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세상보기... (축구와 다양한 코드...)
월드컵 경기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들...
조금 이상하지? 이런걸 글로 남긴다는게?
하지만 버릇이고 습관인걸 어떻하나?
이마에 된장을 붙이고도 뛰어나갔다는 국민학생시절,
돈내기 축구를 위해 보충수업을 땡땡이 치던 중고등학생시절...
그 땀을 담지는 못했다.
이게 지금의 내 머릿속? ㅎㅎㅎ
1. 지지않는 신화...
2. 이변과 기적.
3. 스포츠와 정치문화적 코드...
4. 대리만족.
5. 월드컵의 성과...
6. 남은 축구 이야기...
7. 신화의 주체.
8. 우리에게 남은 것...
9. 끝 이야기...
1. 지지않는 신화...
붉은악마 티에, 빨간 두건, 그리고 치우황제의 캐릭터가 그려진 수건을 흔드는
햇살이 손에 이끌려 거리로 나선다.
순대 먹고 싶어요, 아빠 머리 안 깎아요? 지금 깎아야죠! 슈퍼 가요...
처음 햇살이의 의도를 몰랐던 어설픈 아빠가 나중에서야 햇살이의 깊은 뜻을 알았다.
순대국집, 분식집, 짜장면집, 미용실, 과일가게, 고기집, 문방구, 수퍼...
평소 햇살이의 저녁산책 코스가 자신의 유니폼을 자랑할 수 있는
든든한 후원자들 면식이었다.
대~한민국 짜짜짝 짝짝...
햇살이의 응원은 금방 웃음이 되고 뿌듯해하는 햇살이...
그러나 오늘 독일과의 4강전...
한국이 졌다?
아니 독일이 이겼다.
아직 3,4위 전과 결승전이 남아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축구의 4강 진출...
월드컵 1승에 목말라하던 한국이 16강에 올랐다.
폴란드를 이기고, 미국과 비기고, 포르투갈을 이기고 조1위로 16강 진출,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에 오르더니
스페인까지 꺾고 4강에 진출했다.
기적?
외국에서는 이변이고, 기적이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신화가 만들어졌다.
2. 이변과 기적
FIFA랭킹 40위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진출했고
결승문턱에서 좌절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사실 기록상만으로 보면 정말 기적이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축구등록인구는 1만 8천명...
4천8백만 인구의 0.0375% ^^
2002월드컵 참가 32개국 중 가장 작은 나라인 슬로베니아 인구는 200만이지만
축구등록인구 2만 5천명이다.
물론 비율로 따지면 중국의 두 배 이지만, 축구인수는 역시 10분의 1이 되질 않는다.
프로축구 클럽수를 따지면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라는
이탈리아의 세리에A,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그리고 독일의 분데스리가까지도 모두 18~20여 개 팀으로 이루어지며,
게다가 2,3부 심지어는 4부까지 중층화 되어 있는 유럽과는
애초 비교될 수 없는 프로축구팀 수 달랑 10개...
이런 수치가 아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으나 기적이란 수식을 위해선 중요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 비해서 월드컵4강 진출은 정말 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세계 13위의 경제력이나 인구수에서 소국은 아닌게 분명하지만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쾌거를 한국축구는 이루었다.
그러나 월드컵4강이 이룬 건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3. 스포츠와 정치문화적 코드
붉은 악마...
레드컴플렉스에 악마란 부정적 이미지...
긴말이 필요 없겠지만 붉은 악마는 BE THE REDS!란 구호를 당당히 가슴에 새겼다.
주술적 의미와 열정을 뜻하는 붉은 색이 이제야 우리들의 정서에 제자리를 찾아가나?
12번째 선수라는 붉은 악마가 이룬 게 과연 응원문화에 국한될까?
16강을 넘어서서 우리들의 손에 태극기가 들렸다.
나는 태극기가 이렇게 사랑 받는 걸 80년 광주이후 처음 본다.
물론 광복 때도, 4.19때도 그랬겠지만
젊은이들에게 태극기가 이렇게 친숙해진 건 본적이 없다.
뭔가의 상징이 우리들을 하나로 묶고 있는 건가?
2002년 6월 50만, 70만, 200만, 400만, 500만, 700만...
전국민의 7분의 1이 길거리에 모였다.
대통령선거 때도,
87년 6.29 때도,
80년 광주와 서울역 앞에서도
71년, 65년, 그리고 60년 4.19때도
45년 8.15 이후 이렇게 국민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적이 있을까?
하나의 구호와 하나의 염원을 안고 노래 한 적이 있었을까?
5살이 안된 햇살이와 70넘은 노인까지 함께 응원하고 함께 웃는다.
야, 우리들이 이런 공통언어를 가진 적이 있나?
어느날인가부터 스코어를 나타내는 화면상단에 우리나라 국호가 한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되었다.
애국가에서만, 교과서에서만 있던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전국민의 구호가 되어 노래되고 있다.
