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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여행...

답사> 수덕사 4 - 수덕사의 변화와 대웅전...071211

 

 

 


4-1. 수덕사 대웅전 영역의 변화...


나는 역시 욕심이 많다.

말은 적을지 몰라도 글이 길다.

그리고 잡생각에 능통(?)하다...

어찌 수덕사 대웅전 하나 생각하다 말이 이리 길어졌을까...

대선 정리하다가 잠깐 머리 식힌다고 시작한 게 이 모양이니 원...


실은 수덕사 대웅전 사진들을 보면서

20대, 30대, 그리고 40대의 나이에 본 대웅전의 느낌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려 했었다.

그 이유? 하나는 수덕사 대웅전은 그대론데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수덕사 대웅전 앞의 공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94년 수덕사 대웅전... 그때에 대웅전은 이렇게 올려 볼 수밖에 없었다... 좁은 마당에 석축도 낮지 않게 보였고, 건물은 웅장하게, 지붕은 화활짝~~~> 

 

일제시대 사진을 보면 대웅전 앞에는 칠층석탑이, 선방 전면에 삼층석탑이 있었다.

그후 70년대를 전후한 보수공사에서 연못과 석교, 석단, 누각을 통해 진입하면

2단의 돌층계를 올라 선방이 중심영역인 공간에 다다르고 여기에 삼층석탑이 있었다.

 

<94년 수덕사... 그때 이곳을 보면서 꼭 중국영화에 나오는 영화세트 같다는 생각을...^^> 

 

 

우측으로 확실하게 틀어 앉은 선방 모퉁이를 돌아서 대웅전 영역에 들어서게 되는데

여기에 있던 칠층석탑은 선방 좌측으로 옮겨지고 화엄사를 모방한(?) 석등만 남게 되었고,

일제시대에 있던 대웅전 측면의 풍판도 철거가 된다.

 

<오래된 사진을 스캔했던 것이라 많이 흐리다...ㅠㅠ> 


90년대 후반, 의도된 비틈으로 진입을 유도했던 선방이 철거되면서

아기자기했던 2단의 선방영역과 대웅전-백(석)련당-청연당 영역은 완전히 해체가 된다.

중국식 영화세트가 연상되던 연못과 석교, 석단이 사라지고

대웅전 영역을 넓히기 위해 부석사식 석축도 아닌 성벽같이 높기만한 석축에 쌓아지고

이제 수덕사는 본격적으로 대웅전만을 위한 공간으로 재편된다.

 

<97년의 수덕사 대웅전... 모든 게 바뀌었다... 공간이 사라지고 건물만 남았다... 슬라이드 필름...> 


2000년대 들어와 삼층석탑은 대웅전 앞으로 옮겨지고

선방앞 삼층석탑이 들어섰던 자리에는 새롭게 만든 삼층석탑이 조성되는데

기단은 동화사석탑과는 또 다른, 칠층석탑의 기묘한 하단부를 흉내 내고

전체적인 틀은 신라계 삼층석탑을, 옥개석에는 백제식 층급받침을

상륜부는 보련들이 축소되고 보개, 수련이 강조된 또 기묘하고 답답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05년 수덕사... 너무 많이 변했다... 이탑은 화엄사에서 변형된 것일까?... 디카여서 조금 아쉬운...> 

 

 


15년 사이에 내가 본 어느 절집보다 가장 급격한 변화를

나는 20대 후반에서부터 지켜보게 되었다.

그것은 공간의 변화에 따른 감상의 변화였고,

세월의 흐름에 적응한 내 자신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하는지도 모른다.




4-2. 공간의 변화가 주는 감상의 변화...


수덕사는 물론 대웅전이 중심인 건축공간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여행과 감상은 하나의 건물과 상징에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 곳을 찾은 시점과, 내 자신의 감정지수와 지식의 깊이,

그리고 그것이 존재하는 공간의 변화에 따라 천변만화할 수밖에 없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진입부를 지났던 20대 후반,

나는 비틀린 선방 모퉁이에서 대웅전 영역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었고

낮은 계단을 통해 진입한 대웅전 공간은 또한 비틀림으로 넓어지는 공간의 변화를 보았다.

한 눈에 들어오기에는 웅장한 대웅전의 지붕에서 활짝 나래를 편 곡선의 처마를 느꼈고,

다시 묵직한 청연당 앞을 지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선방옆 칠층석탑 자리에서

좁은 공간을 꽉채운 대웅전의 근엄함과 가려진 공간의 은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이때는 대웅전 맛배지붕의 처마선에서 학의 나래 같은

웅장하고 시원하고 상큼한 맛에 감탄했고,

용암사 축소판 같은 석등 옆에 서서 대웅전 측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선방의 비틀린 구조로 같은 면적의 대웅전 영역은 좁게, 혹은 넓게 착시되었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선방 좌우측 계단의 높낮이에 따라 변화된 공간을 즐길 수 있었다.

 

 



공간의 깊이를 주고, 진입을 유도했던 선방이 철거되고

온전히 대웅전만을 맞이할 수 있었던 30대...

훨씬 시원해지고 당당해진 모습의 수덕사 대웅전을 온전히 바라보게 되었다.

사진도 쉽게 찍을 수 있었고, 대웅전과 내가 독대하는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던 시기...

 

 


그러나 공간의 아기자기한 장치들이 사라지고

조금은 답답하고 좁게 느꼈던 주변의 건물들이 사라지면서

나는 학의 나래처럼 화사하게 나래를 편 대웅전의 처마선을 놓쳐 버렸다.

숨은 공간과 적당히 가려진 의도된 차경이 주는 은밀함을 잃어 버렸다.

호불호의 기호를 따지지도 못한체 본질과 본질이 맞부딪히는 진지한 무거움...

나는 공간을 잃고 건물만 보았다.



새로운 탑이 들어서고 아담한 삼층석탑이 대웅전으로 올라간 40대...

내 자신을 아무리 설득하고 이해하려해도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다.

언젠가도 이야기했지만 탑의 높이와 대웅전의 높이는 깊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새로 조성된 삼층탑이나, 예전의 삼층탑이나 지금의 대웅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안전문제가 우선 생각되는 높고 높은 석축과 계단...

터무니없이 넓어지고 허전함마저 느끼는 대웅전 영역의 마당...

호방함을 우선시 하지 않았을 백제식 산지가람의 아기자기함은 사라지고

작은 공간의 연속과 변화를 즐겼던 조선식 가람의 은밀한 이야기들도 사라졌다.

 

 


오로지 힘만 생각하고, 목적만 겨냥하고, 하나로 모든 걸 감당하려는

욕심과 거부감이 우선 생각되는 건 무엇 때문인지...

나이를 먹어가는, 혹은 힘을 만들고 힘으로 생존해야하는 40대의 내 느낌인지

수덕사의 잃어버린 공간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주 찾을 맛을 잃기는 했으나,

수덕사 대웅전은 여전히 최고로 아름다운 건축물중 하나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