례와 준수한 모습을 고루 갖춘,

그러면서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인간적 스케일을 갖춘 건축이 무엇일까?

강릉 객사문이라면 한국적 스케일에 한국적 미를 갖춘 건축으로서 손색이 없을 듯싶다.

 

<강릉 객사문... 부분...> 

 

 


크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당당하고 엄정할 수가 없고

작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치밀하고 정연할 수가 있을까...

어느 하나 서툰 손놀림이 없고, 어느 하나 과장된 치장이 없다.

간결하면 간결한대로 힘이 넘치고, 단순하면 단순한대로 당당하다...

참으로 뽐내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나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혹자는 이 건축을 고구려계 고려 건축이라 말하기도 한다...)

 

 

 




3-5. 대표적인 건축물 - 봉정사 극락전, 무위사 극락보전, 수덕사 대웅전


이제 문이 아닌 건물로서 맛배지붕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건축들을 찾아본다.

아무래도 수덕사 대웅전, 봉정사 극락전, 무위사 극락보전을 벗어나지 않을 듯싶다.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들 중 가장 오래된 연륜을 갖추고 있으면서

주심포와 배흘림기둥, 노출된 측면 등 아름다운 비례와 풍부한 문화미를 갖춘 건축물들이다.


필요한 구조와 최소의 부재만으로 결구된 봉정사 극락전은

14세기 고려말 건축으로 가장 오래된 연원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내부의 결구와 구조, 그리고 마감에서 고구려 벽화와 유사하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고구려 건축의 계통을 이어받아 8세기경에 건축되었다는 설까지 주장되고 있다.

 

<봉정사 극락전... 국보 15호> 


산지에 둘러싸인 아늑한 공간에 아담한 주변 건축물들의 호위를 받는 모습은

근엄과 엄정함보다는 단순과 담백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세칸 전면의 아담한 크기에서 느끼는 단아한 이미지에 비해

다섯칸의 측면은 당당함과 사뭇 웅장한 느낌까지 느끼게 만든다.



이에 반해 적당한 높이에 너른 마당을 품에 안은 무위사 극락보전은 또 다른 느낌이다.

조선초 세종대 건축물로 밝혀진 극락보전은 봉정사에 비해 결구가 더욱 단순해진다.

백제식 평지가람에 주변전각들이 없어 조금은 허허롭고 단촐하다 느껴지는 마음은

소박한 간결함이 돋보이는 극락보전을 질박하다 느껴질 정도로 정적으로 만들었다.

 

<무위사 극락보전... 국보 13호> 


전면 세칸 중 중앙이 넓은 봉정사 극락전이 좁은 공간에서 상승감을 강조했고

중앙이 약간 좁아 보이는 수덕사 대웅전의 착시는 정연한 균질감을 강조했는데,

양옆 두칸을 의도적으로 넓힌 극락보전은 수평적 안정감이 강조하여 긴장감이 떨어지고,

짜임새 있는 비례에 소박한 결구들이 보이는 측면은 참 허망하다 싶을 정도로 무덤덤하다.

아마도 약간 볼록하게 보이는 측면 지붕처마선의 야릇한 마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측면 지붕선만을 놓고 몇 개를 비교해 볼까?

 

무위사 극락보전의 밋밋한 선처리가 그럴 수 없이 허망하게 보인다면

 

 

 

낮은 높이에 큰 지붕을 얹어 놓은 봉정사 극락전의 직선은 당당하게 보인다.

 

 

 

관룡사 약사전 처마선은 누르는 힘이 강하지만 살짝 공굴려져 조화롭게 보이고

 

 

 

객사문 처마선은 상승감과 단호함이 엿보인다.

 

 

 

그래도 화사함과 날렵함을 갖춘 미감을 꼽으라면 부석사 조사당이고

모든 비례와 완벽한 아름다움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수덕사 대웅전을 꼽겠다.

 

 

<수덕사 대웅전... 국보 49호> 


팽팽한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드는, 차마 곡선이라 부르기 어려운 부드러운 직선에

착시를 감안한 안쏠림과 배흘림 기둥으로 더욱 돋보이는 상승감,

게다가 모든 부재들을 감싸 안고 포용하는 충분한 안정감...

언젠가 법륭사 오중탑의 처마선을 보면서 이야기했던

백제의 긴장감 넘치는 우아한 맛을 고루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