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가 생겼다... 0803
잠깐 짬이 생겼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가 생겼다.
어디로 갈까...
도자기를 보고 싶다...
그 짧은 시간에
도자기 몇 점이라도 볼 수 있을까?
들어서자마자 갈등이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 카메라를 들이댄다.
色이, 線이, 形이 사진으로 남을까?
사람은 자연을 닮고,
자연은 예술을 만든다.
예술은 역사를 담고,
역사는 문화를 만들고 문명을 이룬다.
나의 한국사 공부는 도자기에서부터 시작했지?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색이고,
무엇이 형일까?
한국은 중국과 무엇이 다르고,
한국은 일본과 어떻게 다를까?
알지 못한 무수한 질문을 던지며 도자기를 찾았었지?
저 정도면 보물일까?
저 정도면 국보가 될까?
한 시대를 대표하는 보물로 도자기가 적합할까?
우리의 정신과 역사를 저 도자기가 대변할 수 있을까?
대답 없는 질문만 마구 쏟아내며 시간만 나면 박물관에 왔던 적이 있다.
신라의 통일...
발해의 존재를 무시하지 않지만
소중하고 귀한 계기였겠지?
원융의 시대, 통일의 시대, 그리고 초월의 시대...
그 정점에 원효가 있고, 불국사가 있고, 석굴암이 있고 경주가 있었다.
고려의 건국...
분열되고 작아지고 쪼개지고...
분리된 교류, 응축된 도약, 그리고 관조의 시대...
그 정점에 지눌이 있고, 고려청자가 있고, 금속활자와 팔만대장경이 있고, 수월관음이 있다.
고려는 더 이상 화려해질 수 없는 피안의 세계를 향해 파국으로 치닫고...
만물의 영장으로서 우뚝 서는 순간, 인간은 그릇을 만들었고,
자신이 발 디딘 흙과, 신으로부터 훔쳐낸 불이 하나로 완성된 것이 도자기다.
이때까지 인류의 생활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문명은
송과 베트남, 그리고 고려뿐이었지?
유교의 나라 조선...
과거의 영화와 고립된 현재에서 갈등하는 자신만의 왕국...
경제도 종교도 상상도 아닌 이념이 지배했던 세계 유일의 道(이데올로기) 국가...
그래서 그랬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비취의 고려청자가 무색, 무작위의 도자기로 변한 이유가?
조선은 분청사기와 백자를 만들었다...
너무 많이 보았나?
헤겔의 말이 맞다면, 나는 이제 신라까지 산셈인가?
이제 고려로 들어가도 될까?
오늘은 형만 보리라.
색은 다음에...
선은 그 다음에...
문양은 그 그 다음에...
만들고, 쓰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런 연후에...
디카가 생겼다.
이젠 도자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박물관에 갈 시간이...
만들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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