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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여행-趣,美,香...

비인 오층석탑 2> 비인 성북리 석탑은 오층이 아니라 삼층이 맞지 않을까?...1507

 

그런데 갑자기 드는 의문...

이 석탑은 왜 오층석탑이라고 불릴까?

왜 오층석탑이어야만 할까?

상륜부의 (5층) 지붕돌처럼 보이는 부재나 4층 몸돌로 보이는 부재 때문에

오층이라고 우기는 건 아닐까?

혹시 지금의 이 상태가 완성된 구성이 아닐까?

그리고 진짜 고려시대 석탑이 맞을까?

 

 

<오늘은 비인탑을 본격적으로 뜯어보려 한다... 내 관점은 ⓐ 현재 모습으로도 삼층석탑으로 이해할 수 있다, ⓑ 3층 지붕돌 위 부재들을 모두 걷어내고 곧바로 복발이 올라간 모습이 원형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 그리고 ⓒ 후대 중탑 과정에서 상륜부에 변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보개형 상륜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처음 보면서 들었던 의문을 이제야 분석해본다...^^>

 

 

음...

오늘은 이 부분을 다시 살펴보고 싶다.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 받아 각각의 부재를 다시 해체해 본다.

한번 면밀하게 뜯어보자는 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3층 위 부재에 각각 W, X, Y, Z란 부호를 붙여봤다... W는 복발 일체형 노반, X는 사각(방형) 보개, Y는 2단 노반, Z는 1단 노반으로...>

 

 

먼저 노반 밑의 마지막 지붕돌(앞으로 ‘X'라고 불러본다)

나머지 3개층 지붕돌과 치석수법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출발해본다.

세부적 구성을 살펴보면, X의 합각부위 우동은 온전히 살아있는데 반해,

3개층 지붕돌과 달리 귀솟음도 없고, 그렇다고 파손 때문도 아닌 걸로 보인다.

또한 X에 풍탁이 달렸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3층 지붕돌 풍탁구멍이 처마 하부에 있는데 반해,

X 처마면 하부에는 풍탁구멍이 없고, 있더라도 측면에 있어 구성이 다르다.

 

 

그리고 낙수면 경사는 평박한 3개층 지붕돌과 완전히 다르고,

무엇보다 우동을 모각한 치석기법과 양식이 완전히 다른데다,

검게 보이는 색감에 석질도 3층 지붕돌까지 부재들과 다르게 보인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지붕돌 우동... 비인탑은 정림사탑의 양식과 구성 뿐만 아니라 세부 치석수법에서도 친연성이 매우 높다... 자세히 관찰해보면(빗금친 부분) 지붕 낙수면의 우동을 정림사지탑과 똑같은 방식으로 계승한 석탑은 비인탑이 유일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X는 석탑의 도괴나 파손으로 인해 신재로 보충할 때

아래층 지붕돌과 똑같이 만들 기술이 없어 후대에 잘못 만든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렇게 기획되어 만들어졌거나,

혹은 보수나 중탑 과정에서 새롭게 추가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렇게 생긴 석탑의 지붕돌은 전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4층몸돌이라고 추정했던 3층지붕돌 위 부재(앞으로 ‘Z’라고 불러보자)

3층몸돌에 비해 높이가 낮아졌지만 폭은 거의 같다(60cm라고 한다).

이 점은, 높이는 비슷하지만 체감을 위해 폭을 확연하게 줄인

2층, 3층 몸돌의 비례와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 Z의 상단에 돌출된 1단 층급은 다른 몸돌 괴임에 비해 지나치게 얇아,

지붕돌 층급받침이라기보다, 일반 석탑의 노반에 돌출된 몰딩수준이다.

