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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여행(1) ; 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 ; 문화, 건축, 사진

그리고 안목과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 0305



1-1. 여행(?)을 시작하며


고은 선생의 북한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에 대해 뭔가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컴 앞에 앉았습니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단상들... 문화와 건축과 사진...

그리고 역사와 사람과 이야기의 향기가 살아 있을 수 있는

그리고 선택과 기억과 꿈에 묻어 있는 안목을 생각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여행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시작합니다.

그간의 문화와 건축과 사진에 대한 단상을 한데 모아 봅니다.

오래된 그리고 더 오래된 생각들을 모으면서

다시 한 번 여행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여행!!!

신의 첫창조가 ‘여행과 의심, 그리고 노스텔지어’라는 영화의 한 자막이 생각납니다.

(저도 역시 그러길 바란답니다.)

여행에 대해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영화가 있다면 ‘율리시즈의 시선’ 같아요.

(그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다시 말이 길어지니까... 이만 줄이고...)

그래도 역시 저에게 여행에 대한 내용과 체계를 잡게 강요한건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적답사기인 것 같아요.


답사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지요.

‘답사에도 급이 있다.

초급은 남들이 가본 곳 혹은 가봐야 할 곳

(지명도와 인기도가 높고, 대부분 입장료가 비싼 곳)을 정신없이 다니고

(개별적 가치를 익히는 과정),

중급이 되면 여유를 가지고 비교를 하며

(입장료가 싸거나 없고, 상대적 가치를 확인),

고급자는 돌아다니기 보다는 눌러 앉기 좋아하고 많이 보기 보다는 오래보기 좋아한다.

(폐사지 등을 찾고, 총체적 인식을 즐기고)...’


우선은 보고

(알아야 면장을 하니까),

다음은 느낌을 찾고

(애정이 있어야 체화가 되겠죠?),

그리고 유형의 사물에서 역사와 인간의 향기에 젖기를 원하는 게

(아는 만큼 보이는 단계(?))

답사 여행의 수순일 것 같아요.


여기에 제 생각을 조금 보탠다면 ;

초급은 구슬을 모으는 게 일단의 목적인 것 같아요.

양이 모여야 질의 변화가 일어나겠죠.


중급이 되면 목걸이를 만들겠죠.

비교를 시작하고,

크고 작은 배치를 하고,

하나로 묶어서 뭔가의 모양을 만들겠죠.

그 모양이 한 분야의 전문성일 수도 있고,

자아란 광의를 따를 수도 있고,

그리고 말 그대로 여행의 원칙이 지배하는 보편성을 얻어갈 수도 있고...

그러면 고급은 무엇이어야 할까?



1-2. 여행의 수준과 방향...


여행은 말 그대로 ‘지금과 이곳’이란 생활공간을 일단 벗어나야 여행이 시작될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생활공간과 다른 자연, 다른 사람, 다른 사회를 찾게 되고,

그리고 어느 순간 쇼핑 혹은 체험을 목적으로 여행을 다니지 않을까 싶어요.

이때를 넘어가면 박물관이 주요한 대상이 되고,

건축(혹은 도시)이 보이고,

역사가 보이겠죠.

그리고 그 다음은?


처음엔 말할 꺼리를 찾아다니다,

어느 순간 가슴에 뭔가를 안고 돌아오면(설명이 가능한),

이제부터 뭔가를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 주어진 기회에 어딘가에 끼어서 시작된 여행은 이제,

스스로 계획되고,

나 홀로 즐기고,

그리고 통과가 아닌 체류가 여행의 주요양식이 될 것 같아요.


처음 언어, 복장, 음식, 교통, 그리고 환경과 현황에 대한 관심사는,

점점 역사와 예술을 접하게 만들고,

그리고 그 다음의 결실을 강요받게 됩니다.

그래서 당면의 정보를 얻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영화나 문학 등을 통해서 만들어진

간접적인 지식은 뭔가의 방향을 가지고 재설계가 되겠지요.


그렇게 설계되는 목걸이가 서사적 구조(혹은 얼개, 틀)를 갖게 되면

소위 고급의 경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과 지식이 아우러져

여행의 결실이 새롭게 폭넓게 해석이 시작될 것 같아요.


