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내려와서... 사진 몇장 추가 한다...
* 사진은 길상사, 용미리 석불, 과천 과학관에서의 사진들이다...081215
달포 정도의 기간이었을까?
몇 년만에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
**조사라는 썩 달갑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하루종일 자료 찾고, 만들고, 조사원과 싸우다 들어가도 쉴 여력이 없다.
조사를 받는 건 내가 다니는 회사지, 姜武材표 가정이 아니기 때문이고,
아직도 기저귀를 팬티라 우기며 변기를 거부하는 똘똘이 때문이다.
똘똘이가 요즘 <퍼즐 맞추기> 재미에 푹 빠졌다.
퍼즐과 별로 친하지 않는 색시와
똘똘이 나이 때 이미 퍼즐과 담을 쌓은 햇살이...
이런 단순 작업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어 굳이 관심두지 않았던 나까지도
똘똘이가 퍼즐을 하고 있고, 재미있어 한다는 이유로 온 가족이 퍼즐에 매달려야 할때가 있다 !!!
그것도 반 강제적으로...ㅠㅠ
(어쩔 때는 거의 고문-잠 안 재우는 고문- 수준에 가깝다...^^)
<언니 사진 찍어준다는 포즈... 이제는 사진을 즐긴다...^^ 용미리 석불에서...>
제법 이력이 붙어 똘똘이의 경찰자동차 퍼즐(50조각)을 놓고 가족들이 경합을 벌인 적도 있다.
똘똘이에게 질세라 두 눈을 반짝이는 햇살이가 7분 30초 가량...
경합자체를 거부하지 못해 끌려나온 햇살맘은 8분 30초...
(퍼즐 맞추기가 뭐 대수냐며 결과에 초연한듯했지만 햇살맘의 표정이 그리 편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똘똘이와 이미 수차례에 걸쳐 이 조각들을 접해본 나는 4분 가량...
(음~ 햇살이의 방해공작이 있었다하더라도 만만치가 않군...)
<요즘 나와 갈등 국면...^^ 과천 과학관에서...>
똘똘이는 얼마나 걸렸냐고?
번외 경기다...^^
시간 개념 없고, 경쟁 개념이 없는 그녀는 가족들이 같이 있다는 자체가 즐거울 뿐...
단지, 중간 중간의 추임새(대단한 girl 혹은 그렇지!)가 빠지면 얼굴을 쳐다보며 관심을 유도하고,
(추임새는 정해져 있다 ; 모르는 건 놔두고~, 돌려 볼까?, 아닌가? 여기네! 잘하는데~~~ 등등)
다 끝나면 살짝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맞짱구?)를 유도하는 그녀에게 퍼즐 맞추기는
나르시즘의 또는 자기 존재 확인의 과정일 뿐이니까...
물론 똘똘이의 퍼즐 맞추기는 날로 일취월장.
퍼즐을 해 본 바 없는 나로서는 코너부터, 가(가장자리)에부터 맞추기를 시작하는데
몇 번 맞춰본 조각에 대해서는 허공에 붕 떠있는 조각까지도
순서와 요령과 무관하게 맞춰가는 똘똘이를 바라보면
그녀의 공간감은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탁월하다.
(물론 허공에 떠 있는 조각들은 판이 움직이고, 맞추다보면 흐트러지니 자연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 때는 내가 그 허공에 떠 있는 조각을 꾸욱 누르고 있어야 한다. 주변이 맞춰질 때까지...)
<액자를 만들면서 입체감을 살려보려고 풀칠을 두텁고 얇게 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다...^^ 그래도 가족의 첫 작품으로 액자에...>
50조각, 60조각이 넘어가니 햇살모가 맘먹었던 500조각 퍼즐을 내놓았다.
1년반전 사은품으로 받은 <고흐의 해바라기>...
1년 동안 햇살맘과 햇살이 두 모녀가 맞춘 것이곤 가장자리뿐이었다(거의 액자틀 수준이었지...^^)
일요일 5시간을 고불치고 앉아서 두모녀와 합작을 했지.
쉬이 자기 자리가 나지 않을거라 판단한 똘똘이는 지 것만 주무르고 있었고.
<집에 걸린 액자... 영인본 프린트에 투명 실리콘으로 질감을 살린 기성품... 그래도 꽤 크다...^^>
집에 걸려 있는 해바라기 그림이 있기는 하지만, 퍼즐로 맞춰보는 그림은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비슷비슷한 노란 바탕칠과 15송이의 해바라기, 그리고 아래쪽의 황토빛 탁자는
부분부분 서로 다른 색감과 질감으로 구분되어, 그림을 깊이 뜯어보게 하는 즐거움이 있었지.
이쪽의 붓터치는 거칠게, 이곳은 찍은듯, 이쪽은 문댄것 같고, 이쪽은 밝게, 이곳은 살짝 진하게...
