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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늘> 머리속을 뱅뱅거리는 4대강 사업 등등...101030

 

 

 

청명한 가을하늘과 상큼한 바람...

차가운 북서풍에 급하게 치닫던 계절의 여정이 멈춰선 느낌이다.

짧아질 가을을 비웃듯, 늦어지는 단풍과 온화한 바람에

조금은 느긋해지는 시간을 느끼고 있다.

 

아무리 나의 스타일과 업무의 성격이 동시다발적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라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불편하고 껄끄러운 일은 내 맘을 무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지지난주부터 개운하지 못했던 몸도, 어쩌면 그 일의 영향이 크리라.

시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면서 아직 흥겹지 못한 기분들이 몸과 맘을 짓누른다.

얼마동안의 변화, 혹은 일들을 되짚어보며 빈것과 아직 추스리지 못한 것들을 모아 본다.

 

 

 

1. 신자유주의에 대한 정리...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환율을 둘러싼 미국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당장 환율전쟁이란 용어를 강제하게 되고

금리정책과 재정지출, 소위 통화를 근간으로 미국발 금융위기에 동조했던 세계경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점검과 케인즈식 정책을 오락가락하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IMF를 비롯한 국제통화시장에서의 지분조율과 무역불균형에 대한 문제제기,

내수진작에 대한 부단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침체되는 소비시장과 고용의 불안정,

금융산업을 위시한 서비스산업의 퇴조와 발전전략의 해체,

추가지출 여력을 상실해 가는 재정지출과 한계에 다다른 금리인하 정책...

한마디로 보호무역주의와 우파적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에 대항하는 세계경제는 나침반을 상실한체 한동안 표류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틀은 금융독점자본주의와 세계체제론...

90년이 넘은 이론에서 나는 한발도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그 이름을 얻은지 150년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합법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금융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인지, 케인즈주의의 정책적 선택인지 사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국가모델과 비전의 부재가 문제인지, IMF, G20등 국제적 리더쉽의 부재가 문제인지,

환율, 재정, 통화, 소비, 고용이 정책판단의 유일한 요소인지 다시 점검해 봐야한다.

몇 권의 책을 샀고, 아직 순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 간략한 역사 / 데이비드 하비 / 한울

처음에는 비극, 다음에는 희극으로 / 슬라보예 지젝 / 창비

중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모델론 / 판 웨이 / 에버리치 홀딩스

미국의 좌파와 우파 / 이주영 / 살림

스웨덴 모델, 독점자본과 복지국가의 공존 / 김인춘 /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학과 철학의 만남 / 이필우 / 건국대출판부

영국경제 재생의 진실 / 일본경제신문사 / 전력과문학

일본경제 입문 / 장벽익 / uup

2010 다보스퍼럼 뉴노멀 / 박봉권 외 / 매일경제신문사

2010 한국의 재정 / 기획재정부예산실 / 매일경제신문사

신자유주의, 정말 끝났는가 / 임원혁 / 창비

신자유주의와 대안체제 / 정승일 / 창비...

우선 창비의 논문들부터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2. 한문공부...

 

신영복 선생의 <강의> 이후 조금 지지부진해진 모습이다.

엊그제 들어갔던 부분이 <주역>

공자와 이이와 정약용이 말년에 손에서 놓치 않았다는 주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역이 말하고자 하는바는 무엇이고, 주역이 자기완결적인 철학이 될 수 있는가?

 

세상을 64개의 패턴으로 분류하고

큰 것과 작은 것, 긴 것과 짧은 것, 중요한 것과 부차적인 것들의 변화를 설명한 책.

역이란,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그것이 역이다...

 

혹자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자 주역을 논하고,

혹자는 미래의 선택을 알고자 주역으로 점을 친다.

궁구를 원하면서 변화를 읽어야 하고,

운명을 피하기 위해 선택에 노심초사 한다.

 

머릿속을 뱅뱅거리는 무수한 개념들에 자꾸 딴지를 걸게 되지만,

조금 더 준비가 필요하다.

변화한다는 거, 선택해야 한다는 거, 그러려면 지금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는 거...

주역을 철학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책략>으로 접근한다면 많은 게 풀린다.

아무튼 다시 생각해 볼거리다...

