뵌지 참 오래되었다.
약간 회색빛 눈동자였었나?
약간은 어눌한 듯, 약간은 피로한 듯, 약간은 초연한 듯...
고문의 후유증이었을까? 엄중한 현실 때문이었을까? 당신이 짊어진 약속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침착하게 바라보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넓게 생각하고, 현실의 힘을 갈구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항상 앞서 계셨고,
나의 우려와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 주셨던 분...
80년대 CNP 논쟁이었나?
그것이 80년 중반을 넘어서서 NP 논쟁이 되고?
그리곤 90년대 초반부터, 우리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모두가 뿔뿔히 흩어졌지...
김근태, 이부영, 김문수, 장기표, 이재오, 이우재 등등등...
나의 관심과 무관하게, 그리고 이미 결정을 내린 우리 앞세대 선배들은 각기 다른 길을 선택했다.
언젠가 제정구 선배를 만난 적이 있었다.
요즘 뭐하나?
웃으면서 말했었지... 사진 찍고 있잖아요.
언젠가 지하철에서 김근태 선배를 만난 적이 있었다.
요즘 뭐하나?
역시 웃으면서 말했었지... 사진 찍고 있어요...
<제정구... 소주에 막걸리에... 그렇게 기억되나?>
한두번, 김근태 선배의 사진을 찍었던 거 같은데, 아무리 뒤져봐도 사진을 찾질 못했다.
제정구 선배 사진은 있는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른 두 길을 걸어가셨던 분들...
김선배와는 기회가 없었지만, 제선배와는 이렇게 저렇게 띠각태각 했었는데...
이제와 사진을 찾으며 잠시 하늘 한번 쳐다본다.
공교롭게 두분은 똑 같이 물으셨고,
나는 똑같이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도 달리 대답할 무엇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무얼 하고 있는지, 무얼 찾고 있는지...
장례식장에 있던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올거니?
...
세상 담 쌓았니?
...
변했냐고 묻는다. 나도 세상도 변한 게 별로 없는데...
그런데 왜 대답을 못했을까? 그리고 왜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까?
그래도 이렇게라도 추억하고 싶은 이유가 있겠지.
말하고 싶은 게 있겠지?
빛이 없는 하늘... 참 우울하게 보인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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