함성으로 메아리치고 있다.
우리는 정말 대한사람 대한으로가 되었나?
전국민이 전세계에 흩어진 동포들이 하나가 되어
자랑스럽다고,
이렇게 긍지를 가져 본 적이 없다고,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노래한다.
축구공 하나가 만든 것 치곤 너무 거대한 것 아닌가?
4. 대리만족
체력의 열세인가?
선수와 응원단 모두 진을 다 빼버려서 그런가?
경험도 전력인가?
조직력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개인기량...
어쩌면 우리에게는 동료들이 믿을 수 있는 개인적 역량을 키워야만
조직력도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전차군단 독일의 장신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쉬운 3,4위 전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릴 것이다.
말 그대로 축구에 대한 각종 지표가 한동안 우리 머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FIFA 랭킹은 얼마나 오를까?
이제 유럽으로 진출하는 한국선수들이 많지 않을까?
그들의 이적료 혹은 연봉은 얼마나 오를까?
4년 후 독일 올림픽에서 과연 우리의 성적은 어떻게 될까?
당장 아시안 게임 등에서 우리는 여전히 아시아의 긍지로 남을 수 있을까?
축구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뼈아픈 질책과 우려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과연 축구를 얼마나 아느냐?
당신은 평소에 축구공을 생활 속에서 즐겨본 적이 있느냐?
당신은 얼마나 축구경기장에 가 보았느냐?는 저변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국민적 국가적 민족적 행사가 되 버린 월드컵을 빗대는 말들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환희와 열광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 적이 있었느냐?
정치도 경제도 이렇게 신바람나게 만들지 못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
생활여건에 대한 체념과 냉소의 무관심이 증폭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5. 월드컵의 성과
축구공 하나로 시작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시 우리의 시공간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은 또 하나를 고민할 것이다.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누가 지금의 성과를 가장 크게 먹을 수 있는가? 이다.
소위 지금 신화의 진정한 주체는 누구인가?
월드컵 개최 ; 당연히 축구협회와 정몽준이 첫 번째 고려의 대상이다.
쉽게 이견을 내놓을 수 없는 월드컵의 탁월한 선택 중 하나는
히딩크란 카드의 선택이었다.
물론 그는 축구협회의 차선책이었지만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정점에 분명 정몽준이 있으며, 이를 부인할 필요는 없다.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정몽준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에게는 충분한 공이 있다.
단지 대통령 후보 자질이 월드컵만으로 검증될 수 있는가와,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과
정치적 역량과 세계적 비젼을 갖춘 지도력을 성원하는 것은
비약이며, 사실 별개의 문제다.
IMF의 구제금융과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는 DJ정부
그러나 홍3트리오의 역할과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로 성공만큼의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설사 공치사를 하더라도 욕을 더 먹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의 참담한 상황...
땅을 치며 아쉬워 할만 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역시 남는 건 선수단과 히딩크 감독인가?
숱한 패배와 좌절 속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히딩크와
저렴한(?) 몸값을 비웃듯 체력과 조직력으로 승승장구한 선수단...
그들은 모두 스타가 되었고, 히딩크는 영웅이 되었다.
문제는 축구선수단으로만 우리들의 열기를 담기엔 그릇이 너무 좁다는 점...
한가지 분명한 건
붉은 악마와 히딩크를 가질 수 있는 곳은 그들 자신과 상업적 광고뿐이라는 점이다.
딱 그만큼이 현실이며, 더 이상의 비약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섣부른 해석은 우리를 더 냉소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그런 것들이다.
게다가 현재의 우리에게
이만큼의 감동과 열정과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어떠한 매개를 당장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6. 남은 축구 이야기...
그러나 이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짧은 기간 우리가 만들고 확인한 게 너무 많다.
그냥 허탈해하고 쉽게 잊기엔 우리들이 쏟은 열정이 너무 크다.
나의 투자와 무관하게 우리들의 승승장구는 너무 많은걸 바꾸어 버렸다.
우리가 얻은 것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놀란 점들이 너무 많다.
국민모두의 단결된 힘과 뜨거운 열기만큼 정열이 넘친 조국을 확인했고,
그리고 국가적 이미지 제고와 국가적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패기와 끈기, 역동성과 일체감...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좌절을 뛰어넘는 희망을,
패배의 변명보다는 승자의 아량을,
실패의 회한보다는 승리의 환희를 배웠다는 점이다.
이것만 있다면 패배의 우울함과 열광의 후유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02년 6월 축구공 하나와 월드컵이 만들어낸 기적은 정말 신화가 되고 있다.
7. 신화의 주체
이제 막바지의 월드컵 열기...
놓치기 싫은 몇 개의 장면이 있다.
마스터카드 광고?
나눔... 참 기막히고 샌스 있는 광고다.
이운재의 계면쩍게 웃은 모습과
홍명보의 웃는 모습?
