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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문화유산 - 한국적인 건축 공간과 공예

𝐈. 論 2. 인류가 만든 문명과 문화 1)정치적, 2)경제적, 3)상업적 인간

 

한국적인 건축공간(建築空間)과 공예(工藝)

   𝐈.

     2. 인류가 만든 문명과 문화

 

   먼저 내가 포괄하고자 하는 역사문화유산은 어떤 과정에서 무엇을 왜 만들었는지부터 시작하려 한다. 인류문명은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질적으로 변화 발전했는지...

   * 이렇게 기사도 아닌데 육하원칙을 생각하고 시작과 근거 등을 찾는 걸 보면, 나의 인식론은 합목적성과 인과론, 그리고 실재적 구체성에 기반하는 거 같다.

 

 

인류의 첫 번째 발명 : 벽(壁)과 문(門) - 문명사회의 출발

 

   직립보행, 도구와 불의 사용, 그리고 농경을 통한 정착생활... 그래서 어금니가 발달하고 뇌는 더 커지고, 그렇게 인간은 문명사회를 만들었다. 동물들과 차이를 두고 야만에 대비되는 문명사회는, 반복되는 정착과 이동과정에서 만들어진 경계와 집단의 결과물로 그 출발은 벽(壁, wall)이다. 벽은 공간의 수평적 구획에서 출발한다.

 

   안팎-내외(內外)가 구분되고, 경계가 구획된다. 그리고 회의문자 벽(壁)은 흙 토(土)와 임금 벽(辟)의 합성어이며, 수평적 구획을 위한 수직 구조물이다. 그래서 벽이란 개념에는 둘레, 토목, 피하다, 벗어나다, 가리다, 그치다, 한계, 장애, 관계, 교류, 단절, 그리고 무엇보다 ‘임금 벽’이라는데서 연상되는 정치적 구조(법, 허물, 다스리다, 물리치다 등)와 비유하다 등을 모두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벽은 문명사회의 출발일 뿐 아니라 인간 개체의 주체성과도 직결된 요소라 생각한다.

 

 

   또한 벽은 문(門)이 있어야 존재한다. 문이 없다는 것은 단절-폐쇄-차단이다. 단절은 멈추는 것이고 시간이라는 차원에 존재하는 인간에게 단절은 죽음이다. 그래서 벽은 문을 필요로 하며, 문은 숨통이며 경계의 출입구다. 경계가 있지만 경계를 넘나들고, 단절과 교류의 폭과 방향을 결정하는 곳이 문이다.

 

   그리고 문을 열고닫는 것은 주인(主人)의 의지다. 우리에게 벽이 있고, 이를 출입하는 문이 있다는 것은 주인이 있다는 말... 구획된 공간이 사회든 개인이든, 실체적이든 정신적 영역이든 완성태로서의 주인(主人)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 문(門)이다. 그래서 나는 문이야말로 인류 최초의 발명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인류사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불의 발명이란, 이미 자연에 존재했던 것을 인간이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능과 방법의 문제였다면, 문은 자연(自然)스러움에 존재하지 않는 의지(意志)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경제적, 상업적, 종교적, 철학적 인간이 만든 문명사회

 

   공간과 시간이란 차원에 존재하는 인간이 벽과 문을 통해 문명사회를 만들었다면, 이 문명사회는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화하면서 현대에 이르렀을까? 나는 다섯가지의 범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맨 먼저 있고-없음... 이것을 가늠하는 걸 철학(哲學)이라 생각한다(헤겔의 대논리학도, 신화도 모두 유무(有無)에서 시작했다). 다음은 믿고-안 믿고... 이는 종교(宗敎)적 문제다. 다음은 주고-받음... 우리는 이것을 상업(商業)이라 부르고, 이 범주가 확장되면 많고-적음... 즉 경제(經濟)가 탄생한다. 여기에서 마지막 태동하는 것은 높고-낮음... 즉 정치(政治)가 된다.

 

 

   시대와 공간, 그리고 이를 해석하려는 인간에 따라 선후(先後)와 경중(輕重), 주부(主副)의 문제가 있겠지만, 나는 인류사를 정치와 경제를 포함하여 상업적, 종교적, 철학적 인간이란 다섯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범주들이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대한 요소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있고-없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높고-낮음에서부터 출발한다. 시원인 가장 고차원적인 범주가 가장 늦게 인지-해석-논증되며, 가장 마지막에 출현해야 할 완성태가 본능적일지 모르겠지만 맨 먼저 규격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1) 높고-낮음 ; 정치적 인간 : 계단과 권위

 

   벽과 문을 가진 인간이 동시에 – 혹은 먼저 갖춘 건 무엇일까? 계단(階段)이다(땅을 딛고 존재하는 인간이기에 중력을 거스리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모험을 수반하다. 그래서 나는 벽이 먼저 생기고, 그 다음에 계단이 생겼다고 보는 입장이다), 벽이 공간의 수평적 구획이라면, 계단은 수직적 구획이다. 벽으로 인간이 자연과 영역을 구분했다면, 계단은 인간간의 관계에서 질서(秩序)를 정립했다. 그래서 벽이 정착을 위한 개척(開拓)이라면, 계단은 질서를 위한 정치(政治)의 도구이며 완성이 된다.

