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9 - 태풍 RUSA
1. 가자, 보자, 쓰자?
2. 태풍루사
3. 강릉으로...
4. 원인?
5. 계산 가능한 개발과 예측불허의 자연?
6. 좁아지는 물길
7. 치산치수
8. 간벌
9. 준설
10. 천변과 계곡주변의 도로
11. 도로와 배수
12. 교각, 교량, 다리
13. 태풍의 경로와 길
14. 이제 끝내야지?
15. 건설업자? 개지업자?
1. 가자, 보자, 쓰자?
대관령에 내린 비가 760mm, 강릉에 내린 비는 900mm,
그냥 지날 수는 없는 일...
어찌할까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삽도 수세미도 아닌 사진기를 들고 나선다.
그냥 눈감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15호 태풍인가?
말레이시아어로 삼바사슴이란 뜻을 가졌다는 루사(RUSA)
사실 태풍이 이름을 가진 건 불과 50년이 되지 않는다.
호주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이름을 붙이더니,
2000년에서야 아시아 각국의 이름들이 붙기 시작했다.
근데 이름이 중요한가?
하긴 호주에서 싫어하는 정치인들의 이름이나,
미국 기상예보관들의 애인이나 마누라 이름을 듣는 것보단 낫겠지?
새벽에 나서면서 그나마 스스로를 자위한다.
내가 무슨 마음으로 길을 나서는가?
일단은 이땅의 젊은이니까?!
두 번째는 건설인이니까?!
세 번째는 뭔가 말로 표현하기 싫은 자책감때문일 것이다.
2. 태풍 루사
기상관측사상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 강릉의 강수량,
비만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업자를 만난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두 번, 세 번 가게의 물을 퍼냈단다.
네 번째... 이제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주저앉을 수도, 어쩌지도 못하겠다는 말...
물만 봐도 가슴이 덜컹거리고 의욕을 잃는다는 말...
모두가 주저주저하던 이야기지만, 일단 시작하니 끝을 모른다.
아파트에서 내려보다가, 이게 아니다 싶어 대관령으로 올라오는데
차가 떠오르더라는 말...
게다가 가족을 모두 싣고 올라오는 길이었으니...
강릉은 도로자체가 물길이었다고 한다.
차들이 떠내려 갈 것 같아 밧줄에 몸을 묶고
차를 묶어 놨는데, 결국은 떠내려간만 못하다는 사람...
이만하면 물이 빠지겠지 책상위로 올라서고
의자를 놓고 올라서고
어어 이게 아니다 싶어, 박스까지 올려놓고...
급기야 천장을 뜯고, 지붕위로 올라섰다는 사람...
다행이라면 한옥이어서 목숨을 부지했단다.
물이 차 오르자, 마을에서 가장높은 이층집으로 몰려든 주민들...
이층으로 올라가고, 지붕위로 올라가고...
근데 물이 더 차올랐단다.
허리까지 가슴까지 목까지...
애들은 목마를 태우고...
다행히 입가에서 물이 서서히 빠져, 모두가 살아났다는 사람들...
어쩌면 내가 들은 이야기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뿐일게다.
강릉공항은 비행기가 16대나 물에 잠기고(군사기밀인가?)
인근의 차량 600여대가 바다속에 수장이 됐다.
도대체 몇 명이나 죽었는지, 군인들은 몇 명이나 수장됐는지 모른단다.
물론 우리들이 익히 뉴스를 통해 들은,
지나가던 차가 산사태에 매몰됐거나
마을이 송두리째 날아가버리고
논밭이 아예 형채도 없이 사라져버린 곳들...
계곡과 하천의 물길이 바뀌고...
한마디로 경천동지할 일들은 숱하다.
3. 강릉으로...
일단 안인 쪽을 보고, 시내를 거쳐 사천 쪽을 보기로 한다.
산사태에 잘린 도로, 온통 나무뿌리만 도로 한 차선을 차지하고 있다.
반파된 집, 기초까지 드러나 뒤틀린 집,
부러진 전봇대, 복구중인 도로...
항상 흙먼지에 다니는 차들,
경(포)호의 물까지 넘치고
온통도로가 물길로 지하실이란 지하실에 모두 물이차고
사천쪽...
수년전 산불로 잡목들도 채 남지 않은 곳이다.
수마?...
그래, 손톱자국처럼 여기저기 산사태가 났다.
하긴 산비탈이 통째로 밀려, 논이 솔밭으로 변한 곳도 있으니...
