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꽝 꿍꽝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
캄캄한 밤인데 어디서 이렇게 큰 소음(나에게 소음이 모든 이들에게도 소음은 아닐 수 있지?)이 들리지?
게다가 이곳은 도서관 바로 옆이 아닌가...
어라~~~ 이건 야외극장인가?
이런 곳에서 영화도 하네??^^
음~~~ 지금이 10시 반...
어제 10시 반경에 나는 무얼 하고 있었지?
허리도 시큰거리고 뻗뻗하지만 바삐 지나갔던 하루를 돌이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다.
간만에 깐돌이의 24시간을 정리해 볼까? ㅎㅎㅎ
10시 반 - 한달만에 형들을 만났다...
한번은 나 때문에, 한번은 열이형, 또 한번은 빵형 때문에 미뤄진 약속이 결국 한달만의 조우로 바뀌었지.
오늘 한문공부 안 한다는 이야기를 미리 전달받지 못해 간만에(?) 혹은 늘 그랬듯이 수다가 이어진다.
입원한 선배 이야기, 요즘 이야기, 주변 이야기, 옷사는 이야기 등등 시시콜콜 살아가는 이야기들...
어쩌면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내게는 너무 고마운,
그래서 제일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 나이 먹을수록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형, 나 내일 새벽에 나가야 되거든요?
그래~ 오늘은 빨리 정리하자(11시경에 끝난다는 것은 엄청 이른(?) 시간이다).
다음은 어떡하지요? 나를 배려한 열이형 덕분에(나는 역시 너무 사무적이야...) 다음 공부 내용이 잡혔다.
지난번 나눠준 한문하고, 새로운 거 하고, <강의>는 논어를 마자 해야지?
나는 그때까지 신자유주의 책하나 읽고, 건설업의 붕괴에 대해 한번 정리해볼까 하는데?
하하~~~ 더 나이먹기 전에 빨리 정리해봐라...^^
11시 22분 - 운전 중...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그쪽에서 지금까지 회의하고 나왔습니다. 지금 통화해보시면 어떨런지요...
금융관련 일을 대행하고 있는 업체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가 내일 K본부장을 만나보고 연락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지금 통화해봐야 서로의 조건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거고, 같은 이야기만 반복될 거 같은데...
내가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이 늦은 시간에 다시 연락을 하면 나의 협상카드는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아무리 바쁘다지만 일을 억지로 만들기 위해 내가 움직일 수 없는 족쇄를 미리 받아들일 수도 없고...
이럴 때일수록 일은 순서대로 풀어야 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하며, 정면돌파가 최선이다.
내일 약속이 깨지면 급해지는 것은 우리고, 욕먹는 것은 나지만, 그렇다고 무장해제를 할 순 없다.
더군다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일을 내가 책임진다고 큰 소리쳐봐야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이미 최악은 가정하고 있고, 손실은 판단하고 있으며, 최후의 대안은 만들고 있지 않는가.
이럴 땐 뉴스를 듣는 것보다 음악을 듣는 게 더 좋지 않을까?
11시 50분 - 숙소 도착...
내일 늦어도 4시 반에는 일어나 5시에는 출발해야 되는데...
일단 씻고 옷가지 챙기고 자리에 누워 TV를 켠다.
아냐~ 지금 뉴스를 보면 잠이 너무 부족할텐데 억지로라도 자야하지 않을까?
내일 새벽 운동은 취소할 순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빠져야 할 것 같은데?
지금 기분으로, 또 빠그러지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전체 분위기도 무거울텐데...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든다.
남아있는 열기를 식히려면 크게 기지개를 펴야 한다. 그래야 생각이 멈출테니까...
4시 반 - 알람소리...
뭐야~~~ 저게 내 폰 알람소리였어?
날마다 울리게 되어 있는 알람소리지만, 정작 그 소리를 듣고 잠을 깬 적이 거의!!! 없다...^^
뭐 저런 쌩뚱맞는 소리다냐?
