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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想段想...

첫눈... 101208

 

 

 

첫눈

 

쌓인 눈을 보는 것 - 나는 그걸 첫눈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눈이 쌓인다는 소식 - 나는 여전히 그것을 첫눈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첫눈이 내린다. 아직 내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게 첫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 즐겁지?

쌓이고 나면 ; 차는, 길은, 옷은 엉망이 될텐데...

쌓여서 얼면 ; 몸은 춥고, 맘은 시리고, 행동은 불편해질텐데...

그리고 녹으면 ; 흰눈은 오염되고, 음지는 얼고, 길은 질퍽해질텐데...

그래도 좋다. 아직 내리고 있으니까...^^

 

 

 

내리는 눈을 먹으며 소원을 빌란다.

누가 들어줄까?

내리는 눈은 차갑지 않고, 내리는 눈은 녹지 않고, 내리는 눈은 아직 희다.

그래서 기도는 하얀 백지위의 떨림이고 녹지 않을 향기겠지?

 

상큼한 감촉...

허허벌판 거친 바람에 나부끼는 흰눈을 향해 두팔 딱 벌리고, 입도 쩍 벌리고...

그리고 눈이 먹히길 기다린다.

소원이 내 입 가득 채워질때까지...^^

 

올해, 첫눈은, 함박눈이었다.

한입, 두팔 가득, 머리 위에도 어깨 위에도, 그렇게 첫눈이 쌓이고 있다.

아무리, 아무리 많이 쌓여도 무겁지 않다. 마음이 가벼우니까...^^

눈은 녹아도 소원은 쌓이고,

바람은 차가워도 기도는 따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