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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여행...

장곡사 석조대좌> 작은 것에서 느끼는 겸손과 책임??? 100423

 

 

 

 

 

 

다니다보면 가끔, 아주 가끔씩 아름다운 것을 본다.

그것은 내가 많이 보기 때문일 것이거나, 운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내가 아름다운 것을 보고자 원하기 때문이거나,

아름다운 그-것이 나를 기다렸기 때문일 것이다.

 

 

 

 

 

 <장곡사 약사여래상과 석조대좌... 이 석조대좌가 국보 58호다... 참으로 간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아름다운 것을 본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볼 수 있는 내가 행운이어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나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름다움을 찾으려 노력했기에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아름답기에 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거겠지...

왜냐하면 아름답다는 것은 내가 보아서가 아니라,

설혹 내가 보지 못했어도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참 좋은 느낌이다.

나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비워주기 때문이다.

허틈이 없는 정연함에서 나는 그의 겸손을 배우고,

작은 것에도 소홀함이 없는 누군가의 책임감 - 혹은 정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채워지고 그렇게 나를 질타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빼았겼던 것은 복련 끝,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 바깥방향으로 틀어올린 모서리에 새겨진 작은 갈기, 혹은 귀꽃의 돌기 때문이었다... 이 작은 것에 숨겨진 정성을 보면서, 이걸 만든 이의 겸손과 책임을 느끼며 감탄을 했지...^^>

 

나의 만남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여행이든 문화유적이든, 혹은 어떤 행위든

그것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렇게 채워지고 비워진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나의 마음을 꽉 죄워주고, 나의 눈을 한없이 풀어주기 때문이다.

순간의 긴장과 오랜 여운이 나의 영혼을 충만하게 어루만지며

나를 웃게 만들며, 나를 담금질 해주는 것들에 나는 감사한다.

 

 

 

오늘,

먼 기다림에서 작은 정성을 보았다.

그 누구도 그것이 <작은> 어떤 것이라 말하지 않아지만 나는 그것을 작은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작은 것에 숨겨진 정성과 감춰지지 않은 경지를 보며 나는 감탄한다.

그것이 작다고 생각했다면 이 긴 기다림이 채워질 수 있었을까?

그에게는 크고 작음에 경중이 있는 게 아니라, 한결 같았는지 아닌지가 중요 했을텐데?

 

 

<복련의 돌기 바라 전, 그 선을 보면 이 복련마저도 완벽하지 않다는 걸 느낀다... 다시 만들 수도 없고, 그냥 놔둘 수도 없고...^^ 그래서 저 미묘한 곡선이 생겼겠지...ㅎㅎ>

 

 

우리는 흔히 바라보이게 하는 것들에 너무 경직되어 있다.

정연함과 일정함과 깊이와 넓이를 외면하고 드러내는 방법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순과 경로와 평가가 중요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 혹은 늘 그렇듯 진정한 성숙을 내가 채우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채워져 있는 것들은 언제나 빛이 될 수 있는 것이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이다... 조여주고, 풀어주고... 아름다움에 취하는 것은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니까... 아무튼 한참을 취하고 취해도 결코 지루하지 않는 편안한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아름답다는 건 그런 거? ^^>

 

 

가끔은 말하지 않은 것들에서 나는, 혹은 우리들은 더 많은 것들을 설명하려 한다.

지금의 나처럼...

설명되지 않은 편안함을 나는 귀찮고 어줍잖은 말들로 또다른 색을 입히고 있다.

보이는 것에서 말하지 않은 비밀을 찾은 것처럼 즐거워하고 있다.

그것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분명 지금의 나는 한없이 기뻐하고 있다.

 

 

 

 

그 경지를 내가 따르거나 흉내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아직은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나는 나에게 만족하고 있으며 감사하고 있다.

역사의 향기는 그렇게 내게 자극이 되고, 가르침이 되고, 스승이 된다.

그 작은 것에 숨겨진 큰 가르침...

겸손과 책임은 지금 나의 화두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