 

<군위 인각사 삼층석탑 노반... 우주와 몰딩을 한꺼번에 갖춘 노반으로는 선암사, 인각사, 석남사, 지보사, 승안사지 삼층석탑을 비롯해, 무량사, 금산사, 갈평리 오층석탑 등, 통일신라와 고려, 삼층과 오층, 그리고 지역에 상관없이 관찰할 수 있다... 800년대 중후반 만들어진 석가탑계열 삼층석탑은 대부분 2단의 몰딩을 두었다...>

 

 

또한 2층과 3층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4층에도 살아있다면,

당연 4층몸돌 밑에는 몸돌보다 조금이라도 넓은 1단의 괴임이 있어야 하는데,

Z의 넓이를 고려하면 4층부터 체감은 이전 비례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오히려 우주와 1단 층급으로 구성된 노반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무량사 오층석탑 노반... 석가탑계열 삼층석탑과 달리 정림사지탑 계열은 1단 몰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중 무량사탑의 노반은 우주와 몰딩 일체형이다...>

<장하리 삼층석탑 노반... 이에 반해 장하리탑의 노반은 우주없이 몰딩만 돌출되어 있다... 참고로 몰딩, 층급받침, 자바라는 같은 의미다. 이 중 건설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자바라는 일본어로 아코디언의 주름상자나 주름진 호스 등, 접혀진 형태를 의미한다...>

 

 

세 번째, Z 위에는 5층 몸돌로 추정되는 부재(‘Y'라 부른다)가 하나 더 있는데,

먼저 우주가 생략돼 3층까지 진행된 패턴에서 벗어나 몸돌로 보기 어려울뿐더러,

Y는 일반 석탑에서 볼 수 있는 1단의 층급만 각출되어 있다.

이 부재는 우리가 흔히 봐온 일반 석탑 노반과 비슷한 양식으로,

Z와 같이 묶어서 본다면 2단으로 구성된 노반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탑평리 칠층석탑의 2단 노반... 2단 노반으로 구성된 석탑은 탑평리 칠층석탑과 대흥사 북미륵암 삼층석탑 등 2기를 봤는데, 그 예가 적다... 도리사 석탑도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대흥사 북미륵암 삼층석탑... 2단 노반으로 각 1단의 몰딩이 돌출되어 있다...>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X 위에 불편하게 놓여 있는 부재(‘W'라 부른다)로,

상하에 1단씩 층급(몰딩)이 각출된 사각형에 복발까지 일체형으로 가공됐는데,

이 부재는 누가 봐도 노반이 맞을 것 같다.

문제는 W가 3층 지붕돌 위 Z보다 높이는 낮지만 폭은 같거나 넓다는 점이다.

혹시나 해서 바꿔 놓고 싶지만, 복발까지 일체형으로 가공되어 있어,

W와 Z는 그 위치를 뒤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W는 비인탑의 마지막 노반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담양 연동사지 삼층석탑의 노반... 누워있는 H자 형태의 노반은 정림사탑 계열의 귀신사탑에서도 확인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몇가지를 추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①첫 번째, 현재의 명칭처럼 비인탑이 5층석탑임을 가정할 때,

각각의 부재인 Z는 4층 몸돌, Y는 5층 몸돌, X는 5층 지붕돌일까 하는 점이다.

이 문제는 실제 이 부재들의 규격이 5층에 적합한지 확인해야겠지만,

새부 규격들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단 5층으로 비인탑을 재구성해보면

확인되지 않을까? 역으로 추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②두 번째, 비인탑은 본래 삼층석탑이었는데,

후대에 상륜부가 보강되면서 변형된 형태로 고착된게 않았을까 추정해 보는 것이다.

즉 현재 최상단에 있는 노반(W)이 현 3층 지붕돌 위에 올라간 경우로,

3층지붕돌과 노반 사이의 중간부재인 X,Y,Z를 빼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③그리고 마지막 현재의 구성을 완성된 형태의 3층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세번째 방식이기도 하고, ②두 번째의 변형이기도 하다...^^)

즉 3층 지붕돌 위로 2단의 노반이 올라서고,

그 위 부재인 X를 사각(방형)보개로 이해하는 방식인데,

하나씩 추론해볼까?

 

①먼저 첫 번째 방법으로, 현재의 석탑을 5층으로 재구성해 본다.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5층 지붕돌을 현재의 부재가 그대로 살아있는 경우와

3층까지의 지붕돌과 같은 패턴의 지붕돌이 5층까지 연속되는 두가지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4층 지붕돌은 3층과 같은 양식이었다고 추정하고 시작해본다.