공간의 해석에서부터,

유적, 인물, 역사,

그리고 현재적 의미 혹은 영향력에 대한 해석들이 그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 거창하게(혹은 단순하게,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인류사적이고 지구적인 해석이 그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같은 설정은 제 자신이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단상입니다.

저는 어느 단계일까?

세상에는 초등학생도 있지만 대학생도 있죠.

그리고 교육체계는 절대 모든 사람을 동시에 대학생으로 만들지 못합니다. 절대로! 

초등학생과 대학생은 이 순간, 동시에 존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느 분야에서는 초급이기도 하고,

또 어느 분야에서는 중급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제 스스로 생각하는 고급의 경지는 못되죠?

왜냐하면 저는 이제야 고급의 의미를 설정하고

고급으로 가는 방향을 잡고 있을 뿐입니다.


한가지, 이런 고급의 방향이나 고급의 의미를

누군가에게서 인정받거나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경험에서는 굳이 초, 중, 고급이 필요 없을 수 있고,

또 전혀 다르게 단계를 설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우려는, 저는 여행이란 행위보다는

여행을 통해 얻어진 것의 문화인류학적 해석을 보다

중심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어요.



1-3.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잣대


그런 해석을 위해 제가 택했던 방법은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여행의 정보를 접할 최대의 정보는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여행에 대한 책자는 한정이 돼있었던 것 같아요.

제일 먼저 일본의 책들이 번역되었고,

그 다음 건축가들의 사진이 인쇄되고,

그리고 여행의 시간과 양을 내세운 많은 경험담들이 쏟아졌습니다.

거기에 몇몇 인류학자들의 분석들이 나오고,

삶의 체험담이 활자화되고,

그리고 전문분야의 감상기들이 가세를 했죠.


그러나 저는 몇몇 책자나 정보에 제 스스로를 한정시키고 있어요.

물론 시간이나, 정보검색에서 저의 한계를 인정 하지만...

제게는 몇 가지의 거울/잣대가 있습니다.

문화(순수한 의미의), 역사, 접근경로, 수준, 관점 등등의 제 측면에서.


저의 체계에서 깊이 있게 기억되는 몇 사람이 있는데 ;

문화적 측면에서 박학다식의 대표주자로 조선일보의 이규태씨.

이 양반만큼 풍부한 자료와 충분한 비교를 하는 이는 드물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여기에서 결론을 얻지는 않습니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는 참 대중적입니다.

기본 관점과 주장에 대해서는 저와 많이 (그리고 분명하게) 다르지만,

역사와 현황에 대해서는 풍부한 관심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류시화 시인과 신영복, 유홍준 교수는

자신들의 여행경험을 서로 다른 곳에 축적하고 있지만

일정한 경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또 빠뜨릴 수 없는 분들이

국토기행을 쓴 박태순씨와,

-충분한 인내가 없으면 그 많은 분량을 읽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

(이번에 읽은 한강과 세느강)프랑스에 대해 쓴 홍세화씨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쉽게 동의하지 못할 주장들이 많음-,

그리고 신경림씨의 시-기행문이 아닌 시- 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괴테의 이탈리아나 프랑스 여행기를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읽고 있습니다.)

또 옛 선인들의 여행기들을 충분히 접해보지도 못했죠.

그럼에도 저는 아직까지 위에서 밝혔던 분들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읽는 고은 선생의 글에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느낍니다.


조사, 관찰, 준비, 태도, 그리고 정리까지,

그 어디에도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긴긴 세월 속에서만 만들어 질 수 있는 애정,

흐트러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 의지를 통해서만 자신할 수 있는 고결함,

그리고 자신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실천,

그 정신을 볼 수 있어 아름다운 글입니다.

 

고은 선생의 글에서는 진한 문기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 문기는 조선시대의 선비의 한정된 기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김용옥의 말처럼 士의 의미가 선비보다는 무사에 가깝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참 오래 간만인 것 같아요.

글만으로 자신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깊음을 저는 음미하고 있습니다.

(잠깐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저도 이런 깊이를 갖고 싶다는 욕심에서...)

 

 

 

*여행2에서 계속 ; 건축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