그의 웃음만으로도 여전히 뿌듯하고 순수함으로 항상 남을 수 있길...
히딩크의 여유롭고 품위 있는 윙크?
역시 매력적인 사람인가?
그리고 모든 선수단이 함께 한 승리의 세레모니...
그들 가득 담겨있는 자신감과 기쁨이 천파만파가 되어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또 있다.
그냥 웃기엔 소중하게 각인된 장면들...
히딩크의 품안에 안긴 박지성...
수많은 골 세레머니...
그리고 감독에 안기는 골세레머니가 단지 박지성만은 아니었지만
골을 넣은 선수가 달려가야 할 곳에 감독의 품이 그려졌다면
나에겐 훨씬 많은 이야기를 선사한다.
어퍼컷 세레머니?
물론 히딩크다.
어떤 이가 그런다.
모두가 영웅이라고...
나도 한마디 ;
선수들은 스타이지만, 히딩크는 충분히 영웅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지, 덕, 용 이 모두를 충분히 실현한 히딩크는 정말 영웅이다.
그리고, 그리고 우리에게 영웅이 생겼다는 건 정말,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중에 나에게 정말 감동적이었던 장면 ;
이탈리아전을 끝내고 모든 선수를 경기장에 다시 내보내고
벤치에 홀로 앉아 있는 히딩크의 모습...
그처럼 멋있는 장면을 나는 월드컵 기간 내내 보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보아도 보아도 감동적이고 감동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거리를 꽉 메우고 울고 웃고 뛰고 춤추며 노래하고 열광하던 붉은 물결...
거리에 군중에 감추어진 그 수많은 감동의 이야기들...
언제 다시 이만한 감동을 볼 수 있을까 한편 두렵기도 하고
또다시 언젠가 우리모두가 그런 환희를 느낄 수 있을거라는 기대는 나를 벅차게 만든다.
붉은악마의 응원을 이제 감사한 마음으로 칭찬하고 싶다.
몇몇 영어단어보다 여전히 나에게 감동적인 말 ;
꿈★은 이루어진다.
8.
전쟁은 정치의 연장,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지만, 대중적 인기가 있어야 유지되는가?
정치와 스포츠의 공통점은 바로 전쟁의 치열함과 인기의 대중성이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열강의 시대가 팍스 아메리카로 넘어가면서
미국의 정치적 의도와 문화인류학이 놓치지 않은 점이 그것이다.
국력과 경제력에서 이미 초강대국이 되어버린 미국...
세계최고와 세계중심, 그리고 꿈의 구현이란 모토로 그들은
유럽의 마지막 자존심마져 앗아가려 했다.
그들의 야심찬 계획중 하나는 바로, 유럽의 축구에 대항한 새로운 월드리그...
바로 야구를 세계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결국 환태평양권에만 한정된 야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대만, 쿠바 등이 미국의 의도에 편승했지만
아직까지 미국중심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야구 잘하면 미국 보내고, 축구 잘하면 유럽 보낸다?
아무튼 사실 공 하나와 작은 공간만 있으면 가능한 축구와
글러브와 방망이와 공이 모두 있어야 하는 야구는
전통과 대중성 양면에서 축구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들은 시대의 흐름을 뛰어넘지 못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이며, 지금은 분명 자본주의 시대다.
내생각에 가장 자본주의화한 스포츠는 아메리칸 풋불이다.
그리고 그 정서에 맞게 가장 미국적인 가장 프로화된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미국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미국 혹은 유럽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월드컵과 축구는 올림픽과 모든 경기를 넘어 가장 세계화된 스포츠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축구는 오랜 역사를 가져왔다.
축구로 권력의 정상에 오른 수호지의 고구를 통해서도 알수 있으니...
그러나 영국의 규칙이 세계화되면서
축구의 종주국은 잉글랜드가 되었을 뿐이고.
처음엔 귀족들의 놀이에서,
다음엔 노동자와 자본가의 계급갈등 대결장으로,
그리곤 민족간 경쟁의 대리전장으로 축구는 제국주의와 함께 급속히 전파되고.
축구는 여전히 유럽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끝까지 귀족과 유럽을 고집하는 테니스도 흑인과 미국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두뇌와 체력에서 백인의 우월함을 강조하던 골프도 인종차별이 무너졌다.
게다가 테니스, 골프 모두 개인의 경기일 뿐이다.
아무리 흑인의 유연성과 타인종의 투지가 있어도 그들 모두는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조직=두뇌와 기술=체력의 우위를 유럽이 스스로 확인하는 한
축구를 통한 그들의 우월성의 강조는 지속될 것이다.
모든 스포츠를 통해 우리들은 대리만족을 얻는다.
총 없이, 돈 없이, 힘 없이도
경기를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을 구속하는 계급과 대등해질 수 있으며
자신을 억압하는 나라를 꺾을 수 있으며,
자신을 지배하는 민족을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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