 

<현재 부재들을 살리면서 4층 지붕돌과 5층 몸돌을 끼워 넣은 모습이다... 현실적일까 의문스럽고, 리듬이 깨지면서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일단 X를 그대로 살릴 경우 이 석탑은 일관성을 잃고 리듬이 깨진다.

또 두 번째 방법처럼 동일한 방식으로 X를 교체하면 체감률이 흐트러진다.

게다가 현재 4층몸돌로 추정되는 Z는 어느 경우에도 맞지 않는 부재가 되고,

5층몸돌로 추정되는 Y 위에는 역사다리꼴 층급부재가 들어갈 자리도 없다.

 

<애초 5층석탑이었다면, 정림사지탑처럼 5층 지붕돌도 같은 양식이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부재를 교체해봤다...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1m가 넘었을 지붕돌을 지탱하기에 5층 몸돌은 너무 작을 거 같고, 체감률도 무너진다...>

 

 

무엇보다 2층과 3층 몸돌의 축소율을 감안하면 4~5층 몸돌폭은 현실적이지 않고,

빈약해진 4층과 5층 몸돌을 압축시키기에 5층 지붕돌은 너무 빈약하다.

1,2,3층이 완벽한 구성과 비례를 갖춘데 반해

억지로 4,5층을 만들 경우, 비인탑의 비례와 체감은 크게 흐트러질 수밖에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5층은 비현실적인 구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래쪽(↓) 삼층 사진과 비교해 보기 위해 하나 더 만들어봤다...> 

 

 

②그러면 X,Y,Z를 빼고 최상단의 노반인 W가 3층 지붕돌 위에 얹혀진 경우는 어떨까?

이 정도면 거의 완벽한 모습이 아닐까?

같은 양식의 김제 귀신사 삼층석탑이나 담양 연동사지 삼층석탑과 마찬가지로

매우 안정적인 구성이면서, 귀신사나 연동사탑보다 경쾌한 상승감까지 살아 있어,

삼층석탑임에도 불구하고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포스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복잡한 상륜부 부재들을 모두 정리하고 3층지붕돌 위에 곧바로 노반과 복발을 얹은 경우... 매우 안정적이고 차분하면서 깔끔해지지 않나? 너무 주관적인가?...^^>

<정림사지탑 상부... 정림사지탑의 복발과 노반도 일체형이었다...>

 

 

장방형 석재를 다듬어 계단식 층급으로 만든 지대석 위의 1단 기단부,

탑의 규모만큼 축소된 비례를 고려해 1매의 판석으로 바꾼 1층 몸체,

그리고 기단부 갑석에서 괴임없이 시작한 몸돌 위로,

사각과 역사다리꼴(사능형) 2단으로 구성된 층급받침에,

 

 

<비인탑과 정림사지탑 1층 몸돌 비교... 2매로 이루어진 판석이 하나로 교체되고, 부재의 크기와 규모만큼 비인탑 부재수가 줄어들었다... 감은사탑의 복잡한 구성이 석가탑 등에서 정리되는 것 처럼...>

 

 

8매의 돌을 (나라국)자 모양으로 구성하면서 평박하게 가공한 넓은 지붕돌까지,

비인탑은 정림사탑의 구성과 양식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비인탑과 정림사지탑 기단부 비교...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정림사지탑과 비인탑을 수치적으로 단순비교할 순 없지만, 정리사지탑의 구성과 양식을 충실히 따랐음에도, 비인탑은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3층으로 줄어든 규모를 고려하여 각각의 부재의 수가 줄어들고,

3층 높이를 고려하여 2~3층 몸돌의 체감을 급격히 감소시킨 점을 제외한다면,

정림사지탑의 느낌을 이처럼 똑같이 구현해낸 석탑은 없다.

 

<정림사지 오층석탑... 하나의 교본과 원형이 되고, 오랜 세월동안 지속적으로 후대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모본이 된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