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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세상보기...

시사> 학교급식에 대한 짧은 생각...060712

 

 

 

1.

 

한동안 아이들의 식중독 문제가 떠들썩하더니

급식사고의 해법으로 학교직영 급식체제가 결정되었다.

조금은 때 늦은 이야기인지 모르나

왠지 자꾸 나의 생각과 문제의 본질과 어긋난 해법이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것에 당혹스러워 펜을 든다...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엄청난 파장의 사건이 발생하고

대기업 위탁운영 과정이 도마에 오르더니

직영급식과 우리농산물 사용이 어지럽게 난무하고

학교급식 사고는 마무리 되고 있다.


세상사 모든 문제라는 게 하나의 결과가 하나의 원인에서 출발하지 않음은 분명하다.

또한 이를 접근하고 검토하는 이들도 모두 자기의 입장과 처지에서 문제를 분석한다.

학교급식 문제란 별도 영역의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폭넓은 안목과 실용적이며 효율적인 문제해결 의지다.

 

 

 

 


2.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학교급식 사고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음식물 관리의 청결함과 검수장치이다.

즉 식중독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누가 치료하고

누구의 잘못으로 문제가 발생하였고, 어떻게 잘못한 이들을 처벌할 것인가는

당면한 문제이지만, 문제해결과는 별개의 과정이다.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예상되는 사고의 재현을 방지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CJ가 급식사업에서 손을 떼고, 학교직영 체제로 전환된다고 해서

음식물 관리의 청결함이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학교 교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장을 본다고 해서 음식물이 청결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위탁운영을 했든, 직영급식을 했든, 위탁운영 업체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든,

지금까지도 학교급식은 재단과 운영위 등 학교 내에서 결정되었던 일들이다.


오히려 이를 책임져야 할 곳은 급식도 교육이라고 선언했던 정부의 무책임함과

정책집행 과정에 관여한 교육청등의 안일함에서 기인한다.

사실 학교급식 문제에 대한 접근과 해법을

식중독 사고가 있었는가, 누구에게 보고되었는가, 관리와 통계가 유지되는가,

처벌의 수위와 방법은 무엇인가로 한정시키는 것은 또 다른 책임방기이며 직무유기다.

 

 

 

 


 

3.

 

사실 학교급식의 문제는

음식물의 청결과 영향가 있는 급식, 그리고 빈곤가정의 급식까지를 고려해야하는

매우 광범위한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의 해법은 운영체제의 문제로 국한될 수 없는 내용이다.


이제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생각해 본다.

학교란 시간과 공간에 배치된 급식은 분명 교육의 한 과정이다.

성장기의 고른 영향섭취와 규칙적인 식생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고,

부모든 학교든, 국가든 정성이 담긴 식사를 하는 것은 배우는 학생들의 기본권이다.


이는 생활수준의 고저와 무관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사회와 국가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현대사회이다.

작은 차이에서 발생하는 위화감을 거세하고 출발점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은

결과의 평등을 강제하는 통제와 관료주의와는 무관한 균형과 사회적 합의의 문제인 것이다.


때문에 도시락, 우리농산물, 대기업의 참여, 운영체제, 영양사의 고용 등등의 문제는

학교급식을 풀어나가는 다양한 접근방법이며

지급 가능한 사회적 비용을 전제로 한, 효율적 운영과 합리적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일례로 학교에서의 청결한 음식관리를 위하여 얼마의 비용이 필요하며

국가와 교육청, 혹은 지방자치단체는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선결되지 않고서

학교 교장에게 학교 급식의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책임지게 하고 공과를 논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비용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직영급식체제 전환은 너무 성급한 선언에 불과하다.

 

 

 

 

 

4.

