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황매산 영암사지
시간은 자꾸 흐르고...
빨리 영암사지로 옮겨야 한다.
1시간여의 거리란다.
나는 답사여행 때 길을 많이 물어본다.
특히 학생들과 어린아이들에게...
자기고장의 유적유물들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영암사지까지 가는 길에서도 교통경찰을 비롯해
20여명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결국 합천호를 빙~ 돌아서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여기도 길을 닦고 있네?
너무 늦었다.
사진을 찍기엔...
30분이 아니라 1시간 반전에는 왔어야 했다.
왜냐하면 황매산의 봉우리들이 너무 근력 있게 솟은데다
영암사지는 동남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
<답사여행때마다 느끼는 것 한가지 ; 탑을 가로막는 난간은 왜 녹색이고, 촌스러워야 하는지...>
황매산 영암사지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에 소재하고 있으며
석등이 보물353호,
삼층석탑이 보물480호,
그리고 고려시대의 귀부가 보물489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탑도 아래에서 올려볼 때와 위에서 내려볼 때의 미감은 전혀 다르다... 황복사지와 비슷????>
<경주 황복사탑 ; 또다른 이름이 구황리 삼층탑이다... 찾느라 고생많이 했지...^^ 국보탑이다...>
답사여행의 길잡이에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영암사지..
차분한 솜씨의 삼층석탑,
그러나 어찌 보면 민밋하다.
약간 과분수에 앙증맞은 석등,
마모가 너무 심하다.
한쪽은 고달사지 귀부가 퇴색한 느낌이고
또 한쪽은 법천사지 귀부의 모방 같은
서금당터의 귀부 2기.
영암사지의 석물들 하나하나가 가진 미감이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러나 한번 가본 사람들이라면 정말 놓치기 싫은 곳이 영암사지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석축이 범상치 않고
금당터의 기단부와 무지개다리가 예사롭지 않고
그리고 황매산과 어울린 쌍사자 석등의 자태가 환상적이다.
회랑이 있었다면 국가적인 사업이었을 것 같고,
게다가 쐐기돌이 사용되었다면 불국사나 석굴암을 만든
전성기 통일신라의 공력이 녹아들지 않았을까?
금당터 기단부 하나하나에 들인 공력을 생각한다면
정말 휘황찬란했을 영암사의 원래 모습이 아쉽다.
이곳은 폐사이후 중창이나 복원이 거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조선시대에라도 중창이 있었다면
당연히 불상이 놓일 대좌의 위치는 금당터의 뒤편으로 물러섰을텐데
정중앙에 그 흔적이 온전히 남아있다.
물론 그런 이유로 중층이상의 목탑자리라는 설도 있지만...
그러나 그래서 또 다행인가?
더 이상의 훼손이 없어서?
<목탑이 그냥 탑의 기능만 취한게 아니라면 화순의 쌍봉사와 비슷해질까?>
<쌍봉사 ; 불탄이후 재건된 모습... 그 전의 지붕이 더 좋았다는 생각...>
자리를 비켜 중창중인 영암사 마당에서
훨씬 넓게 틔인 전망을 즐긴다.
어쩌면 이방향이 남향일까?
길지만 시원스레 뚫린 조망에 영암사지를 곁눈질한다.
이곳에서 살고 이시설을 사용했을 스님들보다,
오시는 손님을 위한 배려였을까?
영암사지는 시원한 시계를 포기하고
황매산과의 조화를 우선으로 배치되어 있다.
<앙증맞은 것은 석등이라기 보다 무지개 다리... 기가 막히게 이쁘다...>
폐사지...
시원한 바람,
허허로운 시간...
나에게 폐사지가 즐거운 이유는 무얼까?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하다.
거슬리는 구조물들이 없어 구속받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롭다.
텅 비어있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즐겁다.
‘남은 것만큼이나 사라진 것들과의 대화가 가능하고
비어있음으로 말미암아 가득 차 있는 까닭에 폐사지를 찾는다’는
답사여행의 길잡이의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
영암사지에 쏟았을 공력을 생각하며
아기자기하고 치밀했을 정성을 생각하며
화려하고 사랑스러웠을 공간을 생각하며
영암사지를 나선다...
무지개 다리의 그 좁고 좁은 챌판에 발을 디딜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영암사지는 항상 매력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석축기단에 있는...>
12. 대관령에서
이제야 대관령으로 향한다.
중앙선이 없는 도로 15km를 빠져나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160이 넘는 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밟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이틀간 1,600km를 다녔다.
코피까지 흘리면서... ㅎ ㅎ
하루의 단식을 위해서는 하루의 절식과 하루의 복식이 필요하다.
나는 하루의 답사여행을 위해
이틀을 준비하고 삼일간을 정리한다.
근데 이번에 아무런 준비가 없어선지 정리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
용평에 와서도 사진현상을 한참 고민했다.
혹시나 잘못되면...
아무런 자료 없이 사진과 책한권으로 답사를 정리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준비가 너무 없고 자료도 곁에 없다.
그래서 비교가 많아진건가?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생기고?
비교 받은 유적들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내가 너무 얄팍했나?
모든 게 절충이다...
<대관령... 구비 구비... 바다와 함께 보는게 제 맛이다...>
오늘 미탄에서 수리를 보았다.
나는 수리를 좋아한다.
준수한 자태와 총총한 눈매,
그리고 먹이를 발견하는 순간의 힘찬 날개짓이 있기 전
활짝 편 날개 속에 감춰진 긴장감
모든 것이 절제된 비행의 우아함...
우아한 카리스마, 그 강렬함이 좋다.
왠 수리이야기?
인화된 사진 300장을 깔아 놓고 어떤걸 스캔할까 고르는 중이다.
하하하... 무엇을 고를까?
이번 여행은 어떤 맛이었을까?
내일은 어떤 일기를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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