잠을 깨울 정도로 경쾌하면서도 시끄럽고, 크면서도 달콤한 소린줄 알았더니 이건 너무 엉뚱한데?
그러게 눈을 감고 알람소리를 감상하면서,
너무 일찍 기계의 도움없이 깼다는 안도감에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5시 15분 - 출발...
허걱~~~ 잠깐 방심했더니 벌써 시간이???
화살보다 더 빠르다는 아침 시간을 그렇게 멍청한 생각을 하면서 도둑질 당한 기분이다.
역시 나는 내 몸과 맘을 조립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려...^^
샤워하고 열쇠꾸러미 챙기고, 옷가방을 들고 나서서 시동을 건다.
야~~~ 지금 시간이면 이렇게 환해지는군.
누군가의 도움이 있든, 스스로의 긴장 때문이든 새벽공기를 마신다는 것은 역시 정신을 맑게 만드나보다.
담배연기보다도...^^
5시 반 - 일출...
구름속으로 빨갛게 익어가는 햇살...
좋다...^^
어제도 보았던 저 해를, 낮에도 보았던 저 해를 아침에 본다는 것은 상큼한 경험이다.
대지와 가장 가까운 높이에서 본다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하겠지... 일출이라 이름을 붙여서 말이다.
처음엔 빨갛게, 그 다음엔 주홍빛, 그 다음엔 노랗게, 그리고 둥실 떠오르면 하얗게...
대기권의 입사각과 빛온도에 의한 변화임에도 우리는 숱한 미사여구와 감상을 실어 노래를 한다.
나도 노래할까?
지금 생각하는 건 ; 저 태양을 어디선가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과 마음이다.
똑같은 해를 공간을 달리하여, 자세를 달리하여, 의미를 달리하여 바라보는 무수한 사람들의 마음...
지구가 탄생한 이래 46억년동안, 그리고 지구가 소멸할 46억년동안 변하지 않을 경배를 읽어본다.
나비양의 안내에 따르면 85km, 그리고 순환도로와 갈마터널을 지나려면 최소 1시간 반은 잡았어야 한다.
지난번에는 2시간도 넘게 걸리지 않았는가.
급해진 마음만큼 악세레이타를 밟는 발등에 힘이 실리고, 시트위 엉덩이는 자꾸 앞으로만 나아간다.
늦었다는 마음만큼 차가 고생한다.
어제처럼 오늘도 뉴스를 끄고 음악을 켠다.
댄스뮤직으로...^^
요즘, 이 CD를 자주 듣는다.
예전에 들었던 음악... 그것도 경쾌하고 발랄하고 시끄러운 음악, 고고장, 디스코텍에서 듣던 음악들인데...
차분한 경음악은 마음을 가라앉혀 주지만 음악에 취하지 못하게 되고,
베토벤의 클래식은 가슴을 충동시키지만 너무 음악에 빠지게 만들고,
시끄러운 댄스뮤직은 모든 걸 잊게 만드는 것 같다... 요즘의 나에게.
한가지 이상한 건, 예전의 음악을 들으면 모든 게 정지된 것 같은 편안한 동경을 준다는 것이다.
그때의 나로 돌아가게 하는 게 아니라, 성장이 멈춰버린 지금의 나를 잊게 만든다는 것이다.
5시 55분 - 도착...
너무 밟았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J사장은 이미 옷도 갈아입은 상태고...
늘 늦다고 생각하는 동료들은 신기하듯 나를 바라본다.
오늘은 빨리 도착한 이유에 대해서 뭔가 대답거리를 만들어야 될 것 같은 분위기...
티오프 전에 일의 경과에 대한 간단한 보고...
뭔가 큰 차질이 생겼다고 판단하시겠지만 달리 내색하지 않으신다.
대리인을 통해 일을 푼다는 것은 항상 답답하다.