고흐의 손과 머리가 되어 돌리고 돌려보는 퍼즐 맞추기...
아무튼 똘똘이 덕분에 1년동안 묵혀온 퍼즐에 여섯 개의 손이 보태져 그림이 되고 액자에 들어갔다.
<길상사에서, 두 자매...>
이런 재밌는 추억이 생겼는데, 무슨 <반강제>의 강압과 협박, 억지가 있었냐고?
조사 시작한지 3주가 넘었을까?...
이제 자료 맞추고, 찾고, 복사하는 것들이 뜸해져가는 시점,
오늘은 쉬자며 조금 이른 시간이었던 9시쯤 퇴근하기로 결정하고 집에 들어갔지.
부족했던 잠이나 보충할까 싶은데 똘똘이 손에 퍼즐이 들려있다.
그것도 보따리 채로... 헉~~~
<장난기 가득한...^^ 과천에서...>
10조각, 15, 24, 30, 35조각 짜리 세트로 된 <뽀로로> 퍼즐과
50조각 자동차에 64조각 공룡까지 7가지의 퍼즐이다.
게다가, 게다가 말이야, 똘똘이의 퍼즐은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하나의 퍼즐판을 들고와 뒤집어엎어, 하나씩 끝내는 게 아니라
앞에서 말한 7가지의 퍼즐판을 몽땅 뒤집어 엎어놓고,
대략 2백 몇십개 되는 조각을 마구 섞어 놓고 맞추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방바닥에 뒹구는 퍼즐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진득하고 굳굳하게 퍼즐 맞추기를 시작했다.
진지무재와 진지무재의 딸, 똘똘이를 상상해보시라~
10시에 퇴근해, 저녁 먹고, 11시가 넘어서 퍼즐 맞추고 있는...
(그 시간까지 애들 안 재웠냐며, 아이들 가정교육이 잘 못 됐다고 욕하셔도 할 수 없다)
3~40분이 지나, 나는 득의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지.
끝났네...^^ 잘까?
(왜, <자자>라고 말해야지, <잘까>라는 의문형을 사용했지? ㅠㅠ)
고개를 살레 살레 흔드는 똘똘이의 대답 ;
검지를 치켜들며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떨군다. 한 번 더...
사실, 똘똘이의 퍼즐 맞추기는 한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잠투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2회 이상의 반복이 벌어지기도 하지. 오늘이 그날이다...ㅠㅠ)
내 눈은 점점 잠으로 빠져드는데, 똘똘이의 눈망울은 갈수록 초롱초롱해지고...
게다가 예쁜 목소리로, 아빠~ 한 번 더 해볼까? 재밌지...
상상해보시라, 그게 노는 건지, 쉬는 건지, 고문인지...ㅋㅋ
눈치 빠른 햇살맘이 똘똘이에게 제안을 한다.
지윤아~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자동차-제일 무난한, 시간도 적당하고, 지도 재미있어 하고- 퍼즐만 들며 말한다)
(그리고 협상의 원칙에 걸맞게 최소 단위를 제안했다)
살레 살레 고개를 흔드는 똘똘이를 바라보며 퍼즐판 두 개(제일 쉬운 뽀로로 퍼즐)를 흔든다.
이것까지만 할까?
응~~~
(크하하하~~~ 일단 한 고비는 넘었고)
내친김에 조삼모사 식의 제안이 추가 된다.
엄마랑, 아빠랑, 지윤이랑, 언니랑 같이 할까?
응~~~
(그녀가 스스로 포기를 했는지, 가족들이 같이 하는 걸 좋아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푸하하하~~~ 어깨를 툭 건드는 햇살맘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
햇살이 언니도 이거 하나 맞춰보세요...
(이렇게 달콤하게 색시의 목소리가 들리다니...^^)
햇살이는 공룡을 들고,
햇살맘은 자동차를 들고,
나는 똘똘이거 조각 찾아다 바치고...
갑자기 네 가족중 세명(똘똘이 빼고)의 손이 빨라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똘똘이는 여전히 퍼즐 하나가 끝날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요구하고...
(이놈은 고개도 안 든다. 손만 쓰윽 내밀어 손맞춤만 할뿐이지)
<실제 하이 파이브를 할 때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냥 손만 스윽 내밀지... 뭐 대수냐는 투...^^>
온갖 아부와 애교를 부리는 나와 햇살맘과 햇살이...
너무 부지런을 떨었는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퍼즐 맞추기가 끝났다.
(분업이란 이렇게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불을 끄고, 모차르트 음악을 틀고, 모두가 잠자려고 준비하는 시간...^^
근데 색시, 저 퍼즐들 이제 재미없는데, 한 단계 높여보지?
100조각이나 120조각 이런 거 말이야...ㅎㅎㅎ
똘똘이도 재밌어 하잖아...^^
간만에 빨리 퇴근했지만, 오늘 취침 시간도 결국 12시를 넘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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