 

 

3. 4대강 사업은 지속되어야 하는가.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해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한번은 정리해야겠다 싶어 자료를 찾아보았다.

국토해방부에서 나온 4대강 사업계획 홍보자료

대한하천학회에서 나온 <이 아름다운 생명의 강을 지킵시다>는 반대논리,

그리고 4대강 국제 전문가 간담회 자료와 기타 비판/옹호의 칼럼들...

 

홍수예방, 물관리(수량과 수질), 그리고 관광자원과 일자리 창출로 대변되는 옹호논리와

운하계획 철회, 집중된 예산의 전용, 지방정부의 권한과 조정, 환경파괴에 대한 대책과

홍수조절/수질개선 기능의 타당성, 그리고 경제성 등등이 반대논리의 핵심인 듯 싶다.

이렇게 접근하는 게 과연 합리적이고 현명할까?

 

물론 나는 현재 진행되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의 핵심은, 홍수예방과 물관리, 그리고 관광자원화가

과연 3년내에 모두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도의 타당성과 별개로

대부분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한 준비로 인한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당장 물관리(수량확보와 수질개선)만 보더라도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용은, 준설과 보 구축이 전부다.

그러나 수량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지표수와 지하수, 그리고 하수에 대한 종합대책이다.

준설과 보구축으로 지표수의 담수능력은 증대될지 모르나 지하수가 고갈된다면?

수량을 늘리고 자연하천으로 재조성하여 수질개선을 한다면서 하수처리를 외면한다면?

 

본류와 지류의 문제도 그렇다.

옹호하는 측에서는 본류보다 지류를 먼저 착공한다는 것은 물관리의 기본도 모른다고 비난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게 된다면, 병목현상에 의해 지금 보다 더 극심한 홍수를 우려한다.

그러나 이번 서울도심의 침수를 보더라도, 청계천이란 본류에 막대한 자금으로 먼저 공사했다고 해서

지류에 해당하는 광화문 일대의 홍수가 방지되지 않았다.

 

2010년 9월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는 259mm의 집중호우로 범람했으며,

시간당 75mm를 기준으로 설계된 현재의 하수관로로는 홍수를 막을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1984년 9월 268mm, 87년 7월 294mm, 90년 9월 247mm,

98년 8월 332mm, 99년 8월 261mm, 2001년 7월 273mm의 호우에도 멀쩡했던 광화문 인근이

가장 최근의 과학과 환경검토로 조성된 광화문 광장에 물난리가 났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청계천의 인공하천이나 본류와 지류에 대한 검토도 검토지만,

2009년 완공된 광화문 광장의 포장-즉 지표수에 대한 관리까지 행정부는 검토하지 않았다.

청계천을 살리기 위해 팔당댐 물을 끌어들이고 외래종의 물고기를 방류한다면

과연 그것이 생태보전과 수질개선, 수량확보와 홍수예방이라는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번 광화문 홍수는 본류와 지류의 문제도 아니고

(본래 청계천은 광화문 일대의 본류여야 하지만, 인공하천 사업으로 본류가 아니게 되었다),

지표수 - 그리고 오수와 우수등 하수관리에 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고 있는 청계천의 물은 팔당댐에서 끌어온 인위적인 하천에 불과하고,

실제 홍수나 호우로 빠져나가야 할 물은 그 하부의 우수/하수관로를 통해 흘러나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계천을 개선한 공사로는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광화문 일대의 홍수에 완전 무방비 상태이며,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계천 전체를 다 뜯어내야 할지도 모른다.(이명박 시장의 최대 치적인데...)

전시행정, 디자인 서울... 뭐 그런 것들을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4대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과 검토와 계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청계천처럼 되지 않기 위해 4대강 사업은 재검토 되어야 한다.

 

아무튼 지금 모든 것을 정리하진 못하지만,

치산치수의 요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꼭 하고 싶다.

한강 5개년 계획 1차, 2차, 3차... 낙동강 5개년 개발계획 1차, 2차, 3차...

한강이 청계천이 아닌 바에야 조금 더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 진행하면 될 사업을

현 정부는 왜 꼭 3년만에 완공하려고만 하는지...

 

시간을 두고 정리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