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은 허락 받았어?
너는?
ㅎㅎ
대답대신 반문이 우선한다.
모처럼 나선 여행... 통도사 이후 3년만인가?
<무량사... 나는 개인적으로 조선의 가장 아름다운 목조건축물로 무량사의 극락전을 꼽는다... 장중한 기품에 우아한 곡선미, 그리고 육중한 석탑과의 절묘한 조화... 간결한 배치와 단순한 구성 때문에 이 한장면으로 만족해야만 하더라도, 극락전이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중 하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대천 머드축제와 성주사지 등등 가족들과 다녀간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들른 부여...
부여의 롯데리조트에 자리를 잡았다.
무량사, 부소산성(낙화암), 궁남지, 백제문화단지, 정림사, 마곡사...
많은 행선지들이지만 간단하게, 바쁘지만 느긋하게, 걸음보다 말이 많은 여행이다.
주제도, 목적도 없지만 함께 하는 시간으로 만족하려는 시간...
작은 여유와 약간의 긴장(?)속에 걷고 웃으며, 영욕의 역사를 무념의 자연으로 이해해본다.
<백제문화단지 내부의 재현 궁궐과 능사... 하앙구조와 인자공, 내림마루 등등 현존하는 일본의 백제건축을 모본으로 재현되었다...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게 백제의 스케일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들의 스케일이 되었을 것이고...>
<능사 목조 오층탑(일본에서는 오중탑이라 불르지만, 우리에게는 오층탑이 익숙할 거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욕심냈던 이번 여행의 목적이 이 오층탑이었다... 1:1 스케일로 복원된 백제의 사찰(寺刹) 혹은 제사(祭祠)건축의 분위기도 느끼고 싶었고... 건축기단부나 건축구조 등이 많은 고증과 연구에 근거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처마의 곡선이나 비례 등은 역시 현재의 한국적 미감이었다... 그리고 뒤쪽의 백제 고분군까지 함께 재현하여 백제 능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든 점이 좋았다...>
부여, 가 볼만 하다는 이야기를 최근에 들었는데,
완전히 시간이 정지된 기분이다?
고층 건물, 변변한 고층 아파트 하나 없는 부여가,
그 이유 때문에 느긋하고 차분한 옛 정서를 간직한 고도로 이해된다.
낮음과 느림의 미학일까?
개발이 없어서, 파괴가 없어서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는 기분은,
낮게 깔린 도시의 건축, 성장이 멈춰버린 방치와 외면의 혜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여 롯데 리조트 전경... 참 맘에 든다... 이탈리아에서 묵었던 크루이스 호텔도 연상되고, 서울여자대학교 벽체 디자인도 연상되고, 다양한 색깔에 번잡한 느낌도 들 수 있지만, 화이불치(華以不侈) 화려하지만 사치스럽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백제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살렸기 때문이 아닐지... 이곳에 이만한 투자를 할 수 있음이 좋아보인다...^^>
바다도 아니고, 산도 아니고, 골프장도 아닌데 리조트가 되네?
부여라는 이름으로 한 몫 하는 거 아닐까?
지금까지 부여... 해봐야 특별한 게 없었잖아.
오히려 공산성에 마곡사에 국립박물관까지... 공주는 그런대로 자리를 잡았는데
오천 결사대 계백장군에, 폐국주 의자왕과 삼천궁녀 이야기, 한마디로 부여는 컨셉을 잘못 잡았지?
(어렸을적, 우리들에게 강요된(?) 백제의 이미지는 대단히 부정적이고 계몽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현대 건축에 전통 구조를 혼용한 것도 맘에 든다... 이 곳이 부여가 아니었다면, 이 곳이 백제의 수도가 아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단청없는 담백한 목재의 질감과 자연스런 색감을 그대로 살린 배흘림기둥이 참 좋았다...>
<원형의 회랑... 건축구조가 곧바로 마감으로 이어진 이 회랑의 담백한 구성과 건강한 노출은 거조암 영산전처럼, 사람을 편안하고 그윽한 안정감에 젖게 만들어 준다...>
93년인가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견 되고부터 서동요로 분위기를 잡고,
이젠 성왕과 일본을 연결시켜 전성기 백제를 보여주려는 거 같고...
지금까지는 무량사란 좋은 소재도 살리지 못한체 정림사탑에만 의존했던 거 같은데,
백제문화단지와 능사, 건천궁 등의 복원이 있어 이제 자리를 잡을 거 같아.
물론 근초고왕-근수구왕, 그리고 동성왕-무령왕-성왕-위덕왕-무왕에 이어지는 백제의 전성기를
충분히 살리지 못해 아쉽지만, 백제역사문화관과 이 롯데부여리조트가 있어 아주 편해질 거 같은데?
<저 원형의 회랑 속에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복원될까? 나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오는 날, 거울연못처럼 얕은 물위로 떨어지는 빗물은 마음을 평화롭게 만드는 거 같다... 어제, 이곳에 비가 많이 내렸다... 이 회랑에 쪼그리고 앉아서 빗방울을 세어 보는 것도 참 한가로운 서정이다...^^>
이 건물 참 마음에 들지 않나요?
백제의 영기문 혹은 운기문양을 따라 설계하고
현대적 소재와 색감에 전통의 건축을 조화시켰다.
근래 보기 드물게 흥겨운 기분이다.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백제역사문화관과 건천궁, 능사... 이곳도 맘에 든다.
추천하고 싶다.
<역사박물관 내부의 능사탑 모형... 법륭사 오중탑과 비교하면 훨씬 한국적이고 현대적이다... 긴장감 넘치는 직선도 없고, 묵직하고 무덤덤한 엄격함도 사라진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으로 처리된 모형이다... 우리는 역시 현재(!) 우리들의 시선(!)과 미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 한다... 그리고 나도,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바라본다...^^>
백제문화단지 때문일지, 롯데리조트 때문일지, 형들 때문인지... 부여가 살아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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