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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와 함께...

똘똘이> 10살과 함께 시작한 사춘기(?)...1503

 

보신각 종소리가 그치기도 전에 똘똘이가 나이를 챙긴다.

" 엄마~ 나도 이제 10대야 !!! "

아니, 열 살도 아니고 십대라고???

 

 

 

 

어릴적...

설날에 떡국을 먹어야만 1살이 늘어나던 시대(?)는 화석화된 추억의 단상일텐데,

오늘은 그런 격세지감을 느낄새도 없이,

자신의 나이가 10살이 됐다는 것보다,

세상을 향해 스스로 10대의 일원이 됐음을 선포하는 똘똘이의 당찬 모습에서

도통 가늠할 수 없는 아이들의 욕망을 생각해본다.

 

<예쁜 게 죄라면 나는 사형감...>

 

 

언젠가 언니의 투정을 보며,

자신은 사춘기 없이 그냥 나이를 먹으면 안 되느냐 묻던 똘똘이니

훌쩍 훌쩍 커가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스럽지 않을까?

오늘은 10대가 된 그녀의 정신세계를 추적하기 위해 지난 사진을 몇장 들여다본다.

 

<얼마전이다...>

 

 

1학년말, 넵킨공예를 따라하며/ 트로피를 받고/ 게임이란 시 등등과 비교하면,

2014년 가을 2학년 때 그림과 시는 많이 바뀌기 시작한다.

 

<1학년 말 일기장이다...>

<색종이도 오려붙이고...>

<시도 쓰고...>

 

 

 

나에게 조금 더 익숙한 그림,

다양한 언어구사,

그리고 그럴싸한 비례...

아직 틀이 깨지진 않았지만, 마음을 표현하는데 훨씬 자유롭다.

 

<작년 가을... 2학년 때다...>

<자유롭고 좋다...^^>

<1등을 하면 어마어마한 상금이 달린 시험... 100점 맞을지도 모른다고 호들갑 떨더니 시험 끝나고 한마디 한다. 모른 게 다섯개나 나왔어요... 그래서? 그냥 비워놨지... 어휴~ 찍고라도 나왔어야지!!>

 

 

세상을 통해 다듬어져 가는 그 모습들이

새로운 걸 배워가는 건지, 지니고 있던 것을 잃어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는 그녀의 성장을 확인하고 변화를 대견스러워 했다.

 

<작년 겨울엔 갑자기 관상책에 꽂히드니...>

<느닷없이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야겠단다...>

 

 

이제 막 3학년 개학식이 끝난 엊그제 일요일 밤. 드디어 사건의 날이다...

내일이면 등교해야 할 똘똘이가 12시가 다 되도록 잠을 못자고 있다.

결국 시 한편 외우는 숙제를 같이 도와주고,

야단친 엄마 곁에 접근도 못하고 서성거리는 아이가 안쓰러워

불쌍한 영혼을 위로할 겸 세가족이 같이 누웠다.

 

 

 

“ 울다가 잠들면 눈만 퉁퉁 붓고, 피부도 망가져~ ”

유머와 센스에서는 빵점인 아빠가 한다는 말이 고작 그런 투다.

흐느낌이 그치지 않는 침대에 약간의 설명과 훈계가 동원된다.

" 그래~ 엄마가 똘똘이 야단친 건 잘못된 습관과 버릇을 고치기 위함이 아닐까? "

이건 아이를 위로하기 위함이 아닌, 나름의 눈치로 상황을 재단하고

모녀의 불편한 관계에 끼어들려는 아빠의 어설픈 훈계가 분명하다.

" 음~ 여덟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있잖아... "

 

 

<엄마, 아빠 이행시... 아빠를 바라보는 똘똘이의 시선이다...^^>

 

 

 

열 살은 아닌 거 같고 여든의 1/10을 어림잡아 여덟살이라고 말했더니

고개를 베개에 처박고 흐느끼던 아이가 드디어 한마디 하신다.

" 아니지~~~ 세 살 버릇이지 ! "

ㅎㅎㅎ

하긴 속담 배틀에서 엄마 아빠 다 이겨먹은 똘똘이인데다,

잘못된 걸 참지 못하는 아빠피를 증명하듯 불현듯이 입을 연 게 지적질이다...^^

 

<올해 들어서는 그림이 완전히 달라졌다...>

 

 

빵터진 웃음에 드디어 화해모드로 들어서나 했지만,

쓰다듬는 손길에도 울음이 가시지 않는 건 뭔가의 아쉬움이 응어리져 남아있다는 눈치...

" 우리 똘똘이가 아직 서운한 게 있나 보구나... "

" 나는 2일 동안만 숙제 안하고 텔레비전 봤지만, 엄마는 겨울내내 다이어트 안 했잖아~ "

" 3개월 동안이나~~~ “

 

 

 

공부는 물론 숙제도 안 하고 약속했던 시간을 초과해서 텔레비전만 봤다는 엄마의 핀찬은,

지 할 일 안 하고, 엄마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원칙 때문이었는데,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그런 내용이라면 엄마도 잘 한 게 뭐 있냐는 본심이 드러나는 순간,

야단친 엄마의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 그래~ 이건 반항심이 깔린 억울함이네...ㅋㅋ

 

<사촌언니 아프다고 위문 편지도...>

 

 

하긴 작년까지 십념감수했다는 말을 굳이 “구년감수”라 고쳐 말하던 아이니,

한 살이라도 빨리 나이를 먹고 싶고, 성장하고 싶어하는 똘똘이에게

작은 불일치와 부모의 이중잣대는 참을 수 없는 억울함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없이 그냥 지나치고 싶다던 똘똘이가 드디어 10살이 됐다.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이제 그녀의 10대 반항기가 시작된 건지도 모르겠다...^^

 

<하나밖에 없는 지 생일이 제일 중요한 똘똘이...>

<그래~ 이렇게만 커 준다면...^^>

 

외할머니 생신날, 똘똘이의 위문공연 실황...

함께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