끊어진 도로와 부러진 전봇대를 복구하려는 작업차량을 쫓아간다.
수해현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인가?
포장도로 위는 마사토로 쌓여있고, 그 위로는 물이 흐른다.
어느게 진짜 길이고 어느게 하천인지...
작업차량도 다니지 못하는 곳을 겁도 없이 지나갔다가
30분 동안 꼼짝없이 갇히기도 하고...
청소부 아저씨께 담배 한 대를 권하면서 화장실 앞에 섰다.
복구 이야기, 자원봉사 이야기, 구호물품 이야기, 청소 이야기...
돈 없는 사람들 모인 곳만 싹 쓸어가고
있는 놈들 집은 멀쩡해요!
죽는 놈만 더 죽어란 소린지...
체념의 쓴맛을 담배연기에 날리는 아저씨와 피우는 담배가 달지만은 않다.
옥수수 파는 아줌마와 또 이이야기 저이야기하면서,
똑같은 말들을 듣는다.
옥수수를 먹으면서 루사를 생각하지만
속았다는 생각...
하긴, 서울넘버의 검정색차에 할일 없이 돌아다니는, 게다가 남자에게
맛있고 썩지 않는 옥수수는 애초 무리였을까?
아님 수확을 기대할 수없는 강릉에서
맛있고 싱싱한 옥수수를 기대했던 내가 문제였을까?
경포 앞바다에 섰다.
바다를 본다.
파도소리를 듣는다.
물을 본다.
파도에 쉬이 지워지는 발자국처럼
이 모든 아픔의 흔적도 포말처럼 부서져 버리겠지?
물...
물...
4. 원인?
태풍, 수해, 강수, 이것저것 단어들을 늘어놓고 생각을 한다.
결과는 필연적으로 원인을 낳고,
원인은 역시 미래를 지향한다.
지금의 정리도 역시 10조원에 가까운 나와 우리들의 세금에 대한 고민일까?
그 돈들이 어떻게 쓰여야 할까?
IMF가 터지면서 '경제'는 역시 우리들이 만드는 양식과 문화의 기초임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태풍루사는 우리들의 문명과 삶의 뿌리는 '자연'에서 시작함을 확인시켰다.
재해와 대책,
개발과 보존,
그리고 환경과 인간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들의 주요한 생활이며 삶이다.
무엇부터 시작해야할까?
먼저는 수해의 원인에서부터 시작해야하지?
두 번째는 수해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시스템에 대해서 생각해야하고
세 번째는 태풍과 강수에 대한 우리들의 행위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계산가능한 개발과 예측불허의 자연?
이번에 수해가 난곳의 대부분은 하천과 저수지 주변의 주거지, 농토, 그리고 길이다.
토목기사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수리학을 접한적이 있다.
물론 인문사회과학 전공자인 나로서 수리학은 시험만을 위한 공부란 한계를 가졌지만...
(아무튼 학문적 깊이가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하고...)
시험공부 중 내가 내린 결론중 하나는, 학문이 기술을 제어한다는 점이었다.
수해의 조건 중 가장 주요한 것은, 수량과 유속이 문제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것을 계산하기 위해, 가장 단순한 가정을 한다.
수량과 유석을 계산할 수 있는 근거는, 계측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파이프나 관로처럼 정형화된 하천이 모든 계측에 가장 편하다는 점...
그런 조건에서, 홍수위를 설정하고 댐의 수량을 역계산하고
다리의 교각을 설계하고 도로 옆 지반정리를 한다.
때문에 바위와 자갈과 풀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하천은, 사실 계측자체가 어렵다.
수많은 계수들을 상정하겠지만, 역시 계산하기 편한 곳은
직선화되거나 인위적으로 곡선화 되거나,
수위가 일정하게 조절된 곳이다.
아니 계산하기 위해 그렇게 만든다?
그 대표적인 곳이 한강의 고수부지다.
지중해와 만년설이 주요한 환경의 변수인 유럽과 같은 온대지방이지만,
여름철 아열대 몬순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우리의 조건은 다르다.
파리의 세느강이 그런 조건에서 정비된 강이라면,
서울의 한강이 그와 비슷하게 정비되어야할 이유는,
사실 전시효과 외에는 어떤 효율성도 없다.
하천을 직선화하고
콘크리트블럭 등으로 제방을 조성할 경우,
유량과 유속계산에 편할지는 모르나
유속은 우리들의 계산과 무관하게 빨라질 수밖에 없다.
(수량이 2배가 되면, 유속은 4배, 수량이 4배면 유속은 16배가 되나?)
