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이 빤한 드라마를 보고 있다.
드라마는 안 보면 되지만,
일이라는 게, 살아간다는 게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빤한 결말을 비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무겁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바 아니다.
이제부터 한고비를 넘는다고 해결될 것도 없음을 안다.
시간을 벌뿐...
그렇다고 그걸 건너 뛸 방법이 없기에 나는 또 벗어날 수 없다.
어느덧 명동까지 왔음을 느낀다.
문득 지광국사현묘탑이 떠오른다.
쫓기는 일은 나의 게으름과 몰고 다니는 습성 때문이지만,
예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기는 싫다.
따사로운 가을볕...
구름에 숨겨진 햇빛임에도 가을빛의 온화함은 석양과 함께 부드럽다.
그 빛 속에서 잠시, 아주 잠시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본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잠깐이나마 멈춰서 있고 싶어서.
생각해보면 일상사 경험이라는 게 목적만으로 선후경중을 저울질 할 수 없는 게 많겠지?
아무 생각없이 잡히는 앵글에 빛을 담는지, 형을 담는지, 시간을 담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하나하나, 부분부분에 천착해 바라만 본다.
오늘... 지독하게도 무심한 발걸음에 기다림 없는 시간을 붙들고 하소연하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나를 가장 초라하고 한심하게 만드는 건, 시간의 낭비일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알면서도 제어하지 못할 때일까?
몸만 축나고, 개운할 수 없고, 변명할 수 없는 것들이 강요하는 무기력일까?
생각해보니 무기력과 중독, 무책임과 충동은 어쩌면 같은 말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자꾸 나는 나를 나태와 게으름으로 단련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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