내가 나선다고 해결되지도 않지만, 믿고 기다린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상심이 크시겠지만, 화를 낸다고 일이 풀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하고 계시겠지.
내대신 감독기관의 현장점검으로 한사람이 빠지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 운동에서 빠지는 게 맞다.
빠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얼른 사무실로 돌아가 사람들 만나보겠다 말씀드려야 하는데 분위기가 아니다.
내가 빠진다고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일의 경중보다 선후가 중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7시 3분 - 티오프...
마음도 심란한데다 운동도 일이고 관계지만, 이런 상황이 즐거울리 만무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를 기준으로, 회사 일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몸만 더 피곤해질 것 같고,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은 시간이지만 또 웃고 떠들며 분위기를 맞추는 것 -
그것도 내 일인 걸...
전반 3개 오바... 쓸데없이 스코어가 좋다. 즐겁지 않다...
하긴 이제 9시반인데 아직 회사 일 대행하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을 시간이지.
후반 첫홀 파... 그리고 기다렸다는듯 전화가 오기 시작하고, 곧바로 두 번째홀 OB... 트리플이다...^^
공교롭게 이때부터 밀려선지, 밀린만큼 전화는 걸려오고, 스코어는 비례해 나빠지고...
빨리 끝나고 얼른 사무실 가야한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캐디언니가 한마디 한다 ;
다리가 풀렸네요?! 맘이 딴데 가있다라고 변명하고 싶어 입만 근질거린다...
12시 반 - 목욕과 식사...
이미 전화들은 해 놓았고 어떻게 일을 풀지 머릿속은 복잡하다.
운동 끝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온탕에 들어갔다가 냉탕에 들어가는 거...
시원하다. 살얼음이 내 몸에 쫘악 끼듯이 혈관이 움츠러들면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풀렸다 졸였다 하는 것이 일의 리듬인데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온탕에서 몸을 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
냉탕에서 근육을 꽁꽁 얼려 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풀(채식) 좋아하는 C이사의 요구로 메뉴가 결정된다.
근데 요즘은 왜 고기를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지? 도통 영양보충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얼마전 생선은 배가 든든하던데...^^
엉뚱하게 내키지 않는 식단을 받아들고 열심히 배를 채운다.
이따 사람들 만나서 버티려면 잘 먹어야 한다.
2시 - 주유, 그리고 출발...
순서를 정했다.
먼저 포기했던 쪽 사람들을 먼저 만나고, 그 진취를 보아 먼저 사람들을 만나기로.
생각해보면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어떤 식이든 먼저 일을 풀었던 사람들이 적극적이고, 앞으로를 위해서 필요한 안배니까.
먼저 선후를 잡고, 되도록이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다. 합리적으로...
문제는 우리쪽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과 해당 기관의 요구를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만약 내가 포기했던 K본부장 쪽에서 일을 풀게되면,
결과적으로 현재 전면에 나나서 일하고 있는 L사장의 노력은 공염불이 된다는 점...
그렇게되면 한쪽은 이용만 당하고 토사구팽 되었다 불만을 내세울 것이고, 다른쪽도 시큰둥할지 모른다.
게다가 양다리 걸쳤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데, 자칫 양쪽에서 일을 포기해버릴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상상하기 싫다. 게다가 시간이 너무 없지 않는가!
그래도 지금 중요한 것은 일을 만드는 거! 무조건 성사가 되어야만 길도 있고, 시간도 벌고, 여유도 생긴다.
그러고보면 나는 <오해>라는 상황을 참 싫어한다.
옳고 그름, 선후, 경중, 친밀도와 편향...
선택을 위한 많은 기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가끔 오발탄이 명중하고, 착각과 비약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런 것은 어쩌다 한번이면 족하다.
과정이 찜찜하면 내재된 문제는 언젠가 드러나며 누군가는 책임져야하며 그때는 늦기 때문이다.
3시 - K본부장 미팅...