또한 그만한 유속에 저항할 수 있는 제방의 구조계산은,
이미 충분치 않았음이 이번 수해로 충분히 검증했다.
게다가 우리들이 상정하는 홍수위의 통계는 불과 몇십년에 불과하다.
조선시대의 모든 자료를 동원하더라도 지금의 조건은 너무 다르다.
도로와 하천정비와 대기의 조건은 이미 500년전과 절대 같을 수 없다.
과거의 통계도 채 누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들이 고려해야할 현실의 조건은 너무 많이 변했다.
300억원짜리 슈퍼컴퓨터의 예상강우량 100~300mm를 믿다가,
300배에 가까운 8,9조원 이상의 복구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모든걸 계측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들이 영악한건지
아니면 스스로 영리하다고 생각 하는건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지혜는,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 아닌가?
6. 좁아지는 물길
또한 제방과 수로가,
과연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게끔 설계되어졌는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루사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의 하천은 완전히 달라졌다.
수십년전의 물길로 원상복귀한 하천도 있고,
수십년 이래 전혀 새로운 물길로 바뀌어버린 하천도 있다.
어쩔수 없이 물길이 강제된 곳들은, 완전히 바위와 자갈로 뒤덮힌 곳도 있다.
물처럼 자연스럽게?
그러나 우리들이 만든 물길은 가장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인 것이었다.
이유?
물길이 바뀐 첫 번째 이유는 주거지 확보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농경지 확보의 문제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안일한 수로의 정비과정 때문이다.
대부분이 불모지에 국공유지였던 하천주변이 주거지로 바뀌고
개간과 거주의 이유로 불하(혹은 민원성 불하)과정에서 농경지등 사유지로 바뀌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개발(?) 과정이 과연 영원한 희망과 안식처로 바뀌었는지
아니면, 애초 손대지 않음만도 못한 결과를 낳았는지는 분명해졌다.
누가 책임지고 누가 보상해야할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근시안적이고 단선적인 정책이 내린 결정이 주는 결과는 참으로 참혹함뿐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며, 하류로 내려 올수록 하폭은 넓어지는게 상식이다.
그러나 기껏 상류쪽 제방을 튼실하고 충분하게 쌓아왔다 하더라도
하류 쪽에서 그만한 하폭을 만들지 못하면, 당연히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수로정비과정의 설계착오나 예산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충분한 하폭을 확보하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중 하나가 사유지와의 갈등이다.
여기에 더해서 도로를 연결하려는 등의 이유로 인해,
다리를 놓으면서 하폭은 인위적으로 조절된다.
물길이 꺾이는 곳이나, 합류(수)지 등의 수해는 필연적으로 하폭과 연결되어있다.
사유재산의 인정과 공익의 존중,
가시적인 성과 혹은 눈앞의 이익과 장기적인 대안...
어느게 진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것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개발과 편의의 명제아래 우리들이 무시했던 많은 요인들이 피해를 더욱 가중시켰다.
7. 치산치수
치산치수...
언 듯 농경사회의 주요한 정책적 명제이기도 하지만
한번더 생각해보면 치산 즉 산림의 문제는, 치수와 불가분의 관계임이 분명하다.
산림과 조림을 전제하지 않은 치수는 사실 근원적이며 항구적인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
언젠가 일본에서 보았던 조림에 감탄한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해방전후의 시기에 우리들(혹은 일본인 주도)의
조림은 소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아카시아가 전부인가?
그리고 해방전에는 전쟁물자를 위한 벌목과
해방후에는 화목과 화전, 그리고 주거지 확보를 위한 산림의 훼손이 우리들의 조림이었다.
게다가 좁은 국토의 효율적 활용과 충분한 주택보급율의 확보란 이름아래
단순한 개간과 절토가 아닌, 아예 산을 드러내버리는 우에
우리는 아무도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최치원의 조림과 세조 등 조림의 역사는 우리에게 너무 빈약하기만 하다.
다시 물이야기로 넘어가서...
치산치수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 하나라 우왕의 치산치수정책의 근간은
물의 흐름을 펼쳐(?) 주는 것이었다.
즉 수많은 운하와 수로를 뚫어서 물길을 열어주었지
무작정 물을 가둠(=댐)으로서 치수하려하지 않았다.
사실 댐이 홍수위 조절에서 갖는 영향력은 평균 15% 내외다.