 

 

   또 벽–문-계단은 고정(固定)된 것이다. 고정된 것은 정착(定着), 정립(定立)을 의미하며, 공간을 점유(占有)했을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건축(建築)과 토목(土木)으로 제일 먼저 만든 벽과 계단의 탄생은 오랜 이동(수렵)생활에서 정착생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벽과 계단이 인간을 정치적으로 만들었는지, 인간이 정치적이었기 때문에 벽과 계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벽과 계단을 만들지 않은 인간에게는 너와 나의 차이만 있었지만, (스스로든, 모두의 동의를 받아서든) 인간이 벽과 계단을 만들면서부터 차이는 차별이 되고, 역할분담을 위한 계층은 차등을 위한 계급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정치적(政治的) 인간에게 벽과 계단은 계층과 계급을 위한 권위(權威)가 되었고, 정치는 결국 높고 낮음을 결정한다.

 

 

 

 

2) 많고-적음 ; 경제적 인간 : 그릇과 잉여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이 많고 적음이다. 그 많고 적음을 구분하는 척도는 결국 그릇의 크기이며, 이와 관계된 모든 행위는 경제문제로 귀결되고, 높고 낮음과 많고 적음이 함께 정립되어야 문명사회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출발할 수 있다.

 

 

   또 그릇은 보관(保管)해야 할 무엇과 이유가 있을 때 필요하다. 또 나누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그릇이다. 그래서 그릇을 만든 인간은 이미 소유(所有)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필요한 만큼 소비(消費)하고 남는 것을 목적의식적으로 보유(保有)하는 것, 나는 그것을 잉여(剩餘)라고 부른다.

 

 

   잉여가 지속되지 않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힘과 존속에 대한 계산과 눈치였겠지만, 잉여가 있을 때부터 관리(管理)가 필요하고, 관리는 역할분담(役割分擔)이란 체계를 시스템화하며, 역할분담은 계층(階層)이 된다. 잉여가 지속되면서부터 인간은 경제적(經濟的) 인간이 되고, 경제적 인간의 크기는 계층의 고하(高下)로 고착되었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큰 그릇을 먼저 만들고 작은 그릇은 다음에 만들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그릇을 만들고, 그 다음에 개개인에게 필요한 그릇을 만들었을 것이고, 경제적 인간은 그렇게 성장했다.)

 

 

 

 

3) 주고-받음 ; 상업적 인간 : 교환과 시장, 그리고 도시

 

   자연은 변하고, 세상은 변하고, 인간은 변하고, 사회는 변하고, 역사는 변한다. 높고-낮음과 많고-적음도 변한다. 주고받는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이 자연스러운가, 뺏고-뺏기는 강제성에 기인 한가는 별개로, 주고-받는다는 것은 결과로서 많은 변화의 출발이 된다. 나는 이 과정을 경제와 구별된 필연적 일상을 상업(商業)이란 범주로 설명하려 한다.

 

 

   벽과 계단이 먼저 만들어졌는지 그릇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그릇과 벽/계단 - 인간이 정치적이 되고 경제적이 되고 난 다음 잉여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거래(去來)이며, 거래에 신용(信用)과 약속(約束)이 규격화된 교환(交換)으로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그 새로운 세계를 인간은 시장(市場)이라 부르며, 신용과 약속에 권위가 부여된 화폐(貨幣)라는 매개체(媒介體)를 통해 시장은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고착할 수 있었다. 즉 교환(交換)이 일상화된 시장을 만들면서 우리는 상업적(商業的)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상업의 활성화와 함께 새롭게 형성된 것이 바로 도시(都市)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 시대별 도시의 특징에 대해 잠깐 ;

❶ <원시> 맨 처음 인간의 집단은 혈연을 넘어선 방어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❷ <고대> 여기에 왕과 신이 분화되기 이전의 샤먼이 중심이 된 부족이 형성되고, 방어가 진화한 군사(軍士)적 기능에, 잉여와 교환을 통해 시장(市場)이 형성되면서, 생산과 소비의 공간이 분리되고 권력을 위한 행정(行政)이 가미된 도시가 출현하게 된다.

❸ <중세>로 들어서면서 국가의 권력이 신의 권위를 앞서는 나라들은 군사 및 시장과 행정, 그리고 종교 중심지로서 도시를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기본기능마저도 상인들이 좌우하는 도시가 탄생한다(중세 유럽의 상인길드, 이스탄불을 정복한 베네치아 등).


❹ <현대> 그리고 공업생산과 함께 근대에 들어서면 생산과 소비가 도시로 통합되고, 군사, 행정, 상업, 종교 등 모든 기능이 일반화되면서, 현대의 도시는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란 개념으로 단순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