먼저 원주쪽 일...
원하는 조건에 상당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거 같다.
일단 하나는 됐고...
남은 인천쪽 일에 대해 설명한다.
그냥 저쪽에서 하시지요?
예상했던 반응...
이럴 땐 감춰야할까? 오픈해야할까? 선택의 기로...
실은 이렇고 저렇고... 난 처음부터 당신이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런식의 잔머리는 무의미하다.
난 원주일은 당신이 풀고, 인천일은 L사장이 풀었으면 했는데 예상치 못한 조건이 붙었다.
만약 당신쪽에서 일을 풀면서도 그 조건이 붙어야 한다면 당연히 나는 그쪽으로 간다.
그렇지만 그 조건은 회사에서 받아들이기도 힘들지만, 우리가 약속하고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나는 지금 L사장쪽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붙이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풀어주길 원한다.
시간을 달라... 시간 없다...
조건이 바뀌지 않았느냐... 바뀐 걸 맞추는 게 능력 아니냐...^^
수수료와 비용은... 더 깎지는 않겠다...^^
그럼 뭐하자는 것이냐... 믿고 기다리겠다...^^
4시 반 - L사장, K사장 미팅...
K사장쪽 해당 기관에서 전화가 온다.
양다리 걸치지 않았냐... 경쟁사를 왜 노출시켰느냐... 조건은... 비용은...
이게 일의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리고 경쟁 운운하는데 어쩌면 화낼 사람은 나지만,
전화로 모든 걸 해결하려면 오해가 더 많이 생긴다.
얼굴을 보지 않고 속마음을 말한다는 것은, 때때로 더 큰 오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사실관계를 설명하면서 몇가지 문제점만 이야기했다.
내가 만약 양다리를 걸쳤다면 오늘 오후에 당신들과 약정서 체결 약속을 잡을 수 있었겠느냐고...
그리고 당신들이 말한 조건은 애초에 해결된 걸로 알았는데 당신을 통해서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
그것은 이 일을 앞에서 풀던 사람들의 희망사항이 합의사항으로 둔갑되면서 발생된 문제라는 점...
또한 당신들이 우리에게 내건 조건은 내가 예, 아니오로 답할 성질의 것이 애초 아니라는 점... 등등
당장의 수순을 위하여, 임시 봉합과 눈 앞의 성과를 위해 내가 약속할 수 없는 것에 공수표를 남발한 순 없다.
내가 K본부장을 만난다고 이미 통보받은 상황이기에 사무실 근처에서 기다렸던 두사람이 올라왔다.
다시 만들어 보잔다.
음~~~
갈등의 순간이다.
최단시일 내에 일은 마무리 되어야하며, 되도록 두사람은 우군으로 끝까지 끌고 가야할 사람들...
그에 반해 K본부장은 특정분야 업무에만 한정되어 교류하는 사람이다.
일을 위해 사람이 필요한 경우와, 사람을 위해 일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일로 인해 이득이 되는 경우와, 이득을 위해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속적으로 챙겨야 하는 관계와, 일을 위해 한시적으로 맺어지는 관계도 있다.
원칙의 문제인지, 취사선택의 문제인지, 장단기, 경중, 절차, 성패의 가능성 등등 많은 문제들이 꼬여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모든 선택의 잣대다.
이런 일에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단순하게 일에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조건의 유불리, 협상의 타이밍, 치밀한 포석이 중요한 때가 아니라, 믿고 기다리는 것 뿐이다.
이미 내 손에서 떠났고 나는 더 많은 걸 생각하면 안 된다...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올 수 있는 법이니...
지금 내 스스로 돌이켜보는 것은 원칙을 지키고 있는가, 그것뿐이어야 한다.
6시 반 - 올림픽대로...
7시에 대학 동창들 모임이 있단다.
참 오랫동안 참여하지 않은(못함이 맞을까?) 만남이다.