즉 댐의 건설이 홍수위를 조절하는 결정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천의 무분별한 정비로 인한 수많은 유수지와 습지가 고갈되고
생태계의 파괴란 반발을 무릅쓰고서도 진행되는 많은 늪지의 개발등은
정말 예측하지 못하는 많은 재해를 잉태하게 된다.
결국 하천을 넘친 물은 도로위로 제방위로, 그리고 집위로 흘렀다.
자연은 통제와 조작을 통해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애초 아니다. 사람처럼?
그러나 우리들은, 정말 인위적이고 계획적으로 자연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운하등의 충분한 수로와 유역의 확보를 위한 노력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
단지, 운하로 인한 수송비의 절감을 유일한 개발의 척도로 제시하고 있다.
8. 간벌
벌써 낙엽이 지고, 단풍이 드는 이곳 대관령에
앞으로 얼마동안 모터소리가 온산을 진동할 것이다.
어쩌면 수해복구에 이끌려, 공공근로의 주요한 사업대상인 간벌이 축소될 수도 있다.
사실 여기서처럼 간벌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본바는 없다.
한달이상 들리는 모터소리에 공공근로와 벌목업자들에 의해 베어지는 무수한 나무들...
우리 민족은 소나무와 너무나 친하다.
물론 용의 비늘과 비슷한 나무껍질로 인해 왕가에서부터 신성시된 점도 있지만
(이것도 중국수입?)
지금도 산림지역 개발의 척도는 소나무의 수량에 의해 결정될 정도이다.
또 조경수로 얼마나 소나무가 대접을 받고 있는가...
소나무가 왜 갑자기?
즉 소나무를 살리고 잡목이나, 대부분의 활엽수를 베어내는 게
내 눈으로 확인하는 간벌이다.
작년엔 단풍나무나 활엽수를 그만 베라고 쫓아 다닌 적도 있다.
단풍구경 좀 하자고...
여기에서 두가지의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생태계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지연시킨다는 점과
또 하나는 간벌후의 뒤처리 문제가 수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산에도 나이가 있다?
사실 생태계의 변화란 오랜 싸이클 속에서 진행된다.
지금의 산이 소나무나 침엽수 중심이라면, 이건 청년기의 나이다.
근데 이런 나무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잘라버리면 산이 젊어지나?
흰머리를 뽑는다고?
글세, 후일을 어떻게 감당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문제는, 간벌 후 잡목가지들이 군데군데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해난 곳에서 보면 이 문제는 금방 확인이 된다.
대부분의 교량이나, 고수부지,
그리고 이곳 강릉 앞 바닷가 모래사장에 널려있는 쓰레기(?)는
거의 대부분이 나뭇가지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 나뭇가지의 대부분은 간벌의 잔해다.
군데군데 모아 놓은 나뭇가지들이 나무에 엉켜 물이 모이고 터지고
다시 모인 나뭇가지들이 좁은 계곡에 엉켜 댐 역할을 하게 되고
또다시 불어난 물로 산사태를 일으키고 아예 살아있는 나무를 뿌리 채 뽑는다.
게다가 일제 때부터 유행한 낙엽송은 뿌리가 깊지 않고...
급기야 하천의 교량 등에 엉켜 범람을 유도하고, 제방을 터뜨리고...
간벌의 정책적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많은 민원들을 야기 시킨 부작용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몇몇 사유림의 침범이나,
약이나 목재로 사용되는 나무의 무허가 벌목의 문제가 아닌
수해와 연관시킨 문제제기도 우리는 접한바 있다.
여전히 문제제기만 있지, 그에 대한 어떠한 후속조치도 없었고,
이에 대한 안일한 대처는
수해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또다시 잊어서도 안 된다.
9. 준설
로마의 포로로마노가 발굴된 것은 지하 7m의 깊이였다.
빗물에 묻은 먼지와 홍수 등에 의한 토사유입 등, 인위적 매립이 아닌 상태에서
로마는 발굴되기 전까지 약 7m의 토사가 쌓였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기원전후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약 3~4m 깊이에 당시의 유적이 있으며
경주는 약 1.5m 깊이에 시가지가 형성되었다는 설(?)이 있다.
즉 세월은 그만큼의 깊이를 갖는다.
하천은?
조금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유실된 토사는 하천으로 몰리며,
이러한 이유로 과거와 다른 물길이 새로 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제방과 인위적인 수로의 변경으로 하천의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려면
역시 인위적인 준설이 병행되어야만 한다.