 

부모님이 싸주신 도시락을 먹고 자라온 우리세대에게

부모의 정은 70년대, 80년대 태어난 후배들에 비하여 끈끈한 가족의 유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또는 학부모가 교실청소를 한다고 학교에 대한 애정이 배가되고

부모님이 챙겨주신 도시락을 먹은 아이만이 가족의 따뜻함을 기억하고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으로 먹은 학생들이 토종 한국인이 된다는 것은 너무 감상적이다.


가족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줄이고 그 역할을 사회가 대신한다고 해서

학교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고, 가족의 사랑이 거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이 위생과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 농산물 애용의 문제도 장려와 경쟁력의 확보가 필요하지 강제의 도구여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독점과 대기업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을 실감한 바 있다.

하나의 잘못이 수백, 수천의 인명에게 치명적인 해를 가할 수 있으며

한번의 실수가 사회를 공황으로까지 몰아 갈 수 있는 독과점의 폐해...

그러나 규모의 경제가 주는 이점과 경쟁력은 분명 효율과 보다 높은 서비스를 보장해 준다.


문제는 규모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다.

간섭과 통제는 다르지만 식약청이나 보건복지부, 교육부, 위생환경부서, 그리고 지자체 등

최소한의 관리지침과 책임성이 배제된 형식적이며 성과위주의 관리행태가 반성되어야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흔히들 문제만 터지면 이웃한 일본에서부터 미국과 유럽의 방식들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문제들도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이지만

경제적 수준과 시스템의 문제,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정도가 먼저 판단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늘상 그 전제들을 무시하고 껍데기와 수치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고 있다.


이번에도 비교적 많이 참조된 일본의 방식에는

그들의 문화와 무수한 시행착오에서 걸러진 전통이 있다.

결국 방식과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적절한 방법과 의지가 중요하다.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운영하고 관리하는 이들의 책임성과 수준이다.

 

 


운영관리 시스템에서도 우리는 업체와 학교의 밀착관계를 부각시키며

소위 비용과 저급한 급식 수준을 유추하고 있다.

일정한 커미션이 유출되면서 급식수준이 낮아지고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는 논리다.

수의계약 또는 입찰방식 등 위탁운영업체의 선정문제는

분명 부적절한 면이 많은 게 현실이다.

선정하는 주체의 문제이든, 또는 영업을 위한 필요악의 문제든, 혹은 관행의 문제든

분명한 것은 그런 현상은 단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부적절하고 부패한 면들이 사라진다고 급식의 질이 올라갈까?

직영운영이든, 위탁운영이든 자급자족이 아닌 사회에서

영업과 구매라는 네트워크는 변화가 없으며,

정화노력과 함께 학교 급식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목표에는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5.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학교급식이 더 이상 위생과 보건에 문제가 없으려면,

음식물 관리를 위한 충분한 시설과 청결한 주방시설,

그리고 적절한 원자재 공급업체가 있어야 한다.

또한 수준 있는 영양사와 조리사, 그리고 배급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급식을 자급하지 못하는 많은 학생들의 문제도 같이 해결되어야 한다.


우리가 지급 가능하고 지출 가능한 사회적 비용은 어느 정도이고

이를 담당하고 운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양과 질은 어느 정도이고

학교급식을 통해 해결해야 할 교육적 과제를 포함한 복지, 보건위생의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결되고 모아져야 한다.


학교 급식도 교육이라면

학교마다 필요와 수준에 맞게 급식체계가 검토되어야 한다.

직영과 위탁이 혼재할 수 있고, 선택될 수 있으며

운영자와 관리자의 책임한계와 수준도 체계화 되어야 한다.

사실 시스템의 정교성과 활용도는 방식의 문제만이 아니라

운영자와 관리자의 역할과 수준을 규격화하고 제도화 하는 것이다.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부분까지도 명시되는 것이 소위 선진국의 시스템이다)

 

 


마지막 한가지는

모든 제도와 시스템이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고 개선되는 것이지

어느 하나의 제도와 체계로 100년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폭넓은 안목과 충분한 검토는 급식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치밀하고 안정적이며, 균형 잡힌 접근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