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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영화> 놈놈놈...08080*

 

 

 

 

 

오늘은 영화라도 한편 봐야할 듯싶다.

여차하면 카메라 둘러메고

바람 찾아 향기 찾아 나서야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는 한주일이 지나가는데

이대로 사무실에 죽치고 있기에는 너무 황폐한 마음...


<놈놈놈>이 좋다고?

그래~~~ 속거니 하고 인심 한 번 쓰지 뭐...^^

매사 무슨 선심 쓰듯 선택을 한다.

감독이 알아줄 것도 아니고, 누군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나는 늘 무언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리부터 준비한다.


무더운 여름밤...

중부지방에 곧이어 쏟아질거라는 폭우는 반짝이는 별 뒤에 숨어있는데도

길다란 우산 하나 챙겨들고, 또각또각 거리며 투덜거리며 극장으로 향한다.

혹시나 너무나 빵빵한 에어컨에 감기라도 들까봐 긴팔까지 둘러메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고?

만주벌판에 라이플 하나 둘러매고 휘휘 달리는 좋은 놈,

그림 같은 칼 솜씨에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은 나쁜 놈,

그리고 어설픈 조선 양반 흉내내며 비틀거리는 오토바이에 황야를 내달리는 이상한 놈...


야~~~

이제 블록버스터란 이름으로 이제는 감독이 하고 싶은대로 만드는 영화도 있네?

그래... 이건 감독이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컬렉션이군.

감독은 어렸을 적 무진 장난꾸러기였을까?

아마도 장난꾸러기였으면 하는 꿈이 많았나 보지?



ET를 만들 때, 스필버그가 그랬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약간의 공상과 어릴적 추억에 살짝 곁들인 휴머니즘을 영상으로 풀어낸 짧은 시.

그래서 오래갔지...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삶으로 녹여낸 소품들이 어울러져 <우정>을 만들어냈으니까...


이것도 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모두 다 끌어들인 것 같은데 여운이 없네?

칼싸움, 총싸움, 달리고 싶은 만주벌판에 말과 오토바이, 그리고 흙먼지...

여기에 똥침도 하나 집어넣고, 하늘도 가끔씩 날아다니고, 기차도 세워보고...


근데, 독립운동이나 보물찾기에 석유를 끌어들인 건 아무래도 납득이 안가.

여기에 왜 하필 나쁜 놈만 제일 순진하게 죽어야 하냐구...

아무래도 줄거리를 끌어가는 연결고리와 풍부함, 혹은 해학이 너무 부족해...

게다가 세명의 결투는 어렸을 적 보았던 <황야의 무법자> 패러디인데?


현상군 사냥꾼이 되려면 더 고독한 눈망울의 공허함을 그리던지,

돈과 명예만 쫓으려면 조금 더 비열하고 야비한 치밀함을 보이던지,

산전수전 다 겪고 어쩌다 그렇게 순박한 꿈을 그리려면 조금 더 많은 우연에 기대든지...

아직 감독의 삶속에는 그런 무게를 못 느끼겠는걸?

 


그래서 <킬링 타임>...

근데 영화가 꼭 킬링 타임이어야만 할까?

감독이 지 하고 싶은 대로 만든 영화에 내가 감놔라 팥놔라 할 이유는 없지?

그래도 플롯이 너무 어설프다는 게 찝찝하다는 거야.  


어렸을적 해보고 싶은 것만 잔뜩 모아서 줄거리를 만드니까 그렇지...

하긴 영화라는 게 꼭 스토리를 위해 소품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소품들을 위해 스토리를 짜다보면 약간 느슨해질 수도 있지 뭐...

제목을 확 바꿔버릴까?

<폼생폼사 장총, 철없는 칼잡이, 운좋은 쌍권총>...ㅋㅋ

 

 

궁시렁 궁시렁거리며 무거운 우산하나, 두툼한 잠바 끌고 나오며 온갖 궁상을 떠는 날이다.

감독은 아마도 악동이 아니라 공부 잘하고 싶은 웨스턴 무비 키드였을 것 같은데?

이건 몸에 밴 익살과 즐거운 장난을 본 게 아니라 관념덩어리를 만난 것 같군.

나는 주체하지 못하는 끼를 보고 싶었는데, 어설픈 조립품이잖아.

숭늉 찾으러 우물가 갔다가, 버드나무 잎만 호호 불다 나온 느낌...




영화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그 시간까지 예상이 하나도 맞은 게 없다.

내가 생각해도 미쳤지...

이 폭염에,

펴 보지도 못한 장대 우산 하나 들고,

입어 보지도 못한 두툼한 작업잠바 하나 둘러매고서,

영화관을 나오는 툴툴거리는 발걸음.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길거리에 귓전만 간지럽다...^^


요구르트 하나 사 들고 들어왔더니, 어라~~~ 

케이블 티브이에서 <닥터 지바고>를 <또> 하네...^^

(라라가 주인공으로 부각된 현대판이다)

오늘은 아예 영화로 쭈욱 간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는 좋은 놈일까? 나쁜 놈일까? 이상한 놈일까?

여전히 궁시렁거리며 한여름밤 2시가 넘도록 <놈놈놈>타령을 하고 있다.


여전히 관념으로 바라보고, 시간을 관념으로 죽이는 걸 즐기고 있다.

띄엄띄엄, 또 한편의 영화를 위해 또 한번의 <킬링 타임>을 즐기고 있다.

눈이 시뻘게질 때까지 애꿎은 생사람, 한 놈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