물론 하천의 형태와, 중앙과 천변을 중심으로 수위의 조절이 필요하지만
준설을 통한 유량의 조절은 하천의 기능을 유지하게끔 하는 필수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준설에 우리 스스로 설치한 덫이 있으니
그게 바로 교량과 지중보, 그리고 댐이란 인공구조물이다.
이미 설치된 교량과 지중보, 그리고 댐이
수원의 진원지에서 바다까지 총체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한강에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서 지중보가 설치된다거나
교각의 안전성만이 고려되어 기초가 설치된다면
준설은 단절적이며 한계적인 행위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즉 준설의 문제는, 댐에서의 쓰레기 수거나
하천의 생태계 변화, 그리고 모래의 채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야 할 목적을 따로이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인위적인 구조물들이 하천에 많이 설치될수록 준설의 문제는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10. 천변과 계곡주변의 도로
지금까지 하천과 관계된 여러 조건들을 검토했지만
사실 하천이 지금의 형태로 고착된 가장 큰 계수(이제는 상수)는 역시 도로와 교량이다.
즉 우리들의 편의를 위한 길의 문제이다.
강북의 첫 순환 고속화도로가 내부순환로다.
무려 10조원 전후의 막대한 세금이 투자된 이도로는 여러 가지의 평가들을 받지만
그나마 개통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서울시내의 하천부지위에 세워졌다는 점 때문이다.
거꾸로, 만약 이만한 도로를 만들려면
토지확보비용으로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쓰였어야 되는데
다행히 국공유지인 하천부지가 있어 도로개설이 가능했다는 말이다.
청계천고가도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복개도로가 아니라는 점 일거고...
굳이 내부순화도로를 부각시킨 이유는
대부분의 도로개설은 예산의 절감을 이유로
도로부지 주변 민원 등을 고려, 국공유지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상당부분의 도로는 하천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강변을 따라서, 계곡을 따라서, 천제방의 역할을 하며 도로는 개설된다.
또 그만큼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는 교량은 절대필수적이다.
나도 올림픽로나 강변북로를 이용할 때 강변에 가장 가까운 차선을 사용한다.
물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강을 좋아하기 때문이고, 자연에 조금이라도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전 중에 사용하고 즐기기에 환상적인 이 도로들이 이번 수해와 무관할 수는 없다.
즉 해마다 발생하는 폭우나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나 범람으로 인한 피해는
항상 이런 천변이나 계곡주변의 도로와 주차장들이었다.
도로는 차가 지나갈 만큼의 넓이와 원할한 소통을 위한 주행반경을 필요로 한다.
즉 천변의 길들은 하천이 생긴대로 길을 만드는게 아니라
차가 중심이 되어, 하천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이다.
즉 도로의 개설만큼 좁아진 하폭을 위해, 그 반대편까지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정책당국자에게 필요한 것은, 차가 지나다니는 길이었지 물이 흐를 길이 아니었다.
즉 하천주변과 계곡을 끼고 개설된 도로는
시공의 부실 혹은 구조설계의 적부를 논하기 이전에 이미 일정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문제가 지반조성의 문제이든,
범면 절개의 사면안전각(도)의 문제이든,
교각의 기초문제이든
그 주변하천의 유량과 유속, 그리고 물길은 당연히 가장 주요한 안전의 척도여야 한다.
11. 도로와 배수
또한 도로의 개설로 인해 변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하나는 지표수의 발생과
배수로의 문제이다.
비온후 절개지 주변의 도로를 달려본 사람이라면 도로 위의 물을 자주 지나친다.
도로위로 물이 흐른다면, 당연히 언제든지 토사의 유입이나
사태의 위험이 그대로 예견된 곳이라고 생각하면 별반 틀리지 않을 것이다.
즉 도로는 지금은 말라있지만,
이전에 있었거나 또는 언제가 필요한 물길들을 자르고 생겨난다.
독일의 도로하부에는 수많이 낮은 터널들이 있다.
소위 동물들의 이동로다.
물론 도로를 횡단하는 개구리나 뱀, 혹은 기타의 동물들을 위한 배려도 있지만
길을 횡단해야하는 물길의 역할도 한다.
90년대 중반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채택된 생태계연결을 위한 동물들의 다리가 있으나
역시 대부분 도로위의 길, 즉 고가교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물의 문제는 충분히 고려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된 대부분의 길에서 발생하는 지표수의 유출은
지하수의 고갈 등의 문제와 결부돼 수자원 전체의 문제로 직결된다.