새로움, 설레임, 또 다른 자극... 내가 아직 어리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버린 과거는 하나 없지만, 웃으면서 과거를 즐길만큼 여유롭지도 않다.
신촌쪽으로 방향을 틀려면 여의도쯤, 늦어도 양화대교에서는 방향을 바꿔야 하는데 그냥 지나친다.
물이 들어찬 인천 앞바다를 본다.
누군가 갯벌을 채운 바다를 보면서 그런 말을 했다 ; 물이 꽉 차면 괜히 마음이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해보면 물이 채워졌다는 것은 좋은 의미가 많다.
윤기 흐르는, 촉촉한, 물 오른, 넘치는... 모두 물이 찼을 때의 상황이거나 표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연못도 만들고, 호수를 그리워하고, 바다를 동경할까?
부서지는 포말과 넘실거리는 파도는 없지만, 잘잘한 물결이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영종대교를 넘는다.
8시 반 - 저녁...
훌러덩... 해결되지 못한 짐을 그대로 싸안고 숙소로 넘어와 훌러덩 옷을 벗는다.
저녁은 먹어야 한다.
이럴 땐 늘 혼자다.
후후~~~ 많은 시간을 혼자 밥먹어 그러는지 특별한 감상은 없지만 항상 메뉴가 고민이다.
여기 반계탕은 안 하나요? 우린 삼계탕만 있는데요?!
9시 반 - 공원산책...
둥당둥당... 거친 스피커가 밤의 적막을 깨뜨린다.
아니 이 저녁에, 조용해야할 도서관 옆에서 무슨 TV 소리가 저렇게 크지?
야외 스크린이 쳐져있고, 상당한 사람들이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영화를 본다.
얼마전 개봉했던 영환데 제목은 모르겠고, 이순재씨가 나온, 제법 괜찮았다는 영화가 돌아가고 있다.
<한여름 밤의 별빛 영화여행> 프로그램이다.
야 좋다...^^
매주 금요일 밤, 15차례 동안 이 공원에서 영화가 틀어진다.
하긴 극장하나 없는 섬에서 이렇게 야외에서, 별빛을 보며, 선선한 바람속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별미겠네.
모기에 뜯긴다는 여유만 있다면...^^
잠깐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들 구경을 하다가 운동장 트랙에 들어섰다.
허리도 뻐근한데, 다리도 풀렸는데, 눈꺼풀도 무거운데 얼른 들어갈까?
아냐~~~ 그래서 더 걸어봐야지.
작년에 걸으면서 꽤 괜찮았는데 지금은 아예 안 하잖아?
스스로 다독이며 또박뚜벅 걸어본다.
이것도 습관이고 버릇이어야 하는데 이런 저런 핑계면 언제나 걸어보겠나?
하늘의 별도 보고, 달도 보고... 그러고보니 오늘은 아침 해도 봤네?
달빛처럼 부드럽게, 별빛처럼 반짝반짝, 그리고 햇님처럼 뜨겁게... 그런 향기가 나면 좋을텐데...
대지의 품처럼 넉넉하게, 물처럼 유연하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나무처럼 푸르르게, 산처럼 편안하게...
이것저것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평화롭게 걸어보고 싶다.
10시 반 - 일기...
갑자기 일기를 쓰고 싶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24시간을...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했는지...
일기가 써지겠어?
만화나 볼까?
컴퓨터를 켜고 컴퓨터와 체스를 둔다.
눈이 아픈데?
잠은 안 오고, 뭔가 하고 싶은데 머릿속만 빙빙거린다.
책이나 읽을까?
이대로 잘지 모르니, 일단 불은 끄고 작은 LED 전등을 켠다.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채널을 돌린다... 부지런히...
영화나 볼까?
허걱~~~ 벌써 12시가 넘었네?
내일은 푹 잘까?
그래~~~ 내일 일은 또 내일 생각하기로 하자...
기지개 한번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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