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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 20110121- 아직 헤매는 중...

 

 

복잡하다.

일이 복잡한지, 내 머리가 복잡한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심각한 위기라는 점이다.

 

3일날 시무식때...

너무 잘 정리되는 일들에 무척 의아해했었다.

대외적 일도 작년말을 넘기지 않고 처리되어 한시름 놓았고,

답답한 맘으로만 지켜보던 골조공사도 힘든 일은 완전히 끝났고,

두 번씩이나 옮겨졌던 사무실도 이제는 자리를 찾았다.

 

걱정스러웠던 건 비어있는 마음과 텅빈 머리...

그래서 5~6일로 잡힌 직원 워크샵 겸 야유회에 때 시간을 활용해 생각해 보기로 했었다.

나의 2011년 계획을...

일만이 아니라, 나만의 계획을 포함해서 말이다.

 

회사의 자금 계획도 세웠고, 공정도 만회하면 되고, 외부적인 일들만 잘 정리하면

남는 건 회사 내부의 시스템과 분위기...

그것만 수습하면 편안하고 느긋해질 거라 생각했다.

남은 건 사무실과 숙소의 책도 정리하고 사진도 찍고,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2011년을 내 충전의 해로 잡아도 별탈없을 좋은 조건이라고...

 

 

 

실은 그것이 너무 불안했다.

그래서 말했었다. 몇몇 사람에게...

시무식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너무 불안하다고...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데,

이럴 때 특히 조심해야 될 것 같은데 하면서...

그때까지 나는 이런 일이 터지리라 아무런 생각도 못했다.

결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 불안하고, 무엇을 걱정해야 되는지 나는 아무런 단초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회사 내부 분위기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점,

현장의 체계와 시스템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점,

내가 지금처럼 열정을 잃어버리고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만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지.

근데 나의 불안한 예상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터졌다.

 

4일...

전화통화가 안 된다는 보고 하나에 모든 생각과 상상이 얼어붙었지.

분노도 배신감도 화도 나지 않았다.

침착해야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어이없고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지.

 

내가 책임져야할 가장 최악의, 그래서 최고의 패가 떴다.

이보다 나쁠 수 있는 경우는 결코, 절대 만들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충격은 일파만파 모든 것을 뒤흔들고

한사람의 실수가 수백명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실수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분위기는 엉망이 되고,

느슨했던 시스템은 붕괴되고,

우리는 시간과 돈과 명분, 모든 걸 잃고 있다. 지금 이순간도...

문제는 해결책이 없다는 점...

 

문자하나를 보낸다. 아직도 목소리를 듣지 못한 그 사람에게...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이런 게 꿈이라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

아직 눈을 뜨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지금까지도...

 

 

 

돈으로 해결하지니 회사의 원칙과 명분과 법리와 권위와 힘을 잃게 된다.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어도 우리의 잘못이 용서될 수 없다.

설혹 그 사람을 용서하기 싫어도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다.

오로지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이만이 손실과 책임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돈이 능사도 아니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까지 나는 해결해야 한다.

 

흔들리는 상황에 대처하는 그래서 흔들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여러모로 비참하다.

금전적인 고통이든, 인간적 배신이든,

책임과 신뢰를 저버리는 이들은 그-한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어 더더욱 고통스럽다.

 

연이은 철야와 지루한 회의, 그리고 난무하는 대책들...

뿌연 담배연기만큼 안개속을 헤매는 내 모습이 참, 안쓰럽다.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량한 권위와 얄팍한 원칙, 그리고 느슨한 시스템...

 

내가 책임진다는 선언은 지금 이 상황에 아무런 해결책을 내 놓치 못한다.

면죄부를 받은 이들은 조금 더 많은 자유를 느끼며 변명을 만들고 핑계를 살포한다.

그것은 또 그렇게 자신을 합리화시키고 타인을 세뇌하고 명분을 만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하나 더 고통스럽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생각은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

이제 남은 것은 내부의 문제이니 칼을 들이댄다 선언까지 했는데

그렇게 하나하나 계단을 밟고 있는데 정작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내가 정말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는지도 회의하게 만드는 상황이

지금의 내게서 변명의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

 

 

 

문제는 문제를 낳고, 그 문제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행운이 행복을 잉태하기는 힘들어도, 불행은 또 다른 불행과 매우 친하다.

지금은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한사람, 하나의 일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일의 발단도 미약하지 않았지만, 그 끝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일이 터지자마자 상상하고 계획했던 것들에서 오차가 별로 없다.

그것 자체가 내게는 불행이다.

왜 그런 계획은 틀어지지 않는 것일까?

처음의 예상에서 그 누구도 벗어나지 않는다.

왜 그런 예상은 보기좋게 틀리지 않을까?

그게 내게는 더 불행인데...

 

쾌도난마처럼?

실타래를 잘라버리는 용기?

무쏘의 뿔처럼?

지금은 용기와 당당함과 침착함과 주도면밀함과 의연함이 필요한 게 아니라

휴식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작은 문제를 너무 크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 보다 어려운 일은 숱하게 있었는데 지금 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일에 너무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발만 빼고 생각하면 다, 모두가 남인데

내 스스로 책임이란 굴레에 허우적거리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믿는다.

나를 믿었기에 벌어진 일인데도 말이다.

이미 깨어지고 추락한 신뢰와 믿음은 충분한, 넉넉한 시간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대한다.

그게 더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있지?

 

 

 

생각해보자, 생각을...

침소봉대하는 건 아닌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너무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럴 땐 단순해야 한다.

차라리 앞을 생각하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조금 더 무식해질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제해야할지도 모른다.

이럴 때는 나만 생각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조금은 웃고,

조금은 잊고,

조금은 쉴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실망도 신뢰도 기대도 가질 필요가 없겠지?

나와 지금 일에 얽힌 모든 사람에 대해 조금은 더 차가워져야할까?

 

단순함...

조금 더 쉽게,

그리고 조금 더 느리게 걸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