게다가 지표수의 급격한 유실을 그나마 막아주던 논이 사라지고
비닐하우스와 밭으로 바뀌어가는 농업의 구조는,
지표수의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투수가 가능한 아스팔트가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상의 이유, 시멘트의 물량소화 등을 이유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것도 검토되어야 하고...
만년설과 어우러진 코발트빛 호수, 그리고 그 주위의 그림 같은 집...
스위스나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상하수 시스템이 호수와 무관하게 건설되어있기 때문이다.
즉 정화로 처리할 수도 있지만, 별도의 배수관로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나는, 주거를 중심으로 한 상하수관로의 시스템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를 중심으로 한 배수의 문제가 지금의 주요 검토대상이니까...
사실 도로의 개설은, 도로포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의 지표수를 처리할
배수관로가 병행되어야 한다.
먼저 현행 배수관로의 설계는 시간당 30mm의 수량을 기준으로 한다.
소위 폭우의 경계점이다.(요즘은 더 강화됐나?)
그러나 이미 시간당 100mm 전후의 집중호우를 우리는 수년전부터 겪어왔다.
즉 이미 현재의 배수관로는 포장으로 발생한 지표수를 소화할만한 관경이 되지 못한다.
물론 지금이라도 배수관로의 설계기준을 바꾸면 되겠지만
이미 개설된 도로에 시공된 배수관로를 바꿀 수 있는지 의문스러우며
만약 쉽지가 않다면 여전히 집중호우를 뚫고 대관령으로 대피하던 사람들의 말처럼
고속도로위에서 차가 떠내려 갈수도 있다.
또 하나는 도로개설비용에서 배수관로에 해당하는 비용이 말 그대로 부수적이다.
도로개설과 배수관로의 예산이 우리나라는 20:1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에 비해 이웃 일본은 거의 1:1의 비율이라고 한다.
배수의 문제는 단순한 도로주변의 관로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변 절개지 혹은 하부의 배수문제를 포함하며
조금 더 넓은 범위의 하수관로의 문제를 포괄한다.
도로의 유실은 단순한 교통장해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루사는 지나가는 차량 십수대가 곧바로 덥쳤고 곧바로 인명을 앗아갔다.
그리고 강수량이 집중된 강릉지역은 주변의 모든 고속도로와 국도등 대부분의
도로가 유실되어 한 도시가 고립 되어 버렸다.
소통의 중추인 길이 끊어지면서 전기-수도, 모든 도시의 문명이 마비 되어버린 것이다.
도로개설에는 따라야 할 것이 많다.
단순한 교통량과 물동량, 그리고 시간의 단축만이 모든 사고의 초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12. 교각, 교량
추석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영동선을 비롯한 많은 철로교량이 유실되고
많은 다리가 파손되었다.
귀성길과 화물의 수송에 막대한 차질이 생겼다고 연일 난리가 아니다.
거기서는 철근이 들어있지 않은 교각도 있었고,
안전진단에 문제가 없었던 다리들도 있었고,
애초 통계에 잡히지 않은 많은 이름 없는 시냇물위의 다리들도 있었다.
사실 나는 우리의 다리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승일교 같이 멋진 다리도 많지 않은데다
로마 수로의 견고성이나, 베네치아의 다리처럼 문화적 의미도 깊이 있게 느끼지 못하며
퐁뇌프나 메디슨카운디의 다리 같은 추억도 없어서 일게다.
한강의 다리 어디에도, 사람이 걷고 쉬고 즐길 수 있는 다리가 없다.
게다가 영월 동강 고씨동굴 앞의 다리 앞에서는 아연 질색하기도 하고...
문제는 이번의 수해에서 다리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은 실로 컸다는 점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구조에서 힘은 4가지로 구분된다.
위에서 누르는 힘을 압축력이라 하는데,
대부분 중력방향 즉 위에서 아래로 가해지는 힘을 말한다.
줄다리기처럼 양쪽으로 땅기는 힘을 인장력이라 하고,
가위처럼 자르는(끊는) 힘을 전단력이라 한다.
그리고 야구의 스윙이나 걸레를 짜는 듯이 비틀거나 회전에 의한 힘을 (휨)모멘트라 한다.
교각을 살펴보면, 콘크리트는 주로 압축력에 저항하고
철근은 주로 인장과 모멘트에 저항하도록 설계가 된다.
참고로 철근은 콘크리트보다 6배 강하다.
거꾸로 콘크리트가 철재보다 6배 싸다는 해설도 가능하다.
돌로 다리를 놓는다면, 위와 같은 이유로 교각은 대략 1.8m 내외에 설치되어야 한다.
만약 평편한 콘크리트(H형 ?형이 아닌) 상판이라면 교각은 7m 내외에 설치되어야 하고
철재일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거리에서 자유롭다.
단지 콘크리트보다 비싸기 때문에, 되도록 곡선부위나 경간(교각과 교각사이)이 긴 곳에 사용된다.
그리스로마의 신전들에 기둥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부재가 석재였기 때문에, 보의 길이를 마냥 키울 수 없었고
마찬가지로 삼국시대의 다리라는 진천의 농다리도, 교각의 거리의 짧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아파트의 거실넓이가 한정되어 있는 것도, 콘크리트의 성질 때문임을
잠깐 확인하고자 한다.
굳이 구조와 부재의 성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다리를 검토할 기초자료이기 때문이다.
부서진 교각에서 철근이 없었다는 이야기,
경간이 너무 짧아(좁아) 댐 역할을 해버린 다리 이야기,
교각이 너무 두꺼워 유속을 저해하고 물의 저항을 키워 유실을 자초한 다리 이야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 같은 구조의 상식이 완전히 무너진게 우리네 다리의 현실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한계치로 유량과 유속이 책정되었는가가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다리위로 지나가는 차량이나 사람만을 생각할 때,
압축력만이 주요한 고려의 대상이 될 것이고,
경제성과 비용의 문제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면, 당연히 철재의 사용이 줄어들고
계산 가능한 단순한 구조를 위해, 직선과 직교만이 고집된 다리가 계속 들어선다면
여전히 우리들이 지나가는 다리는 항상 수해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가다리 밑은 지나갈 때나는 항상 속력을 낸다.
그 이유? 내가 건설을 하기 때문일까?
13. 태풍의 경로와 길
독일(게르만)이 로마의 변방이 되어버린 이유는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이다.
또 그런 이유때문인지 독일인들은 많은 자연법칙에 대한 깊은 유산을 남겼다.
섬나라 영국이 경제학에, 점이지대에 있는 프랑스가 철학에 강하다면
역시 독일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많은 근원적 기초토대를 쌓아주었다.
왠 독일의 과학이야기?
서울시내의 공해를 생각하면서 바람의 길(?)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역시 독일에서의 도시계획에는, 바람의 길이 주요한 고려대상이다.
즉 고도의 제한이 우리같이 군부대나 항공로 중심만이 아니라,
바람의 길을 주요하게 상정한다.
하긴 비행기도 배도 항로가 있고, 우리가 보는 헬리콥터 등의 대부분 도로의 길을 따른다.
당연히 바람도 길이 있겠지?
잠깐 삼천포로 빠져서...
서울시내에서 바람이 예전과 비슷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은,
하천과 도로, 그리고 철길이 전부다.
그래서 서울역에서 영등포, 예술의 전당에서 반포를 종축으로 놓고
한강을 횡축으로 놓고 바람의 길을 열심히 상정해 보았는데
최근엔 (기차)역사위에 백화점이다 뭐다하면서 갑자기 철길위의 바람을 막아버렸다.
게다가 서울 주변엔 신도시나 베드타운이 초고층으로 들어서면서 아예 성곽을 쌓고 있고...
어렸을 적 할아버지를 따라 철길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듣던 창가...
너무 청승맞나?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태풍은 대체로 남해에서 올라와 동해로 빠져나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진로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인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소백산맥이
태풍의 길과 대체로 일치한다. 즉
1) 여수-하동-진주 방향의 소백산맥 아래쪽
2) 여수-구례-남원-함양 방향의 소백산맥 위쪽(88고속도로와 비슷하게 일치하는 방향)
3) 여수-구례-남원-무주 방향의 소백산맥과 차령산맥 아래쪽
(근데 요즘은 산맥보다는 정맥이 많이 쓰이나?)
그러나 가끔, 군산을 중심으로 한 서해안에서 상륙하는 태풍이 있는데
이때는 태풍의 회전반경 오른쪽에 한반도 전체를 포괄되기 때문에
피해가 훨씬 심하고 전국적이다.
그런데 이번 루사의 경로는, 제주 동쪽-고흥-남원-무주-보은-충주-평창-속초로
완전히 직선으로 한반도를 통과했다.
게다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이미 강릉주변엔 상상을 초월한 강수량이 기록됐다.
이유가 뭘까?
고민...
고민...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전-무주-통영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여주-충주-문경-구미간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공사중이고,
그리고 대관령구간의 영동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 개통되었다.
그리고 루사의 경로와 오버랩 시켜보면?... ...
너무 억지인가?
물론 요즘은 교량과 터널로 산림의 훼손을 최소화 한다고는 하지만
고속도로 공사로 인한 산림의 훼손과 인위적인 공간의 확보는
바람의 통로에 일정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자신은 없지만, 이문제와 무관하다고 증명하기도 어려운 일이지? 하하하
대관령에 있으면서 이곳 환경을 관찰하고 있다. 그냥 습관적으로...
서쪽(내륙)에서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는, 양은 적지만 바람이 강하다.
동쪽(바다=강릉)에서는 잔뜩 뭉게구름이 일면서 폭우, 폭설이 내린다.
해발 750~850m 높이의 대관령은 1,560m 전후의 오대산과 (발왕산도?) 태백산 사이...
게다가 예부터 대관령은, 영동과 영서를 잊는 가장 통행량이 많은 = 편한 길목이었다.
즉 대관령이 사람만이 아닌 바람의 길목임은 분명하다.
기상학으로 원인을 알수 없었다는 강릉의 폭우...
우리들이 만든 개발과 문명의 이기에 숨은 위협(?),
엄밀히 자연이 순응(!)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14. 이제 끝내야 되지?
처음 루사를 생각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옛날 했었던 활동(?)처럼 아예 재해지역에 들어가
얼마동안을 지내야 편할까 생각도 해보고...
홍수위 조절 시스템,
경보와 피난 시스템,
자원봉사와 수습 시스템,
그리고 임시조치와 항구대책등에 대한 생각들...
그러나 나의 행동반경과 조금은 동떨어진 생각들이
그리 생산적일리 없다는 생각이 앞섰다.
개발과 보존,
재해와 대책,
그리고 환경과 인간의 문제까지 나가기엔 너무 추상화되고, 광범위해질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알고 있는 만큼만 정리하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임이 조금은 편하지만
역시 부끄럽기도 하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벌써 10만이 넘었다고 한다)
군인아저씨들...
그리고 수해를 당한 많은 분들...
나는?
여전히 골방에 처박혀, 눈만 깜박거리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후후
15. 건설업자? 개지업자?
나를 포함해 내가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건설업자들이다.
일부에서는 표정관리가 힘들다느니,
떼돈을 벌수 있다느니...
하긴 강릉인근만 복구비용 예산이 1조 수천억이다.
벌써 8월31일 이전 등록된 업체로 복구에 참여할 업체를 제한한다느니
어떻게 하든 그 이전업체를 양수해 복구에 일정 지분을 차지하려는 업체들...
벌써 밥그릇 싸움에 온통 건설업자들과 공무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래서 지금 룸싸롱이나 노래방을 차리면 한몫 잡는다는 이야기 등등에 주변이 바쁘다.
그러나 영세업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지금 일해 봐야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서 일하고 돈을 어떻게 받느냐..
그냥 얼굴 아는 사람들, 이전에 일해 주었던 사람들,
봉사라고 생각하고 보시라고 생각하고 일해 준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는 게 소규모업체의 실정이다.
고민의 차원이 다르지?
역시 업은 업인가?
에고 끝이 너무 가벼워지나?
조금 고상하게 끝내야 되는데...
다음달 3일은 개천절이다.
어디선가 가끔 인용되는 글이 있다.
조선 중종 15년 이맥(李陌) 찬술(撰述)한 『태백일사』의 「신시본기」의 몇구절...
개천(開天) ;
... ...
(遣往理世之謂開天, 開天故, 能創造庶物, 是虛之同體也)
개인(開人) ;
부족한 사람(과) 세상을 구하는 것(貪求人世)이 '개인(開人)'이다.
... ...
이로써 육신과 함께 영혼이 성숙해(形魂俱衍) 간다
(貪求人世之謂開人, 開人故, 能循環人事, 是魂之俱衍也)
개지(開地) ;
산을 다스려 길을 내는 것(治山通路)을 '개지(開地)'라 한다.
... ... (왜 지는 공간의 개념인데 시간의 개념을 썼지?)
이러한 (개척의 삶을 통해) 지혜를 함께 닦게(智生雙修)된다
(治山通路之謂開地, 開地故, 能開化時務, 是智之雙修也)
개천만이 아니라 개지, 개인도 필요하다.
아니, 개천이 개천이 되려면, 개인 개지가 함께 해야 한다?!
이치를 알고, 마음이 넘치고(여유로우면?), 지혜(문명?)를 연다.
건설업자가 아니라 진정한 개지업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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